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권 교수
“수업 간섭은 교육의 자주권 훼손”
한국사 수업 폐강당한 동아대 홍순권 교수
한국사 수업 폐강당한 동아대 홍순권 교수
“대학에서 학문의 자유와 자율성이 훼손돼서는 안 됩니다.”
부산 동아대 홍순권(59·사진) 사학과 교수는 8일 “대학 쪽이 교수에게 강의지침서를 작성하라, 수업계획과 내용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교육의 자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며 나아가 교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대학 쪽을 비판했다. 동아대 교양교육원이 자신과 김광철 사학과 교수한테 한국사 과목의 강의지침서(강의계획서) 작성을 요구하고 수업내용을 ‘조선시대까지만 할 것’을 요구했다가, 이에 반발하자 결국 최근 한국사 강의를 개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교양교육원장이 지난해 12월21일 두 교수에게 보낸 전자우편에는 “(수업)내용 구성을 조선시대까지로 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관문제를 배제함. (강의)지침서 미변경 시 2012학년도 1학기 개설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두 교수는 “근현대사를 빼고 한국사를 강의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사학과 교수 6명 모두 대학 쪽에 “수업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항의문을 보냈다. 하지만 교양교육원은 한국사 폐강을 강행했다. 1991년 교양강의로 처음 개설된 한국사는 21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2008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지시에 반발해 교과부와 소송하며 맞서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했다.
금성출판사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공동 집필자인 홍 교수는 교과부가 출판사 쪽에 친일파 청산 부분 등 38곳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에 반발해 교과부를 상대로 교과서 수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금성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도 저작인격권 침해정지 청구소송을 냈다. 두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홍 교수는 “대학이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가 무너질 수 있다”며 “외부의 힘이 학문에 개입하는 새로운 관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사 강의를 무산시킨 연유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제2의 연아? 딸이 그만둔다고 말하면 좋겠다”
■ 박희태 “모든 것 짊어지겠다” 의장직 사퇴
■ ‘인종차별’ 두둔한 잉글랜드 축구 사령탑 경질
■ “서울시 교육청에 폭발물 설치” 협박전화
■ 몰디브 전 대통령 하룻만에 복귀 시도
■ “제2의 연아? 딸이 그만둔다고 말하면 좋겠다”
■ 박희태 “모든 것 짊어지겠다” 의장직 사퇴
■ ‘인종차별’ 두둔한 잉글랜드 축구 사령탑 경질
■ “서울시 교육청에 폭발물 설치” 협박전화
■ 몰디브 전 대통령 하룻만에 복귀 시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