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방과후학교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에 참가한 용인 기흥고 학생들.
한겨레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용인 기흥고 통합논술세미나
1월31일 아침 8시, 맵찬 겨울 한파를 이겨내며 교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입에선 입김이 연신 뿜어져 나온다. 녹지 않은 채 쌓여 있는 길가의 눈송이처럼 허연 입김을 휘휘 불어대며 삼삼오오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새벽잠을 설친 내 몸의 피로와 수업을 앞둔 긴장감은 어느새 학생들의 입김과 함께 상쾌한 아침 공기 사이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지난해 8월 시작해 올해 1월까지 한 학기 넘게 진행했던 교재 3권 과정이 마무리되는 날. 마지막 수업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었다. 첫 수업 때처럼 오늘도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며 학생 개개인의 생각과 견해를 쏟아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그들의 판단과 주장에 있어 좀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수 지식들을 제공하고 설명하는 나만의 수업방식 그대로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수업의 논제는 ‘정보화 시대 지식인의 자세와 예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다소 무거운 논제였지만, 학생들은 예상보다도 더 훌륭히 수업을 소화해 주었다.
논제에 대한 토론을 돕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미리 박호근의 <지식요리>와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 두 권의 책을 소개해 줬다. 금예림 학생은 예리한 판단력이 깃든 훌륭한 주장을 발표하였다.
“정보화 시대 이전의 시대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자기만 소유하던 시대였다면 현대사회는 다방면에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들을 이용해 지식을 재창조하는 시대”라고 당당히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옳은 말이다. 지금은 창조된 지식에 개인이 길들여지는 시대가 아니라 개개인이 새로운 지식을 얼마든지 창조해 내는 시대가 아닌가? 마치 책 제목처럼 요리를 하듯이 말이다.
발표를 경청하던 이하윤 학생은 금예림 학생의 의견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이하윤 학생이 말했던 견해의 요점은, 지식의 재창조 행위는 곧 지식의 공유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피라이트(copyright)와 카피레프트(copyleft)의 개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하윤 학생은 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좀더 말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가 지식의 공유, 즉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는 현상을 자신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의 집착에서 비롯된 범죄나 비윤리적 행동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음에는 최소현 학생이 말했다. 그는 ‘접속의 사회’가 된 현대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하윤 학생이나 금예림 학생과는 접근이 달랐다. 최소현 학생이 제시한 이유 중에 내 뇌리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내용은 접속의 사회가 긍정적인 인간관계의 변화를 유도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이웃이나 친척과 같이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 계층과 나이, 심지어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세영 학생이었다. 이세영 학생은 위의 세 학생이 언급했던 것들 외에, 프로테우스 세대라는 개념을 인용하며 신선한 의견을 펼쳤다. 프로테우스 세대란 접속의 세대라는 말로, 페이스북이나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사교의 폭을 넓혀가는 세대가 탄생하면서 노동정신보다는 유희정신, 즉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더 추구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또한 소유의 시대에 흔히 나타나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이 서로간의 관계를 통해 좀더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렇듯 여러 학생들이 저마다 일리 있는 생각들을 교환하다 보니, 교실은 흡사 백가쟁명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활발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수업이 끝나고, 이번 학기 교재 3권 과정도 마무리되었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짐을 챙겨 나오려는 순간, 몇몇 학생이 “선생님, 우리 3월에도 다시 보는 거죠? 개학하면 또 봬요!”라고 인사를 해온다. 나도 “그래. 우리 방학 즐겁게 보내고 3월에 또 보자”라고 화답하며 교실을 나왔다. 박미향 한겨레통합교육원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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