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개학한 지 하루 만이다. 토요일인 지난 3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교과부 고위 간부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했다. 새 학기부터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선 학교가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토요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장관은 오전 8시5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당산중을 방문하고, 오후 1시부터는 성동구에 있는 동명초를 찾았다. 이 업무를 총괄하는 김관복 인재정책실장 역시 서초구 반포초와 강동구 천일중을 방문했다. 이상진 차관은 경기도, 김응권 대학지원실장은 대구시, 고경모 기획조정실장은 인천시, 조율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강원도, 최은옥 산학협력관은 제주도로 가는 등 실·국장급을 비롯한 간부 36명이 전국 학교를 방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취임한 뒤 자주 현장 방문을 해왔고 장·차관이 일선 학교에 가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한 가지 정책을 두고 실·국장까지 전국 16개 시·도 학교를 동시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당산중을 방문한 자리에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학교가 사교육 시장보다 토요프로그램 준비가 늦다는 질책이었다. 그는 “학원은 토요프로그램 신청을 미리 받는데, 학교는 개학하고 받으니 학원보다 느리다”며 “다음부터는 학기 전부터 미리 신청받는 걸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교육 주체 가운데 하나인 학부모와 학생을 ‘소비자’로 보는 이 장관의 평소 시각이 다분히 반영된 발언이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황당한 ‘전시행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교는 학원이 아닙니다. 개학하고 반 배정이 되면서 아이들이 재배치되면, 다시 한명씩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특성을 파악하고, 토요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차분히 파악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토요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개학 뒤 2~3주는 지나야 하는데, 학기 초라 어수선하기만 한 학교에 개학 하루 만에 찾아와서 ‘학원보다 늦다’고 질책하니 당혹스럽지 않겠어요?” 당산중의 한 교사가 되물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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