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커버린 10대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은?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등
청소년 고민 상담, 분노 해결하는 법 등 콘텐츠도 다양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등
청소년 고민 상담, 분노 해결하는 법 등 콘텐츠도 다양
지난해 2월, 충남에 계신 학교도서관 모임의 선생님을 만나러 간 길이었다. 마침 그날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다 해서 나도 참여하기로 했다. 봄방학이라 학교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는데 도서관에 들어서니 그곳만은 여고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과 이야기로 훈훈한 분위기가 넘쳤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행사이기에 저자도, 책도 모르고 가게 됐다.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를 쓰신 이정현 선생님이 오시는 자리였다. 작은 규모였지만 봄방학 중에 도서반 학생들 말고 이런 행사를 누가 기억하고 있다가 올까 하는 걱정도 잠시, 하나둘씩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저자가 소개되자 여고생들의 함성과 환호가 대단했다. 저자도 조금은 놀란 듯, 환한 웃음과 감사의 인사말로 처음을 열었다. 아이들 뒤편에 자리 잡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날개의 저자 소개 부분을 읽었는데 심리학 책을 쓴 정신과 전문의 정도로만 내 머릿속에 입력됐던 것 같다.
근래에 다시 읽어 보면서 ‘유독 열일곱 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 때문이었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되었을 뿐인데 세상을 다 산 것처럼 메마른 마음인 것이 안타까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요즘의 학교 관련 뉴스와 겹쳐지면서 이 말이 유난히 마음에 꽂혔다.
지방의 소도시, 학기 중도 아닌 시간에 작은 학교도서관에 심리학 책을 쓴 저자를 만나러 온 아이들은 그 뒷모습만으로도 진지함 그 자체였다. 그것도 대충, 와서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준비한 질문에서 여고생들의 고민이 묻어나왔다. 당시에 아이들이 하는 질문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그 나이 때 많이 고민할 수 있는 것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어른들이 ‘나도 다 겪은 것이고, 다 알지’ 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면 지루한 생각도 들 것이었다. 아이들이 한 질문의 내용이 결국 책의 내용과도 많이 겹쳤다. 책에 써 있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내 상황이고 내 문제인 것처럼 저자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으리라.
저자가 이 책에서 소제목으로 뽑은 질문들이 ‘왜 난 꿈이 없는 걸까?’, ‘왜 난 공부가 싫은 걸까?’, ‘왜 부모님은 내 맘을 몰라주는 걸까?’, ‘지금 내겐 친구가 필요해’인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기 때문에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답은 못 찾았고 몸은 커 버린, 생활에 쫓겨 마음에 딱딱한 굳은살이 박여 그 고민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
그때 저자와의 만남 풍경이 해가 바뀐 지금 다시 떠오른 것은 아이들 마음에 관련된 책을 살펴보면서였다. 최근 뉴스에 학교와 아이들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에는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있다는 말이 있다. 특히나 학교의 겨울은 무척이나 추운 곳인데 아이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멍들고 얼어붙는 것을 보니 이 겨울이 무척이나 오래갈 것 같은 무거운 마음도 들었다.
