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가 낸 ‘2014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의 후속으로 지난 12월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항수, 시험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2014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방안(시안)’을 발표하면서 예비 고2 학생들은 2013년에 치를 수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한 남고 학생들이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4학년도 수능 개편, 예비 고1·2의 고민
예비 고2 자녀를 둔 서울 노원구 김학영씨는 지난 11월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1 진로·진학 설명회’에 다녀왔다. 2014학년도에 바뀌는 수능에 대한 교과부 담당자의 발표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올해 초 교과부 발표를 통해서 크게는 수능 언, 수, 외가 국어, 영어, 수학으로 바뀐다는 건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더 알고 싶었다”고 했다.
예비 고1인 목운중 오재연양도 달라지는 입시 변화에 궁금한 게 많다. 오양은 “고2부터 다른 형식의 수능을 보는 걸로 아는데 우리 때도 바뀐 방식의 시험을 치를 것 같아서 관심을 두고 있다”며 “현재는 영역별로 A, B 두 유형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14학년도를 기점으로 대학 입시지형이 많이 달라질 예정이다. 현재 고1인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2013년에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수능 평가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서 집중이수제, 수준별·맞춤형 교육과정 등 새로운 교육과정들이 도입됐는데 여기에 맞춰 평가도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을 발표한 뒤 얼마 전인 12월21일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4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수능, ‘교과 중심’이 가장 큰 변화
수능 변화의 열쇳말은 ‘국·영·수 교과 중심’이다. 지금까지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으로 불리던 영역 명칭은 국어, 수학, 영어로 바뀐다. 그만큼 교과 중심의 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의 범교과적 출제가 학교수업으로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과 중심의 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수학을 제외한 국어와 영어는 모두 수험생한테 동일한 수준의 수능을 보게 했지만 이제는 국어와 영어도 수학과 같이 A형, B형으로 나뉜다. 교과부 쪽은 “B형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쉽게 출제한다”고 설명했다. 국어 A형과 수학 A형 또는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009 개정교육과정 수정 고시에 따라 제2외국어에 베트남어가 새롭게 포함됐고, 사회 및 과학탐구는 최대 선택과목 수를 2과목으로 축소했다. 수능을 두 번 본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1회를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대입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능에 대한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쪽은 “교과부에서 발표한 수능 개편 방안의 기조는 ‘과도한 시험준비 부담이 없는 수능’, ‘학교 수업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능’,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수능’이었다”고 설명했다. 덕수고 윤혜정 국어교사(교육방송 언어영역 강사)는 “과목명이 국어로 바뀌는 건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라며 “기존의 수능도 그런 면이 있지만 언어영역의 경우 교과지문을 많이 활용한다거나 교과에서 많이 강조했던 것들을 수능에서 출제하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각 영역에서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범위들도 있다. 국어 듣기평가는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지필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문항 수가 45문항(2점 35개, 3점 10개)으로 5개 줄지만 시험시간은 현행대로 80분으로 유지된다. 영어는 A형의 경우 실용영어 중심으로, B형은 기존 수능 시험의 범위 정도로 출제된다. 문항 수는 45문항(2점 35개, 3점 10개)으로 5개 줄어들고 시험시간은 현행(70분)으로 유지한다. 듣기문항 수는 기존 34%(50문항 중 17문항)에서 약 50%(45문항 중 22문항)로 확대된다. 특히 듣기평가에서는 세트형 문항(1대화문 2문항)도 도입될 예정이다. 문일고 김혜남 영어교사는 “듣기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영어를 지향한다는 얘기”라며 “12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까 듣기나 말하기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럴 경우 대학에서는 영어 전체의 등급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영어 가운데 읽기, 쓰기, 듣기 각각의 영역 등급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반영할 수도 있다. 김 교사는 “예를 들어 관광학과는 말하기가 중요하니까 말하기가 1등급인지 아닌지를 볼 것”이라며 “이럴 경우 쓰기는 3등급이어도 되는 건데 그런 점에서 본인이 진학하려는 학과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 진로탐색과도 연관이 깊죠. 아무래도 일찍 진로탐색을 해두고 여기에 맞춰 진학설계도 해둬야 할 겁니다.” 내신? 논술? 당락 가를 요소 뭘까 수능개편안은 수준별 시험을 통해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지만 난이도 조절이 어려워서 학생들 입장에선 내신, 대학별 고사 등 다른 부분에서 부담을 져야 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신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2017학년도 전까지는 내신이 크게 강화될 거라는 의견들도 있다.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내신에 대한 중요도가 확실히 떨어지는 2014학년도가 오기 바로 전까지는 내신이 강화되고 큰 변별력을 두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내신에서 변별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죠. 그 이후 내신 절대평가가 실시되면 논술이 강화될 거고, 20년 전 학력고사 시대가 부활할 거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교육방송 연계도 어느 수준인지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시점이구요.” 변화하는 복잡한 입시지형 속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 걱정이다. 교과 중심으로 바뀐 탓에 학교수업에 충실하면 될 것 같지만 학교마다 교과서가 다르다는 것도 학생들로서는 고민이다. 서울 공릉동에 사는 예비 고1 강아무개양은 “수능이 교과 중심이라고 하니까 고등학교에 가서 수능 공부를 하려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다 봐야 하는 건가 걱정도 된다”며 “부모님은 확정된 건 없지만 입시 변화를 생각해 선행학습을 권한다”고 했다.
