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성공적인 조직이나 가정의 힘, 디베이트에서 나온다

등록 2012-02-27 16:53

토론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난상토론, 청년실업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토론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난상토론, 청년실업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⑤ 가정과 회사에서의 디베이트
회사마다 최고경영자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강한 회사는 회의가 다르다”, “격론은 있지만 갈등은 없다”, “회의는 오차를 줄여가는 과정”, “아이디어에 상하는 없다”, “회의 때 발언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와 같은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우리나라 어느 그룹에서 몇 년 전 회의가 있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회장·사장단 회의는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4시간 수면을 취한 이들은 아침 6시에 다시 모여 식사하고 8시부터 또 회의에 들어갔다. 이 회의는 오후 6시에 끝났다. 20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그날 회의 의제는 ‘2010년까지 전자업계 분야의 빅3에 진입하기 위해 수립해야 할 중장기 전략’이었다. 그 회사는 현재 세계 굴지의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효율적이고 장시간에 걸친 회의가 낳은 결실이다. 그 회장은 지시를 내리기 전에 스스로 디베이트를 한다. 최소한 6번 이상 ‘왜?’를 묻고 대답한다. ‘왜 그 사업을’, ‘왜 그 곳에서’, ‘왜 그 시기에’, ‘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왜 그만한 돈을 들여서’, ‘어떤 목적으로’가 그것이다. 이렇게 그는 큰 방향을 잡고 내용을 지시한다. 그 이외의 것은 모두 전문경영인들에게 위임한다.

조직 경쟁력은 회의 경쟁력에서 나와
집에서부터 정보 선택·적용 힘 키워야

학교 현장이나 몇몇 권위적인 조직형태를 지닌 회사에서는 회의라기보다는 학교장이나 최고경영자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조직의 실례로 볼 때 “조직의 경쟁력은 회의의 경쟁력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조직은 의사결정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 전 회장 또한 디베이트를 사업에 잘 응용해 성공한 최고경영자이다. 그의 책 <위대한 승리>에는 “모든 대화는 ‘만약 ~ 하면 어떻게 합니까?’, ‘왜 안 되죠?’, ‘왜 그렇습니까?’와 같은 질문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는 실제로 많은 질문을 던졌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은 “그는 마치 속사포처럼 엄청난 질문을 했다”고 회상했다.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최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디베이트 또한 매우 중요하다. 1999년에 6학년이었던 한 학생은 ㄷ외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까지 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디베이트 대회에 참석했으며 한국 대학생들을 코치하고 단장까지 맡으며 디베이트에 몰입했다.

이 학생은 6학년 때 디베이트 학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당시 쓴 일기 중에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부모님과의 디베이트’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 학생은 연합군의 입장에서 의견을 펼쳤고 부모님들은 동맹군의 관점에서 디베이트를 했다. 이밖에도 여러 분야의 논제들로 생각의 창을 열어 놓고 지식과 지혜를 쏟아내면서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선택하고 적용하는 힘을 은연중에 키워가고 있었다. 그는 디베이트를 통해 배경지식과 핵심지식들을 터득한 결과 세계를 무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람직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연구 가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미 한국인 고 고광림 박사와 전혜성 박사의 자녀들에 관한 일화가 있다. 그 가정에선 여섯 남매가 함께 성장했는데 누구도 깰 수 없는 불문율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매일 아침 6시30분에 식사를 꼭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간에 단순히 아침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고민하고 있는 일들을 논제로 제시하여 찬성과 반대측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서 열띤 가족토론을 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 학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가치탐구 능력 신장’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의 터전을 닦게 되는 자연스러운 시간을 마련했던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가 형제들이 미국을 이끌어 가는 훌륭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갖게 된 계기도 집 안 식탁에서부터였다고 알려져 있다. 어머니 로즈는 자식들에게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신문, 잡지에서 토론 주제가 될 만한 중요한 기사를 읽게 하고 식사 시간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었다.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토론의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자기 의견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 정치의 기본을 몸에 익힌 셈이다. 케네디의 아버지가 만난 유명 인사들이나 사업에 관한 이야기도 식탁의 단골 메뉴였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자녀들은 넓은 세상에 관한, 아니 미국을 이끌어 가는 주류 사회와 리더십에 관한 식견을 키울 수 있었다.

황연성 서울 예일초 교사·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