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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학의 비밀을 알려주는 18가지 열쇠

등록 2012-01-30 13:37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1. 문학의 즐거움 - ① 문학에 접근하는 태도와 방법
[난이도 수준] 고2~고3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정여울 지음/이순
<책을 읽는 방법>히라노 게이이치로 지음/문학동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지음/여름언덕

수험생과 문학교사들 사이에는 전설 같은 현실이 전해진다. 2002년 수능에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출제된 적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서와 농촌 현실을 잘 표현한 시로 사랑받는 시인에게 자신의 시를 바탕으로 출제된 문제를 풀어보게 했더니 열 문제 중 일곱 문제를 틀렸다고 한다. 2010년 수능 대비 6월 모의평가에 ‘대설주의보’가 출제된 적이 있는 최승호 시인은 다섯 문제 중 네 개를 틀렸다고 한다. 시인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틀렸다고 하니 문제를 잘못 출제한 것일까 아니면 정답이 틀린 걸까. 최승호 시인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최한 중등교사 연수에서 “시에서 이미지는 살, 리듬은 피, 의미는 뼈인데, 살과 피는 빼고 학교 교육에선 ‘뼈’만 얘기한다. 그런 나쁜 가르침은 가래침과 같다”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가르침’을 ‘가래침’으로 라임을 맞춘 비유가 시인다워 피식 웃은 기억이 난다. 시인의 말이 다소 지나친 면이 있지만 대한민국 문학교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이해된다. 왜냐하면 문학은 즐겁고 행복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 혹은 걸림돌이 되어버린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점수를 높이는 방법과 문학을 감상하는 방법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 최승호 시인이 말한 것처럼 문학에서 뼈에 해당하는 ‘의미’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걸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문학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총체적인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계처럼 전체가 각각의 부품처럼 환원될 수 없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은 언제나 부분의 합보다 크다. 시는 소리 내어 읽으면서 귀로 들어보고 마음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고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그 전체적인 울림이 시인의 의도가 아니겠는가. 사건의 원인과 해결 과정에만 관심을 두고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시간과 장소, 시대 상황까지 들여다보고 나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한 후에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문학에 접근하는 가장 나쁜 방법은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참고서에 실린 해제를 암기하고 문제만 푸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올바른 감상 태도와 방법은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면 점수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왜냐하면 수능 언어영역은 암기력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며, 내가 ‘공부’하지 않은 작품이 출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영역을 위해서는 빨리, 많이 읽을수록 좋은 걸까. 줄거리만 읽고 핵심만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읽지 않고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을 한 권 살펴보자. 프랑스의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알려준다.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책처럼 끌리는 제목이다. 읽어도 끝이 없는 책을 읽는 대신 읽은 것처럼 말할 수 있는 비법이 숨겨진 책이 아닐까. 전혀 읽지 않은 책, 대충 훑어 본 책, 귀동냥한 책, 내용을 잊어버린 책을 비독서로 규정하며 담론 상황에 대해 ‘부끄러워 말 것, 자신의 생각을 말할 것, 책을 꾸며낼 것, 자기 얘기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짐작하겠지만 이 책의 작가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독서의 수고로움과 기억의 한계 그리고 내면화된 책읽기 방법에 대해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즐겁게 읽으면서 책을 완전히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라는 뜻이다.

또한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슬로 리딩’을 권한다.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단 한권을 읽더라도 뼛속까지 완전하게 빨아들이라고 말한다. 스피드가 승부를 좌우하는 세상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온 우리들 아닌가. 빠르게 많이 읽는 것이 상식이 되어 속독법을 익히고 경쟁적으로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느림’을 강조한다. 양적인 독서에서 질적인 독서로의 전환을 권한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완전히 소화시켜 내면화하는 것이 문학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소설 한 권을 읽는 재미, 시 한 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비로소 문학은 즐거움의 대상이 될 것이며 평생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그럼 이제 천천히 문학의 숲을 거닐어 보자.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멘토가 필요하다.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은 ‘1+1=2’처럼 명쾌한 답이 없어서 문학이 싫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다. ‘단 하나의 정답으로만 존재할 수 없는 우리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내는,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그릇’이 바로 문학이다. 이 책은 문학의 비밀을 알려주는 18개의 열쇠를 준비했다. 각각의 방에는 패러디, 시점, 은유, 상징에서부터 악당, 모험, 욕망, 환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의 ‘기법’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시작하기에 앞서 문학의 ‘역할’을 알기 쉽게 설명한 1부는 애피타이저에 해당한다. 중고등학생들의 바이블이 되어 버린 문학 참고서와 일반인들이 거의 찾지 않는 문학 이론서 ‘사이’를 더듬고 있는 이 책은 시중에 쏟아지는 ‘공부법’, ‘학습법’류가 아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청소년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책을 읽는 멘티들은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을 준비하고 멘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이론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은 물론 주옥같은 작품들이 적절한 사례로 등장한다. 문학은 어렵지도 낯설지도 않은 대상이다. 평생 우리 곁에서 울리고 웃기며 진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줄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마음으로 문학을 마주하자. 읽은 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지 않은 책은 메모해 가며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문학은 여러분의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문학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우리들에게 삶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보여주고 꿈꾸게 한다. 문학과 나누는 그 즐거운 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세르반테스의 말대로 우리 모두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분당 수내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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