포털 검색창에 ‘학교’라고 치면 ‘학교폭력, 학교폭력 영상, 학교폭력 불관용원칙, 학교 괴담…’과 같은 찬바람 나는 말들이 넘쳐난다. 이정현 선생님이 말했던 ‘그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에 대한 많은 메시지나 전조가 그동안 어른들에게 전해졌을 텐데 외계인의 신호만큼이나 희귀했던 양 곪아 터진 듯한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해 아픈 청춘들에 대한 책이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안다. 그 대표적인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그 저자의 강연 행사에 추첨돼 가 본 적이 있다. 너무나 많은 청춘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뜨거운 고민들을 쏟아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최근에는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그가 한 말은 ‘지금은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다 못해 눈물이 날 것 같은 말이었다. 나이 어린 어른이나, 나이 든 어른이나 이들도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는데…. 이들을 보듬어주기 위한 멘토들의 지원과 관심의 한 틈새에 우리 아이들이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결코 어른들보다 고민이 덜하고, 아픔이 얕고, 상처가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 준 심리학자, 정신과 선생님들이 있다. <외로워서 그랬어요-열일곱을 위한 청춘상담>을 쓴 문경보 선생님, <십대답게 살아라-내 삶에 태클 거는 바이러스 퇴치법>의 문지현 선생님,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내 삶에 태클 거는 분노 해결법>을 쓴 문지현, 김수경 선생님,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대한민국 10대를 위한 유쾌한 심리학>을 쓴 이정현 선생님,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을 쓴 이남석 선생님, <괜찮아, 열일곱 살-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10대들의 심리학>을 쓴 이나미 선생님이 그분들이다. 아마 내가 만났던 이정현 선생님처럼 어느 분이라도 십대들의 말에 아기가 처음 내뱉는 말처럼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아주 별것인 문제인 것처럼 받아주시면서 오히려 질문을 던진 당사자가 ‘아, 별게 아니구나.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정리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실까. 교사들이라면,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다 그런 눈높이와 내공이 저절로 생기는 거라고 한다면 큰 착각이다.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라는 책에서 문지현 선생님은 ‘분노에 서툰 십대들에게’뿐만 아니라 ‘역시 분노에 서툰 부모님들께’라고 이야기 자리에 어른들을 끌어당긴다. ‘아이들은 다 그래’, ‘학생들은 다 그래’가 아니라 너무도 절실한 삶을 토해내고 있는 ‘열네 살’들, ‘열일곱 살’들, 1318의 각 나이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심리학 도서’는 이제 어른들만의 콘텐츠가 아니다. 최근 들어 청소년 서가에는 십대의 심리를 소개하고, 문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넌 왜 그렇게 모난 돌이냐?”가 아니라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공감과 위로, 이해의 손을 내미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도 함께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어른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로 긍정의 기를 북돋워주고 ‘마음 놓고 울어도 괜찮아, 무조건 네 편이야’라고 편견 없는 위로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할 것이다. 김태희 능곡고등학교 교사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 이정현 지음, 걷는나무
가혹하게도 우리나라 교육은 10대에게 언제나 열심히 공부하라고만 강요하고, 빨리 외우라고 닦달하면서,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는 주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꿈이 없느냐고 다그치면서 빨리 진로를 정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면 아이들은 “왜 나는 꿈이 없는 거지?”,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라며 자책과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된다.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학습과 시험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통계 결과는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 책의 저자인 이정현 선생님은 지난 13년간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된 열일곱 살이 세상을 다 산 것처럼 메마른 마음인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고, 성형수술과 명품에 목숨 걸며, 왕따와 ‘빵셔틀’을 시키는 대한민국 10대들이 진정으로 유쾌해지고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이남석 지음, 사계절
10대 중반까지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엄청난 열등생이었다는 저자. 하지만 언젠가는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따분한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멘토로 자처하고 나섰다. 일단 둘 사이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쿨한 어른으로 인정받는데 어른들은 그게 안 되고 아이들은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마땅히 도움 받을 곳도 없으니 잘못하면 상처받고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된다. 특히 요즘은 춘향과 이도령 못지않게 사랑의 온도는 치솟고, 나이는 내려가고 있으니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소리칠 수 있는 어른들이 되려면 내 안의 중학생을 끄집어내서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 문지현·김수경 지음, 뜨인돌
문지현 선생님의 또다른 책으로 분노와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아이들이 분노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며, 까마귀 고기 삶아먹은 듯 금세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2011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중고생 10명 중 7명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는 2년 전에 비해 13%나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또 대한민국 청소년 사망 원인의 1위는 여전히 자살이며,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어느 하나를 꼭 집어서 힘든 게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억눌려 있고 화가 나면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른들도 다 능숙하지 못한 감정 컨트롤이지만 분노를 알면 나를 알 수 있고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화를 내는 데도 방법이 필요하다.
