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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가 아닌 아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등록 2012-02-13 15:44

선물을 사는 하나의 행동을 할 때 아이들은 의사결정을 한다.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버릇을 들여야 자기 진로에 관해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선물을 사는 하나의 행동을 할 때 아이들은 의사결정을 한다.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버릇을 들여야 자기 진로에 관해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함께하는 교육]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의사결정 방식 크게 나누면 의존적·합리적·직관적 유형 등 3개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방식 달라…일상생활에서 연습해야

“일반계고로 진학을 해야 할지 특성화고로 진학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문계열 직업에 관심이 많아서 문과를 선택하고 싶은데, 부모님과 선생님은 취업이 잘되는 이과계열을 선택하라고 권해주셔서 고민입니다.”

“제가 선택하고 싶은 직업과 부모님이 추천해주시는 직업이 다릅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수년간 진로상담을 해오면서 받는 질문들은 위의 예시들처럼 직업 및 진로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즉 진로의사결정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고등학교 진학, 계열 선택, 전공 선택 그리고 대학 졸업 뒤 직업이나 회사의 선택까지 진로발달의 과정은 사실 매 시점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나가려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 적성, 성격 등 개인의 특성과 직업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잠정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목표설정이 가능하고 목표가 있어야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쏟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진로발달 과정에서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부모들이 아이의 의사결정을 대신 해주기보다는 아이들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파악하여 상황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부모와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알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진로 및 직업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도우려면 진로 의사결정 유형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979년에 하런이란 학자는 의사결정의 유형을 3가지로 구분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학자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의사결정 스타일이 있는데 합리적 유형, 직관적 유형, 의존적 유형 이렇게 3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물건을 구입하는 상황을 통해 아이들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유형이 어디에 속하는지 추측해보자.


# 고등학교 1학년인 영인이는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자기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엄마의 눈치를 보다가 엄마의 생각에 따라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선택사항이 있을 경우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며, 습관처럼 엄마나 아빠 등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룬다.

# 중학교 1학년인 은성이는 이모에게 생일선물로 프라모델과 읽고 싶은 책 두 가지 중에 하나를 받겠다고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을 해두었다. 막상 선물을 사러 가서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워 30분째 고민중이다. 프라모델이 조금 더 갖고 싶긴 하지만 프라모델은 한번 조립해버리면 또다시 조립할 수 없기 때문에, 두고두고 계속 읽어볼 수 있는 책을 사야 할지 너무 고민이 된다. 책도 여러 번 읽으면 지겨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 만들 때 더 흥미진진한 프라모델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 초등학교 6학년인 영서는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으로 결정하고 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절대 듣지 않고,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는 영서에게 더 좋은 것들이 있는데도 웬만해서는 영서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위의 사례를 통해 아이들의 의사결정 유형을 유추해보면 영인이는 의존적 유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응석받이 유형이다. 이 유형은 결정을 타인에게 미루고 우유부단한 게 단점이지만,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지녔다는 건 장점이다. 단 의존형의 아이들은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결정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양한 조언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는 장점으로 강화시키되, 여러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부모나 교사들이 주변 상황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은성이의 의사결정 유형은 합리적 유형에 가깝다. 미국 드라마 시에스아이(CSI)의 과학수사관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은성이의 경우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를 통해 각 선택의 장단점을 생각해보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객관성을 가졌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수집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오히려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고민과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타인의 조언을 통해 선택의 범위를 좁히거나,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존적 유형이나 직관적 유형이 가진 장점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도움이 된다.

영서의 의사결정 유형은 직관적 유형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상황을 평가한다. 즉흥적인 느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정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충분한 정보탐색이나 타인의 조언을 통해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난 뒤에 결정을 후회하거나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서 자기의 선택을 검증해보도록 하거나 주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 연습이 필요한 유형이다.

사례를 통해 영인, 은성, 영서처럼 아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의사결정 유형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누구의 의사결정이 직업 선택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할까. 물론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꼼꼼히 정보를 알아보고, 신중히 생각한 뒤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실수나 실패의 가능성을 가장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유형이 항상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며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문제의 특성에 따라서는 직관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여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즉, 상황에 맞게 각각의 의사결정 유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의사결정 방법이 된다.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앞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선택과 의사결정의 상황에 마주치게 되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면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뛰어난 능력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어떤 옷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등 사소한 결정에서도 아이들이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상에서의 훈련을 통해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지도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고정민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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