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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철학은 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등록 2012-03-05 15:47

<자기만의 철학>
<자기만의 철학>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2. 철학, 거의 모든 생각의 시작 - ① 정체성 찾기
[난이도 수준 중2~고1]

<자기만의 철학>
탁석산, 창비

<나를 찾습니다>
마르틴 라퐁,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신성림 옮김, 개마고원

<열일곱 살의 인생론>
안광복, 사계절

“저는 ○○고등학교 ○학년 ○○○입니다. 올해 ○○살이고 ○○에 살고 있으며 가족은……”

“저는 ○○대학교 ○○과를 졸업한 ○○○입니다.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막막함은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대학 진학을 위한 자기소개서, 이력서 뒤에 덧붙이는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객관적 사실들을 나열한다고 해서 ‘나’를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무조건 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서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절규했듯이 이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난감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정체성’이라고 한다. ‘상당 기간 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자기에 대한 경험’이라는 의미로 에릭 에릭슨이 처음 사용했다. 이것은 학교, 나이, 직업,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과 취향 그리고 세계관 등을 포함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 우리는 자아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철학이다. 그러므로 철학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말대로 주체적인 판단능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지 못하면 생각 없이 그냥 살게 된다. 생각의 힘은 철학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철학이 실생활과 무관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철학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철학’은 어렵다, 재미없다, 딱딱하다, 외울 것이 많다 등등.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철학’은 모든 생각의 시작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의 토대가 바로 ‘철학’이다.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떨까’ 등 자꾸 질문하게 만든다. 이렇듯 철학은 정답지가 아니라 ‘질문지’인 것이다. 이 모든 질문의 시작은 ‘나’에서 시작된다. 나의 문제, 내 안에서의 변화 그것이 곧 자기정체성이고 이것을 찾게 만드는 질문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철학은 무엇이며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탁석산의 <자기만의 철학>을 살펴보자. 냄새나고 고리타분한 ‘철학’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철학이 바로 ‘자기만의 철학’이다. 과학이나 종교와 달리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탁석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종교에서 의미는 신으로부터 부여되지만 철학에서 의미는 개인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려 하지만 철학은 세계의 의미를 탐구’한다는 말에도 밑줄 치게 된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바로 자기만의 철학이다.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따라하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니라 체험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체계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면 경험적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탁석산의 주장이다.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면 지금 바로 ‘자신의 문제’와 씨름하고 ‘나’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만의 철학을 하기 위한 출발이다. 프랑스의 마르틴 라퐁은 <나를 찾습니다>를 통해 자기만의 철학을 위한 바탕을 만들어준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만의 철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참고서라는 바이블도, 대학이라는 성전(聖殿)도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파스칼 르메트르의 재미있는 그림이 곁들여져 중학생도 읽을 만큼 쉽게 설명되어 있다. 짧은 글로 철학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나’를 탐험하는 방법은 일단 읽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데서 시작될 테니까 말이다. 나를 찾는 일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를 들여다볼 때는 의학과 심리학도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먼저 ‘나’를 살피고 나면 타인과의 관계와 세상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겪는 철학적 문제를 잘 풀어낸 안광복의 <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철학 선생님의 에세이다. 이 책은 철학적 개념이나 방법론과 거리가 멀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부딪쳤던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돈과 짝사랑, 열등감에서부터 적성, 용서, 관계, 변화, 성욕, 애도에 이르기까지 열다섯 개의 주제를 가지고 쓴 철학 에세이는 자신의 경험과 청소년들의 고민이 함께 녹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고민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모든 문제의 열쇠는 자신의 손바닥에 놓여 있다. 타인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자신만의 문제와 고민을 풀어가고 자기만의 철학을 통해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20세기의 문제적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철학에는 우리가 원하는 많은 문제에 ‘대답’할 힘은 없을지라도, 적어도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일상생활의 지극히 평범한 일도 한 꺼풀 벗겨보면 그 내부에는 기이함과 불가사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문제를 ‘질문’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를 만들어가는 것도 나고 내 삶의 주인도 바로 나다. 철학은 그 과정에서 작은 고민의 씨앗을 던져주고 생각하는 힘을 빌려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읽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철학은 저절로 완성된다. 우선 거울을 보고 ‘나’에 대해 말해보자. 그리고 질문을 시작하자.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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