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일출 모습.
아이만 혼자 보내지 말고 ‘가족 여행’을 떠나보자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뒤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이제 그만
장소·비용 등 자녀 스스로 여행 계획 짜야 진짜 ‘자기주도학습’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뒤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이제 그만
장소·비용 등 자녀 스스로 여행 계획 짜야 진짜 ‘자기주도학습’
여름방학에 비해 기간이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방학을 맞은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일 것이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아이들 야단만 치지 말고 겨울방학 동안 몸도 마음도 쑥쑥 클 수 있도록 체험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신문이나 인터넷에 ‘체험학습’ 관련 상품을 찾아볼 것이다. 근사하고 믿을 만한 타이틀과 프로그램을 찾으면 아이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경비를 계산해 본 다음 아이들을 보낼 것이다.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보내지 않는 것보다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바람직하고 추천할 만한 아이템을 권하고 싶으니 그건 바로 ‘가족여행’이다. 근사한 해설사가 없어도, 교과서와 연계해 똑 떨어지는 동선이 아니어도 훨씬 더 효과적인 체험학습은 바로 ‘가족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겨울방학에 떠나는 체험학습 가족여행!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이에게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어본다. 학습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부르짖으며 여행에 있어서는 부모들이 모두 정해놓고 너희는 그냥 따라오라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자기의 의견이 반영된 여행만큼 즐겁고 효과적이며 반응이 높은 것은 없다. 만약 아이가 중학생 정도 된다면 가고 싶은 장소와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부모들이 원하는 체험학습 장소도 하나 넣어서 동선을 짜보라고 권유해보자.
먼저 아이에게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자
기왕이면 장소에 대한 정보, 교통수단, 숙소와 비용까지 일임해보자. 중학생 정도라면 인터넷을 이용해 훌륭히 짜낼 수가 있다. 이를 보고 부모가 판단하기에 비용이 아주 많이 들거나 무리한 동선이 아니라면 적극 반영해 보자. 만약 자신이 짠 일정대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자신감과 뿌듯함에 무척이나 적극적이 될 것이다. 물론 관광명소를 찾는 동안 자연스레 역사·문학 등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고, 동선과 교통수단을 체크하면서 지리적 감각을 익히게 되고 비용을 메모하면서 경제적 감각도 익히게 되니 이로 인해 얻는 것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이것 자체가 전반적인 ‘체험학습’이 되는 셈이다. 만약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부모가 함께 하며 참여 비중을 조절하면 된다.
아이가 소극적이고 딱히 원하는 장소가 없다면 시원한 동해바다가 어떨까? 굳이 1월1일의 태양이 아니라도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 동해의 일출을 한번 보여주자. 추운 새벽 온 가족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기다리다 장렬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아보는 감동을 간직하게 해주는 것은 일 년치의 커다란 선물이다. 일출을 맞이하기 전에 아이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 보자.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해는 한 해의 맑고 강한 정기를 담뿍 담고 있으니 달걀노른자라 생각하며 꿀꺽 삼켜 보거라.
정보·교통수단·숙소·비용도 맡겨보자
뱃속부터 따뜻해지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 년 내내 힘이 될 좋은 기가 온몸에 가득 찰 것이라고. 그러면서 온 가족이 나란히 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꾸울꺽 삼켜보자. 배꼽부터 따뜻해질 것이다. 분명 좋은 최면효과가 있을 것이다.
