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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행착오는 왜 계획보다 효과적일까?

등록 2012-01-16 15:24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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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어댑트- 소련이 무너진 이유
<어댑트>
팀 하퍼드 지음
강유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소련의 경제가 처음부터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은 여느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효율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국가는 시시콜콜하게 모든 것을 계획하고 운영했다. 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잖은 자원이 낭비되었다. 중복투자, 과다 경쟁은 지금도 시장경제에서 늘 튀어나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소련 경제는 완전히 망했다. 왜 그랬을까? 학자들은 원인을 사회주의 특유의 무기력에서 찾곤 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챙기는 상황, 사람들에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었다. 딱히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도 없었다. 열심히 한다고 부자가 될 수도 없는데, 뭐하러 죽어라 일하겠는가.

하지만 경제 칼럼니스트 팀 하퍼드의 생각은 다르다. 소련이 무너진 이유는 국가관리가 너무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데 있었다. 예를 들어보자. 소련의 모스크바에서는 전등갓의 모양이 모두 똑같았단다. 마그니토고르스크라는 도시에서는 아파트의 종류가 ‘A형’과 ‘B형’, 두 가지밖에 없었다. 국가가 일괄적으로 계획해서 공급했던 탓이다.

철저한 계획과 관리는 결국 경제를 무너뜨린다. 혁신은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계획은 ‘다양한 실수 경험’을 막아버린다. 두 종류의 아파트 밖에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건축의 발전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겠다.

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숱한 도전이 이루어진다. 자동차 산업이 처음 싹텄을 때, 미국에는 무려 2000개가 넘는 자동차회사가 있었다. 이 가운데 살아남은 것은 1% 남짓이다. 지금도 해마다 미국 기업의 10%는 경쟁에 뒤져 사라진다.

이런 모습은 진화의 과정과 닮은꼴이다. 수많은 시도 속에서 경쟁력 있는 몇몇만 남는다. 살아남은 종(種)은 널리 퍼지고, 또다시 생존 투쟁을 겪는다. 그러면서 뒤떨어지는 생명체는 사라지고, 가장 효율적인 생명체만 ‘발전’을 이어간다.

팀 하퍼드는 성공을 거두는 데는 계획보다 시행착오가 낫다고 말한다. 그는 구글을 예로 든다. 구글의 ‘20퍼센트 시간 정책’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기술자들은 업무시간의 5분의 1을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마음껏 쓸 수 있다. 무엇을 계획하건, 어떤 시도를 하건 자기 마음이다.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다. 구글뉴스, 애드센스(adsense), 소셜 네트워크인 오르컷(Orkut)은 이런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거둔 결과다. 그러나 구글이 언제나 성공만 거두지는 않는다. 어그러진 프로젝트는 훨씬 더 많다. 구글 제품의 80%는 실패로 돌아간단다. 심지어 ‘2009년 최악의 IT 상품’ 5개 가운데 2개가 구글의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은 별로 실패에 개의치 않는다. 팀 하퍼드에 따르면, 구글은 ‘진화론적 조직’이다. 성공적인 안은 숱한 시도와 실패를 겪으며 나오기 마련이다. 안전한 방법, 상식적인 운영을 고집해서는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면 일단 복권을 많이 사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시도 자체가 많아야 성공 가능성도 늘어난다.

“성공의 진정한 잣대는 24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느냐이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안 되는 방법 1만가지를 찾아냈을 뿐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말이다. 팀 하퍼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시행착오는 늘 최고의 방법을 찾아낸다. 따라서 발전을 하려면 시행착오를 더 많이, 더 빨리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팀 하퍼드는 ‘생각의 갈라파고스’를 만들라고 권한다. 갈라파고스는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다. 그래서 그곳에는 대륙에는 없는 새로운 생물 종이 많다. 혁신을 위해서는 큰 조직에서 떨어진 ‘섬’이 필요하다. 엉뚱한 생각이 간섭 없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도록 말이다. 항공기 회사 록히드 마틴은 ‘스컹크 워크스’(Skunk Works)라는 개발부서를 운영한다. 스컹크 워크스는 회사와 동떨어진 조직이다. 기술자들은 회사 눈치를 안 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험을 한다. 위성만큼 높이 떠서 사진을 찍은 정찰기 U2, 스텔스 폭격기 등 상식을 뛰어넘는 비행기들은 이 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또한 올바른 결정은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예스맨’들이 가득한 분위기는 최악의 결론으로 이끈다. 이라크 전쟁의 명장(名將)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귀가 두껍기로 유명하다. 하급 장교 시절, 그는 상관에게 이런 충고를 들었단다. “부대 운영은 사령관인 나의 몫이네. 부관인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나를 비판하는 것이지.” 그는 ‘합리적인 반대 의견’을 펼치는 인재를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야 실수를 빨리 바로잡기 때문이다.

발전하는 조직은 내부 고발과 비판에 너그럽다. 팀 하퍼드는 ‘벌레의 시각’(worm’s eye view)을 강조한다. 벌레처럼 낮고 가까운 곳에서 문제를 바라보라는 뜻이다. 잘 짜인 계획표와 조직도는 질서 잡혀 보인다. 그러나 이상(理想)에 사로잡혀 현실의 문제와 다양한 시도를 뭉개 버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다른 생각을 기꺼이 인정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현장 중심의 생각’, 팀 하퍼드가 말하고자 하는 성공 비법이다.

구글이 우리나라 인터넷 ‘스타트업’(startup)을 지원하기로 했단다. 스타트업이란 갓 만들어진 벤처기업을 말한다. 돈 걱정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를 펼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티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은 날로 추락중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아이티 경쟁력은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를 기록했다. ‘혁신 전도사’ 구글의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시사브리핑: 구글의 국내 스타트업 육성사업 참여 구글이 우리나라 인터넷 스타트업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글은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와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구글은 방통위의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젝트인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뽑은 스타트업의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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