선행하지 말고 개념 다져보도록
현장교사들은 제도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혜정 교사는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겠지만 지금보다는 쉬워질 게 분명하고, 학습부담도 줄 것”이라며 “성급하게 선행을 하기보다는 고1의 경우 중학교 때 공부를 다시금 점검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1 학생들을 보면 중학교 때 개념이 너무 부실한 경우가 많아요. 중학교에서는 <국어>와 <생활국어>를 배우는데 여기에 정말 중요한 개념이 많이 담겨 있거든요. 근데 어떤 학교에서는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챕터들도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고교생들인데도 문장성분이 뭔지 모르는 일이 많아요. 이런 개념을 알면 수능이 어떻게 달라지건 간에 어려울 게 없습니다. 선행보다는 지난 학년에서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금 총정리하고 점검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남 교사는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가늠이 어렵지만 바뀌지 않는 한 가지는 내신, 수능, 논술 등 어떤 영역이건 간에 제시문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며 “사고력이 기반이 되면 어떤 지문이 주어져도 응용을 하더라”고 했다. “예비 고1, 고2가 지금부터 집중해야 할 부분은 사고력을 기르는 겁니다. 입시 막판에 내신이 부족하니까 논술로 어떻게 가보자고 판단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땐 늦죠. 지금부터 교과 공부와 독서를 병행하세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진로선택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준비생도 그렇고,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이 진정성 있게 진로를 찾아가고 노력한 흔적을 중시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입시 막판에 꿈을 만들지 말고 지금부터 꿈을 찾아보세요.”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2009 개정교육과정 수정 고시에 따라 제2외국어에 베트남어가 새롭게 포함됐고, 사회 및 과학탐구는 최대 선택과목 수를 2과목으로 축소했다. 수능을 두 번 본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1회를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대입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능에 대한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쪽은 “교과부에서 발표한 수능 개편 방안의 기조는 ‘과도한 시험준비 부담이 없는 수능’, ‘학교 수업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능’,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수능’이었다”고 설명했다. 덕수고 윤혜정 국어교사(교육방송 언어영역 강사)는 “과목명이 국어로 바뀌는 건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라며 “기존의 수능도 그런 면이 있지만 언어영역의 경우 교과지문을 많이 활용한다거나 교과에서 많이 강조했던 것들을 수능에서 출제하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각 영역에서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범위들도 있다. 국어 듣기평가는 국어능력을 측정하는 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지필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문항 수가 45문항(2점 35개, 3점 10개)으로 5개 줄지만 시험시간은 현행대로 80분으로 유지된다. 영어는 A형의 경우 실용영어 중심으로, B형은 기존 수능 시험의 범위 정도로 출제된다. 문항 수는 45문항(2점 35개, 3점 10개)으로 5개 줄어들고 시험시간은 현행(70분)으로 유지한다. 듣기문항 수는 기존 34%(50문항 중 17문항)에서 약 50%(45문항 중 22문항)로 확대된다. 특히 듣기평가에서는 세트형 문항(1대화문 2문항)도 도입될 예정이다. 문일고 김혜남 영어교사는 “듣기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영어를 지향한다는 얘기”라며 “12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까 듣기나 말하기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럴 경우 대학에서는 영어 전체의 등급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영어 가운데 읽기, 쓰기, 듣기 각각의 영역 등급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반영할 수도 있다. 김 교사는 “예를 들어 관광학과는 말하기가 중요하니까 말하기가 1등급인지 아닌지를 볼 것”이라며 “이럴 경우 쓰기는 3등급이어도 되는 건데 그런 점에서 본인이 진학하려는 학과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 진로탐색과도 연관이 깊죠. 아무래도 일찍 진로탐색을 해두고 여기에 맞춰 진학설계도 해둬야 할 겁니다.” 내신? 논술? 당락 가를 요소 뭘까 수능개편안은 수준별 시험을 통해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지만 난이도 조절이 어려워서 학생들 입장에선 내신, 대학별 고사 등 다른 부분에서 부담을 져야 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신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2017학년도 전까지는 내신이 크게 강화될 거라는 의견들도 있다.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내신에 대한 중요도가 확실히 떨어지는 2014학년도가 오기 바로 전까지는 내신이 강화되고 큰 변별력을 두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내신에서 변별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죠. 그 이후 내신 절대평가가 실시되면 논술이 강화될 거고, 20년 전 학력고사 시대가 부활할 거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교육방송 연계도 어느 수준인지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시점이구요.” 변화하는 복잡한 입시지형 속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 걱정이다. 교과 중심으로 바뀐 탓에 학교수업에 충실하면 될 것 같지만 학교마다 교과서가 다르다는 것도 학생들로서는 고민이다. 서울 공릉동에 사는 예비 고1 강아무개양은 “수능이 교과 중심이라고 하니까 고등학교에 가서 수능 공부를 하려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다 봐야 하는 건가 걱정도 된다”며 “부모님은 확정된 건 없지만 입시 변화를 생각해 선행학습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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