굳이 일출을 보지 않아도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파도를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이제 한 살을 더 먹고 한 학년이 올라가니 새해에 대한 희망과 작은 소망, 다짐 등을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물론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녀에게도 슬쩍 물어보며 유도해야 한다. 부담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에 ‘○○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어?’라며 장래희망도 들어보자. 동해 여행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한 곳 있다. 동해구다. 경주의 대종천이 흘러 동해바다와 만나는 동해의 입구가 동해구다.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흑룡의 해이니 동해구로 ‘드래건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해구에 무엇이 있을까? 사적 제158호로 지정된 경주 문무대왕릉이 있다. 흔히 대왕암으로 불리는 문무대왕릉은 동해구 봉길 해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바닷속 수중릉이다. 동서남북으로 십자형 수로가 나 있어 동쪽에서 파도를 따라 들어온 바닷물이 돌을 약간 덮을 정도로 잔잔하게 흐르다 서쪽의 수로를 통해 빠져나간다. 가운데에는 길이 3.7m, 너비 2.06m의 넓적한 거북모양의 돌이 덮여 있는데 이 안에 문무왕이 안치되어 있다 한다. ‘나 죽어 동해바다를 지키는 용이 되리라’ 했던 바로 그 문무왕의 능이다. 아버지 태종무열왕에 이어 백제와 고구려를 제압한 후 당나라까지 몰아내며 진정한 삼국통일을 이루었던 신라 제30대 임금이었던 문무왕은 찬란한 통일신라 문화를 꽃피우며 신라를 진정 신라답게 만들었다. ‘용의 해’ 문무대왕릉 어떨까? 수중릉에서 칠십보 거리에는 이견대가 있다. 문무왕이 용으로 변한 모습을 보았다는 곳이며 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파식적(萬波息笛-거센 물결을 잦아들게 하는 피리)은 죽어서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준 선물로 한 번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일 때는 비가 개고 바람이 가라앉고 파도가 그치게 하는 전설적인 피리였다. 근처에 감은사지도 있다. 감은사는 문무대왕이 부처의 힘을 빌려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지은 사찰이었다. 하지만 절이 다 지어지기 전에 문무왕이 승하하니 그의 아들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이어 절을 완성했고 현재는 건물터만 남아 있다. 1959년 감은사지를 발굴 조사한 적이 있는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금당 뜰아래에 동쪽을 향한 배수로 같은 구조가 보이는 것이었다.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이 이 수로를 통해 감은사 금당 밑에 들어와 쉬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끈한 감포항의 복국 한 그릇을 곁들이자. 이맘때 동해의 복국이 제철임을 알게 하는 신토불이 교육이 곁들여진다. 뜨끈한 새해의 복국을 먹으며 ‘이건 그냥 복국이 아니고 福국이야’라며 ‘동음이의어’를 만들어 재치와 웃음을 나누어 보자.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굳이 일출을 보지 않아도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파도를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이제 한 살을 더 먹고 한 학년이 올라가니 새해에 대한 희망과 작은 소망, 다짐 등을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물론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녀에게도 슬쩍 물어보며 유도해야 한다. 부담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에 ‘○○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어?’라며 장래희망도 들어보자. 동해 여행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한 곳 있다. 동해구다. 경주의 대종천이 흘러 동해바다와 만나는 동해의 입구가 동해구다.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흑룡의 해이니 동해구로 ‘드래건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해구에 무엇이 있을까? 사적 제158호로 지정된 경주 문무대왕릉이 있다. 흔히 대왕암으로 불리는 문무대왕릉은 동해구 봉길 해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바닷속 수중릉이다. 동서남북으로 십자형 수로가 나 있어 동쪽에서 파도를 따라 들어온 바닷물이 돌을 약간 덮을 정도로 잔잔하게 흐르다 서쪽의 수로를 통해 빠져나간다. 가운데에는 길이 3.7m, 너비 2.06m의 넓적한 거북모양의 돌이 덮여 있는데 이 안에 문무왕이 안치되어 있다 한다. ‘나 죽어 동해바다를 지키는 용이 되리라’ 했던 바로 그 문무왕의 능이다. 아버지 태종무열왕에 이어 백제와 고구려를 제압한 후 당나라까지 몰아내며 진정한 삼국통일을 이루었던 신라 제30대 임금이었던 문무왕은 찬란한 통일신라 문화를 꽃피우며 신라를 진정 신라답게 만들었다. ‘용의 해’ 문무대왕릉 어떨까? 수중릉에서 칠십보 거리에는 이견대가 있다. 문무왕이 용으로 변한 모습을 보았다는 곳이며 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만파식적(萬波息笛-거센 물결을 잦아들게 하는 피리)은 죽어서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준 선물로 한 번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일 때는 비가 개고 바람이 가라앉고 파도가 그치게 하는 전설적인 피리였다. 근처에 감은사지도 있다. 감은사는 문무대왕이 부처의 힘을 빌려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지은 사찰이었다. 하지만 절이 다 지어지기 전에 문무왕이 승하하니 그의 아들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이어 절을 완성했고 현재는 건물터만 남아 있다. 1959년 감은사지를 발굴 조사한 적이 있는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금당 뜰아래에 동쪽을 향한 배수로 같은 구조가 보이는 것이었다.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이 이 수로를 통해 감은사 금당 밑에 들어와 쉬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끈한 감포항의 복국 한 그릇을 곁들이자. 이맘때 동해의 복국이 제철임을 알게 하는 신토불이 교육이 곁들여진다. 뜨끈한 새해의 복국을 먹으며 ‘이건 그냥 복국이 아니고 福국이야’라며 ‘동음이의어’를 만들어 재치와 웃음을 나누어 보자.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