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에게 고등학교 선택은 신중한 것이 당연하다. 그런 중요한 결정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가 학교생활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이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순천고등학교가 ‘자공고’(자율형공립고등학교)로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입학식 날, 처음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학교의 규모가 다른 학교보다 배는 더 커 보였다. 교정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잘 정돈된 교정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는 동문 선배 시인, 소설가들의 문학비들이 나에게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생활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기숙사의 선배들과 친절한 선생님들의 조언 덕분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각종 장학금 혜택이 많다. 일취월장 장학금 등 성적 관련 장학금부터 가정 형편이 곤란하고 성실한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장학금, 체육특기자 장학금, 성공한 선배님들과의 결연 장학금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다양한 교내경시대회와 ‘선후배 간담회’, 37개 상설 동아리들을 포함한 활발한 동아리 활동, 유명인사 초청 강연회 같은 유익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학교생활이 지루하지 않고, 조금만 학교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성적을 향상시키기만 해도 누구나 상과 장학금을 탈 수 있다. 토요일마다 이루어지는 논술 수업인 ‘토요논술아카데미’도 논술 실력을 키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우리 학교는 전국적인 명문고였다. 일명 ‘법조인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으로 활약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이 많다. 이는 현재의 재학생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도 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매년 겨울방학 때는 1·2학년 중 14명을 선발하여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체험학습의 특혜를 준다. 비용의 일부는 동문 선배님들께서 지원해주신다. 선발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 혜택을 누리리라는 다짐도 해본다.
축제문화도 잘 갖추어져 있다. 1학기 때 열리는 소축제와 체육대회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으며, 매년 가을에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순천남승룡마라톤대회’에는 학생 대부분이 참가하여 건강 한마당을 벌인다. 또 곧 열릴 학교 축제도 매년 화제가 된다니 신입생으로서 기대가 크다.
수많은 프로그램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소록도 봉사활동’이었다. 학교에서 80명을 선발해서 5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면서 행하는 이 봉사활동은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곳에서 환자분들의 말벗 되어드리기, 배식 보조, 병실 청소, 산책 도우미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의미 있고 뜻깊은 봉사활동을 했던 내가 정말 자랑스럽기만 하다.

벌써 1학년 생활이 끝나간다. 사람들은 고등학교 추억을 제일 오래 간직한다는데, 이해가 간다. 하루에도 수많은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데, 그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각오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활동하여 아름다운 학창시절을 꾸민 다음 교정에 새겨진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기 위하여’의 글귀처럼 아름다운 세계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