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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글쓰기 원칙 염두에 두고 일기나 편지 쓸 때 적용해야

등록 2012-01-16 15:28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는 이현숙 방과후학교 강사가 인천 구산중 학생들한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김청연 기자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는 이현숙 방과후학교 강사가 인천 구산중 학생들한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김청연 기자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많이 읽어’ 배경지식 쌓고 ‘많이 생각해’ 통찰력 키워 ‘많이 써’ 장단점 깨쳐야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 서울 시민들한테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 일부가 붕괴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고로 학생과 직장인 등 시민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해 그 가운데 32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건설 분야에 만연한 부실공사를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있은 지 8개월 뒤인 1995년 6월29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무너져 1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 또는 부상당했다. 설계·시공·유지관리가 부실한 탓이었다. 앞서 1970년 4월8일엔 서울시가 마포구 창전동에 건설한 와우아파트가 준공 석 달 만에 붕괴돼 74명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역시 부실공사 탓이었다.

구조물을 짓기 위해선 여러 가지 재료를 적절히 섞어 설계에 따라 만들어야 한다. 공사비를 무리하게 줄이려고 재료를 지나치게 아꼈다간 다리, 아파트, 백화점과 같은 대형 구조물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보통 집짓기에 많이 비유하는데, 흙, 모래는 낱말과 같다. 흙이나 모래가 그 자체로 완전하듯 낱말도 더 이상 빼고 더할 게 없다. 그러나 흙과 모래를 잘 섞어 벽돌을 만들려면 그 조합을 잘 계산해야 하듯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단어를 적절히 조합하고 배열해야 한다. 벽돌을 삐뚤빼뚤하게 쌓으면 집이 기울어지거나 무너져 사람이 살 수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문장 성분을 빠뜨리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글쓰기 원칙에 따라 글을 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벽돌을 쌓듯 글쓰기 원칙에 맞게 문장을 쓰면 안방, 거실, 부엌, 화장실 등에 해당하는 단락이 만들어지고 이것들이 모여 글 한편이 완성된다. 그래서 글쓰기를 글짓기라고도 한다.

글쓰기 원칙을 설명한 책은 많다. 그런 책 가운데 하나를 붙잡고 편하게 읽은 뒤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염두에 두고 평소에 일기나 편지를 쓸 때 적용하면 된다. 그동안 이곳에 연재한 글을 참고해도 좋다. 다음은 꼭 알아뒀으면 하는 몇 가지 중요한 글쓰기 원칙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호응시켜야 한다

주어와 술어는 문장의 뼈대다. ‘나는 달린다’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뤄진 문장이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목적어(들판을), 부사어(빠르게) 등을 넣으면 ‘나는 들판을 빠르게 달린다’가 돼 문장이 풍성해진다.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어울리는 문장은 뜻을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한다. 그러나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으면 문장이 어색해지고 뜻 전달도 제대로 안 된다.


예를 들어 ‘그 친구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더럽다’는 문장은 다음과 같이 해석 가능해 혼란스럽다.

→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더럽다(‘그 친구는’을 뺐을 때).

→ 그 친구는 더럽다(‘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를 뺐을 때).

→ 그 친구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더럽다고 생각한다(서술어 ‘생각한다’를 넣었을 때).

이처럼 한 문장이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면 제대로 쓴 글이라고 볼 수 없다. 자신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항상 따져봐야 한다.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장을 길게 쓰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가 멀리 떨어져 따로 놀기 십상이다. 또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 역할을 하는 단어가 여러 개 나와 서술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더라도 문장이 길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글을 길게 쓰는 습관은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안 좋은 버릇으로 꼽힌다. 게다가 웬만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어법에 맞게 쓰기도 어렵다.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를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기술·가정>(ㄷ출판사)에서 발췌한 “가정생활 문화에는 명절 때 차례를 지내는 풍습과 같이 조상 대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생활 문화는 가정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이 변화하며, 새로운 가정생활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는 한 문장이다. 이 글은 호흡이 길어 읽기 어렵고 뜻도 빠르게 전달되지 않는다. 다음처럼 세 문장으로 끊으면 이해가 빠르다.

→ 가정생활 문화에는 명절 때 차례를 지내는 풍습과 같이 조상 대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생활 문화는 가정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이 변화한다. 그 결과 새로운 가정생활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한 문장에 정보 하나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쓰면 글이 짧아진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치밀한 계획을 세워 문장을 길게 쓰기도 한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한 쪽을 한 문장으로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문장력이 뛰어난 전문 작가나 가능한 경우이므로 글쓰기 초보자들은 짧게 쓰는 연습을 한 뒤, 글의 흐름에 따라 두세 문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을 써 길이를 조절해야 한다.

