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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디베이트 학습은 마법과도 같다

등록 2012-01-30 13:40수정 2012-05-15 16:14

원자력 발전을 주제로 디베이트 수업을 하는 모습.  황연성 교사 제공
원자력 발전을 주제로 디베이트 수업을 하는 모습. 황연성 교사 제공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① 디베이트 학습의 패러다임
[난이도] 초등 고학년~중1

디베이트(debate) 학습이란 단위 과목이나 여러 과목의 학습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는 한 가지 논제를 가지고 학력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찬성측과 반대측, 판정인으로 나뉘어 엄격한 규칙에 따라 벌이는 찬반대립토론 학습모형을 말한다.

디베이트 학습은 올바른 가치를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자신 있게 발표하는 능력,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진정한 의미의 듣기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음식에 비유하면 디베이트 학습은 두뇌 건강과 마음의 평화로움을 유지해주고 맛도 매우 뛰어난 웰빙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 언어학습 가능해

찬반 나눠 발언 순서 정해

“선생님, 디베이트 학습이 너무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3학년 때 디베이트 학습을 자주 했으나 4학년이 되어서는 디베이트 학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서울 ㅇ초교 한 여학생이 지난해 스승의 날에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아이들에게 디베이트 학습이란 중독성이 강한 공부방법이다.

디베이트 학습은 크게 4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디베이트 학습은 쟁점이 분명한 하나의 논제를 선택하여 찬성측과 반대측, 그리고 판정인과 사회자로 나누어서 토론한다. 쟁점이 될 만한 주제를 ‘논제’라고 하는데 논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디베이트 학습의 방향이나 수준이 확연히 달라진다.

디베이트 수업의 논제는 최종적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진리성 내지 개연성에 관한 찬성이나 반대만이 허용된다. 논제를 크게 나누면 ‘어떤 정책을 실행할 것인지, 하지 않아야 될 것인지’에 대하여 알아보는 ‘정책논제’와 ‘어떤 가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논제’, ‘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사실논제’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디베이트 학습을 하는 경우에는 ‘가치논제’나 ‘정책논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고, 중학생 수준 이상이 되어서야 ‘사실논제’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가치논제’나 ‘정책논제’는 찬성측, 반대측 중 어느 쪽의 입장에서나 의견을 내세우기 쉽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둘째, 디베이트 학습은 발언 순서와 시간이 정해져 있다. 찬성측에서 5분을 이야기하면 반대측에서도 5분을 이야기하게 된다. 중간에 협의시간인 작전타임도 양쪽에 똑같이 1분씩 주어진다. 각 팀에서 발표할 사람들도 한 사람만 독점하면 감점이다. 같은 팀에서도 한 번 발표한 사람은 일단 다른 사람이 발표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판정인이 골고루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점을 주기 때문이다.

셋째, 디베이트 학습은 ‘입론-반론(1차 반론: 반론 펴기, 2차 반론: 반론꺾기)-최종변론’으로 진행된다. ‘만화는 우리 사회에 유익하다’라는 논제로 디베이트 학습을 한다면, 입론 단계에서 찬성측은 만화가 우리 사회에 유익한 점들을 주장하고 반대측은 유익하지 않은 점들에 대하여 말하게 된다. 반론펴기 단계에서는 질문 없이 자기 주장을 옹호하고 상대의 오류를 지적한다. 2차 반론인 반론꺾기 단계에서는 반론펴기 단계와는 달리 쟁점에 대하여 질문을 하면서 상대측의 오류를 반박하게 된다. 이 단계가 가장 흥미롭다. 자료를 많이 찾거나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실력발휘를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최종변론 단계에서는 입론과 반론 단계를 거치면서 지적받은 내용을 버리고 입증된 내용을 간추려서 말하며 상대측 오류를 확실하게 지적하기도 하고 올바르게 주장한 것들이나 태도 등에 대하여 칭찬도 하게 된다.

넷째, 디베이트 학습의 묘미는 승패를 평가하는 데 있다. 논제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이 같은 팀끼리 유기적으로 의견교환을 하면서 상대측을 설득하는 과정을 판정한다. 디베이트 수업 초반부에는 교사가 평가를 하는 것이 좋다. 판정기준표로 입론, 반론, 최종변론이라는 각각의 단계에서 어느 쪽이 좋았는지, 왜 좋았는지를 판정하는 식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수업 목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 목표는 인지 영역, 기능적 영역, 정의적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지적 영역만을 강조하면 수업이 기형이 되어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불균형 상태에서 수업을 마치게 된다. 수업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민주적인 시민 태도인 기능적 영역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디베이트 학습은 정의적 영역의 학습 목표를 달성시켜주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학습 요소를 익히는 과정에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내적 동기를 부여해 준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13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디베이트 학습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는데, 디베이트 학습은 마법과도 같다.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서 흥겹게 참여하여 총체적 언어학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중지능이론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소질과 적성을 찾아내어 진정한 꿈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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