<외로워서 그랬어요> 문경보 지음, 샨티
‘나 외로워’라는 말은 실제 대화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분명 휴대폰 어딘가, 일기장 어딘가, 교과서 귀퉁이 어딘가, 교실 벽 어딘가에 적혀 있을 법한 말이다.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말이라고나 할까. 현직 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상담심리교육을 공부하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사가 되기 위해 학교에서 상담기관으로 옮길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는데도 날마다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모래알처럼 일더미로 아이들과 벽을 쌓고 있는 나 자신부터 돌아보게 된다. ‘그래, 힘들었구나, 무서웠구나, 참 많이 외로웠구나’라고 먼저 건네고 싶다.
<괜찮아, 열일곱 살> 이나미 지음, 이랑
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저자다. 그동안은 주로 성인들을 위한 심리학 책을 썼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저자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마음 아파했던 공감에서 나온 책인 것 같다. ‘누구나 한때는 아이였습니다’라는 이 말이 청소년과 어른의 유리벽을 걷을 수 있는 물꼬가 될 것 같다. 모순되게도 부제는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10대들의 심리학’인데 아이를 지나온 어른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고, 10대들이 부모님, 선생님, 심지어 또래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고민을 토대로 60여 가지의 질문을 뽑은 뒤, 그들의 고민과 방황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며 따뜻하고 유쾌한 처방전을 내려주기 때문에 더 흡인력이 있다.
지난해 아픈 청춘들에 대한 책이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안다. 그 대표적인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그 저자의 강연 행사에 추첨돼 가 본 적이 있다. 너무나 많은 청춘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뜨거운 고민들을 쏟아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최근에는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그가 한 말은 ‘지금은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다 못해 눈물이 날 것 같은 말이었다. 나이 어린 어른이나, 나이 든 어른이나 이들도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는데…. 이들을 보듬어주기 위한 멘토들의 지원과 관심의 한 틈새에 우리 아이들이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결코 어른들보다 고민이 덜하고, 아픔이 얕고, 상처가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 준 심리학자, 정신과 선생님들이 있다. <외로워서 그랬어요-열일곱을 위한 청춘상담>을 쓴 문경보 선생님, <십대답게 살아라-내 삶에 태클 거는 바이러스 퇴치법>의 문지현 선생님,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내 삶에 태클 거는 분노 해결법>을 쓴 문지현, 김수경 선생님,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대한민국 10대를 위한 유쾌한 심리학>을 쓴 이정현 선생님,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을 쓴 이남석 선생님, <괜찮아, 열일곱 살-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10대들의 심리학>을 쓴 이나미 선생님이 그분들이다. 아마 내가 만났던 이정현 선생님처럼 어느 분이라도 십대들의 말에 아기가 처음 내뱉는 말처럼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아주 별것인 문제인 것처럼 받아주시면서 오히려 질문을 던진 당사자가 ‘아, 별게 아니구나.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정리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실까. 교사들이라면,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다 그런 눈높이와 내공이 저절로 생기는 거라고 한다면 큰 착각이다. <십대, 고수답게 싸워라>라는 책에서 문지현 선생님은 ‘분노에 서툰 십대들에게’뿐만 아니라 ‘역시 분노에 서툰 부모님들께’라고 이야기 자리에 어른들을 끌어당긴다. ‘아이들은 다 그래’, ‘학생들은 다 그래’가 아니라 너무도 절실한 삶을 토해내고 있는 ‘열네 살’들, ‘열일곱 살’들, 1318의 각 나이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심리학 도서’는 이제 어른들만의 콘텐츠가 아니다. 최근 들어 청소년 서가에는 십대의 심리를 소개하고, 문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넌 왜 그렇게 모난 돌이냐?”가 아니라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공감과 위로, 이해의 손을 내미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도 함께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어른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로 긍정의 기를 북돋워주고 ‘마음 놓고 울어도 괜찮아, 무조건 네 편이야’라고 편견 없는 위로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할 것이다. 김태희 능곡고등학교 교사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 이정현 지음, 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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