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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혹시 방학 때 ‘학원의존증’ 걸리지 않았을까?

등록 2012-01-30 15:07수정 2012-02-06 11:26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학원 입구에 유명 대학 합격자 이름을 써 놓았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학원 입구에 유명 대학 합격자 이름을 써 놓았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이지은의 통통! 학습법
초등 저학년, 선행학습보다 교과서 중심 공부가 효과 더 있어
학원 수업은 하위권 학생에 도움…‘공부하는 법’ 아는 게 중요
사례1: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3학년 공부를 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학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틀린 문제를 보고 “이건 선생님이 안 가르쳐 줬어요”, “학원에서 안 배운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는 배우지 않아도 되거나,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르는 문제도 자신만만했는데, 이제는 모르는 문제에 쉽게 당황하고 깊게 고민할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사례2: 예비 고등학생입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혼자 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중3 때까지는 겨우겨우 벼락치기로 성적을 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진짜 공부 열심히 하려고 기말고사 끝난 날부터 독서실 다녔어요. 책도 읽고 영어공부도 하고 방학 동안 공부할 거 많이 적어 놨거든요. 근데 요즘은 학원 숙제 하느라 아무것도 못해요.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학원 가기 전까지 겨우겨우 끝내고요. 숙제가 일찍 끝나도 힘들어서 다른 공부는 못 하겠어요.

새 학년을 앞둔 겨울방학은 학원가의 성수기다. 방학 기간은 한 달 남짓이지만,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기간은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부터 학년이 올라갈 때까지 두 달 반에 이른다. 이 시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학생들은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새 학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몬다. 방학 동안 학생들의 일과는 학원 수업 시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평소 공부는 학원 숙제로 채워진다. 학원 공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초중고별로 특징을 나누어 살펴보자.

초등학생, 저학년은 공부태도 고학년은 공부습관

전두엽의 성장이 13살을 전후하여 활발해지기 때문에 태어나서 초등 3~4학년까지는 ‘따라하는’ 학습을 한다. 선생님이 풀었던 그 방법을 그대로 기억했다가 똑같이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건너뛴 문제는 나도 건너뛰고, 선생님이랑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엄마를 틀렸다고 생각한다. 저학년 때에는 밥 먹는 것을 가르치듯 스스로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부모는 절대 어려운 내용, 빠른 진도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대신 공부 시간 지키기부터 공부 준비, 책상 정리, 집중, 쉬는 시간 등 가능하면 부모가 함께 공부하며 본을 보이고 자녀가 따라하도록 하자. 선행학습을 시키고 싶다면 학원 문제집보다 내년에 보게 될 교과서를 펼치는 것이 좋다. 사고력이 부족한 저학년들은 보았던 책을 또 보며 안정감과 연결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학년 부모들은 지나치게 이른 중학교 준비를 멀리해야 한다. 고학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공부습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그에 비례하여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 스스로 정한 공부를 하도록 하자. 처음에는 ‘매일 30분 마음대로 공부 시간’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 때나 30분이어서는 안 되고 매일 규칙적으로 지킬 수 있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무엇을 공부할지는 스스로 정하되 학원 숙제나 엄마와 약속한 공부는 제외된다. 무엇을 공부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면 부모가 몇 가지 보기를 주어도 좋지만 은근히 권유하거나 강제하여서는 안 된다. ‘30분 동안 뭘 공부하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연습이기 때문이다. ‘매일 30분 공부’는 개학 후에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부모는 30분 동안의 집중도와 시간활용의 질을 지켜보다가 적당할 때에 40분 50분으로 천천히 늘려 나가자.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매일 1시간 공부’를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으면 훌륭하다.

중학생, 학원공부 따라하며 혼자 공부해보자

중학교 입학 후에는 학습 부담이 늘기도 하지만 주위 친구들의 학습행동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에 학원 의존도가 높아진다. 관련 연구를 보면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하루에 두 시간 정도의 사교육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간은 성적과 상관관계가 없다. 하위권 학생들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거나 공부의 기본적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중위권, 상위권 학생들은 마음의 위안을 위해 학원에 기대어 있는 셈. 사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을 때보다 숙제를 하며 실력을 높인다. 매달 학원으로부터 ‘숙제의 강제성’이라는 서비스를 구입한다고 보아야 한다.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 공부를 하더라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남은 방학 기간은 혼자 공부를 해보자. 매주 월수금 오후 4시에서 7시까지 수학 학원에 갔었다면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학원에서 쓰던 수학 책을 들고 독서실을 가는 것이다. 학원의 커리큘럼대로 진도를 나가면 다른 친구들과 공부 속도가 비슷할 것이니 ‘나만 다르게 한다’는 부담도 덜하다. 숙제 분량이 많아서 힘들었다면 혼자 공부할 때에는 분량을 줄여야 의욕이 생긴다. 수업 책과 숙제 책이 달랐다면 내가 자주 풀었던 숙제 책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편안하다. 학원 다닐 때처럼 말끔하게 그날 진도를 다 풀지 못했다고 해도 걱정 말자. 그 과정 중에 자기주도학습의 경험과 자신감을 얻고 있으니 학원에 매달려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훌륭하다.

고등학생, 느리고 깊은 공부의 맛을 느끼자

중학 시절에는 하위권 학생들에게나마 효과를 냈던 사교육이 고등학생들에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등학생들의 성적과 상관있는 요소는 단 하나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중학교 때까지 빠르고 편리한 사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예비 고1들은 한 템포 쉬며 숨을 고르자. 10문제를 풀며 자연스럽게 원리를 터득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지금부터의 공부는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저런 공식을 적용하고 이론을 찾아보는 공부여야 한다. 열 문제 풀 시간에 한 문제를 풀되 공부의 질은 10배로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심어진 공부여야 통합, 응용이 가능하다. 곧 수능, 논술 등 대입 준비에 필요한 실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부는 학원은 물론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다. 스스로 공부해보며 맛을 느끼는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방학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공부 계획을 세울 때에는 분량을 기준으로 하되 그날 다 하지 못한 부분은 다음날이나 주말 등 언제라도 다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 계획의 수정은 매일 밥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여기자. 어느 때보다 사고력이 좋은 때이므로 흥미가 이끄는 대로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으며 자극, 조합, 확장되었던 사고는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지 유리하게 작용하며 책을 읽지 않았던 친구들보다 사고의 속도가 빠르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매 방학마다 교육청 누리집에서 예비 학년의 과년도 모의고사 문제들을 내려받아 풀어보자. 틀린 문제를 깊게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일 것이다.

설 연휴와 세뱃돈으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1월이 끝나가고 있다. 한 달이나 더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학과 며칠간의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남은 한 달은 지나온 한 달보다 빨리 간다. 의욕으로 벌여 놓은 공부를 정리하자. 남은 기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몇 가지를 골라 속도감 있게 완료하기를 권한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초등 4학년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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