반복되는 말, 되풀이되는 말은 빼거나 다른 단어로 바꿔 써야 한다

글쓰기 초보자들은 같은 낱말을 반복해 쓰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 보통 ‘이 책은 정말 재밌는 책이다’처럼 전달하려는 내용을 강조하려다 저지르는 잘못이다. 문장을 다듬다 보면 같은 단어는 금세 눈에 띄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고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존명사 ‘것’이다.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 가운데 하나로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글의 흐름을 모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중학교 <환경>(ㄱ출판사)에 나오는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은 집이나 학교에서 춥고 어둡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무심코 낭비하게 되는 에너지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란 문장엔 ‘것’이 세 번 나온다. 첫 번째 ‘것’은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두 번째 나오는 ‘것’은 ‘의미’, ‘뜻’으로 쓰는 편이 의미가 잘 통한다. 세 번째 나오는 ‘것’은 ‘말’, ‘뜻’, ‘의미’로 바꿔 쓸 수 있으나 이미 앞에 ‘말’과 ‘뜻’을 썼다면 ‘의미’로 대체해 중복을 피할 수 있다.

→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말은 집이나 학교에서 춥고 어둡게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무심코 낭비하게 되는 에너지가 없도록 하자는 의미이다.

바로 위에서 예를 든 문장 “가정생활 문화에는…”에서도 되풀이되는 단어가 여럿 보인다. ‘가정생활 문화’가 세 번이나 반복되는데, 두 번째 ‘가정생활 문화’는 빼도 무방하고, 세 번째에선 ‘가정생활’을 빼야 간결해진다. ‘것’도 한 번 나오지만 이 문장 구조에서는 다른 단어로 바꾸기 어렵다. 아예 ‘가정생활 문화 가운데 명절 때 차례를 지내는 풍습은 조상 대대로 계승되고 있다’로 바꿔 쓰거나 ‘것’을 그냥 놔두는 수밖에 없다.

‘가정환경을 둘러싸고 있는’도 ‘사회 환경’과 의미가 비슷하므로 빼도 뜻이 통한다. ‘인하여’도 앞에 ‘변화로’의 ‘-로’가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격조사이므로 빼도 무방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격조사 ‘-로’ 다음에 ‘말미암아’, ‘인하여’, ‘하여’ 등이 뒤따를 때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뜻이 통한다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장이 ‘변화로 ~ 변화한다’가 돼 ‘변화’가 반복된다. ‘변화로’를 ‘달라지므로’로 고쳐 중복을 피한다. ‘사회 환경의’에서 ‘의’ 대신 주격 조사 ‘이’를 붙여 ‘사회 환경이 달라지고’로 바꿔 써도 된다. ‘대부분’과 ‘많은’도 뜻이 겹친다. ‘대부분’을 빼면 간결해진다.

→ 가정생활 문화 가운데 명절 때 차례를 지내는 풍습은 조상 대대로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환경이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이 변화한다. 그 결과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것’을 써야 하거나 대체할 마땅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어휘력을 키우고 ‘것’을 쓰지 않아도 글의 흐름이 매끄러워지도록 연습하면 해결된다.

번역투를 피해야 한다

우리말 속에 들어와 있는 번역투는 뿌리가 깊다. 일제 통치를 거치면서 뿌리를 내린 일본어투는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에서 번역한 책을 통해 널리 퍼졌다. 최근엔 영어가 중요해지면서 의식하지 못하고 영어투의 글을 많이 쓰고 있다.

무심결에 번역투로 쓴 글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번역투는 우리말 어법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번역투 글은 정확한 의사전달을 방해하고, 습관적으로 자주 쓰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글을 단조롭게 만든다. 특히 ‘갖다’(have), ‘~를 통해’(through), ‘~에 의해’(by)와 같이 영어 단어를 직역해 쓴 표현이 문제가 된다.

교과서에서도 이런 예는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사회1>(ㄱ출판사)에 나온 글을 보자. “뉴 미디어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 미디어와 달리 상호 대화할 수 있는 쌍방향 매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뉴 미디어의 특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우리의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두 문장의 서술어 모두 ‘가지다’를 활용해 썼다. ‘특징을 갖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또는 ‘특징이 있다’로 바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져오고 있다’는 ‘일으킨다’로 바꿔 써도 뜻이 통한다.

→ 뉴 미디어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 미디어와 달리 상호 대화할 수 있는 쌍방향 매체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뉴 미디어의 특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우리의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많이 읽어’ 배경지식을 쌓고, ‘많이 생각해’ 사물의 이면을 통찰하는 능력을 키운 뒤, ‘많이 써 봄’으로써 스스로 글의 장단점을 깨쳐야 한다. 평소에 꾸준히 책과 신문을 읽고,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한 뒤, 누리집,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끊임없이 글을 올려 직간접적으로 평가를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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