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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원작품 잘 알아야 장르 바꾸기 ‘술술’

등록 2005-07-24 15:33수정 2005-07-24 15:44

엄마의 말뚝
엄마의 말뚝
스타강사 이만기의 언어영역 해부
엄마의 말뚝

[줄거리] 어느 날 ‘나’는 친정 어머니가 폭설로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는 전갈을 받는다. 병원에 입원한 친정 어머니는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킨다. 어머니는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이 실어증에 걸린데다 유혈이 낭자한 채 비극적으로 죽어간, 한 맺힌 일들을 되살리고 있었다.

6·25 전 오빠는 한때 좌익 운동에 가담했다가 전향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오빠는 이웃의 고발로 끌려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제일 먼저 의용군에 지원하였다. 이로 인해 어머니와 나는 혜택을 누렸었지만, 석 달 만에 세상이 바뀌자, 우리 집은 빨갱이 집으로 지목되었고 그리하여 이웃의 극심한 박해가 뒤따랐다.

1·4 후퇴로 인해 오빠는 다시 돌아왔다. 피난이 어렵게 되자, 어머니는 서울에 와서 처음 말뚝을 박은 산비탈 달동네로 피난했다. 그러나 은신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인민군이 들이닥쳤다. 오빠는 인민군의 출현으로 실어증까지 보이고 인민군은 오빠의 신분을 캐기 위해 혈안이 된다. 어머니는 오빠의 행동을 선천적인 정신 불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민군에게 말했다.

 그러나 오빠는 정말로 정신적 불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오빠는 다시 후퇴하는 인민군에게 총상을 당한 뒤, 실어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죽었다. 어머니는 오빠의 시신을 화장하여 이북 고향 개풍군 땅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바람에 날려보냈다. 그것은 어머니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간 6·25의 비극과 분단에 홀로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아직도 투병 중인 어머니는 오빠의 화장과 똑같은 방법의 사후 처리를 ‘나’에게 부탁한다.

말뚝의 의미
말뚝의 의미

[주제] 6·25 전쟁의 비극과 극복 의지


[해설]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비극인 6·25 전쟁으로 인한 서글픈 현실을 사회적 배경으로 해, 한 가족의 고통스런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 인물인 화자의 엄마를 통해, 한 개인의 일생이 단순히 한 개인사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가족사·정치사·사회사·민족사·시대사·문명사 등과 얼마나 복잡하게 비극적으로 또는 희극적으로, 필연적으로 또는 우연적으로 맞물리면서 전개되는지를 드러내면서 분단의 비극을 짚어 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오빠의 죽음으로 표상되는 민족사의 비극으로, 그것은 중년 여성의 조금은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기까지 한 내면과 병치됨으로써 더욱 생생하게 부각된다. 그 비극을 회상하고 지켜 보는 중년의 시각이란 지극히 절제된 것이어서 일체의 감상과 감정의 과장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고통과 아픔을 오직 어머니와 공유할 뿐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밖으로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것, 어머니의 경우와 같이 죽음 직전에 이르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라야 겨우 터져 나올 수 있는 깊은 뿌리를 가진 것, 궁극적으로는 죽음으로밖에 치유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단의 비극이 아직도 우리의 삶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로 살아 있다는 것을 한 어머니의 정신 착란의 외피 속에서 끄집어내어 보여 준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현실 속에서 망각해 가는 사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생활감 넘친 감각을 바탕에 깔면서, 한국 전쟁 문제에 개성적으로 접근해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유형문제

[지문] 오빠의 시신은 처음에 무악재 고개 너머 벌판의 밭머리에 가매장했다. 행려병자 취급하듯이 형식과 절차 없는 매장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의 텅 빈 도시에서 우리 모녀의 가냘픈 힘만으로 그것 이상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이 수복되고 화장장이 정상화되자마자 어머니는 오빠를 화장할 것을 의논해 왔다. 그때 우리와 합하게 된 올케는 아비 없는 아들들에게 무덤이라도 남겨 줘야 한다고 공동 묘지로라도 이장할 것을 주장했다. 어머니는 오빠를 죽게 한 것이 자기 죄처럼, 젊어 과부 된 며느리한테 기가 죽어 지냈었는데, 그때만은 조금도 양보할 기세가 아니었다. 남편의 임종도 못 보고 과부가 된 것도 억울한데 그 무덤까지 말살하려는 시어머니의 모진 마음이 야속하고 정떨어졌으련만 그런 기세 속엔 거역할 수 없는 위엄과 비통한 의지가 담겨져 있어 종당엔 올케도 순종을 하고 말았다.

[A] 오빠의 살은 연기가 되고 뼈는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어머니는 앞장서서 강화로 가는 시외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우린 묵묵히 뒤따랐다. 강화도에서 내린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멀리 개풍 땅이 보이는 바닷가에 섰다. 그리고 지척으로 보이되 살 수 없는 땅을 향해 그 한 줌의 먼지를 훨훨 날렸다. 개풍군 땅은 우리 가족의 선영이 있는 땅이었지만 선영에 못 묻히는 한을 그런 방법으로 풀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모습엔 운명에 순종하고 한을 지그시 품고 삭이는 약하고 다소곳한 여자 티는 조금도 없었다. 방금 출전하려는 용사처럼 씩씩하고 도전적이었다.

어머니는 한 줌의 먼지와 바람으로써 너무도 난 것과의 싸움을 시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그 한 줌의 먼지와 바람은 결코 미약한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어머니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간, 어머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단이라는 괴물을 홀로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어머니는 나더러 그때 그 자리에서 또 그 짓을 하란다. 이젠 자기가 몸소 그 먼지와 바람이 될 테니 나더러 그 짓을 하란다. 그 후 삼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괴물을 무화(無化)시키는 길은 정녕 그 짓밖에 없는가? “너한테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부탁한다.”

어머니는 그 짓밖에 물려줄 수 없는 게 진정으로 미안한 양 표정이 애닯게 이지러졌다. 아아, 나는 그 짓을 또 한 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아직도 투병 중이시다. 박완서, <엄마의 말뚝 2>

<보기>

유형문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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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보기>를 참고로 [A] 장면을 해석하여 영상화하려고 할 때, 영상 처리 과정을 추리해 보기 어려운 것은?

<보기>

##그림: 엄마의 말뚝-2

① 배경의 설정: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엄마와 내가 유골을 안고 달리는 장면과, 바닷가에서 오빠의 한을 씻어 주려 간단한 제를 올리는 장면을 배경으로 설정한다.

② 엄마의 모습: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한국 여인의 전통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③ 엄마의 표정: 고통과 인고의 세월을 겪어온 만큼 초췌하면서도 비통한 의지가 나타나도록 연기한다.

④ 카메라 앵글: 아들을 화장해서 개풍군 땅을 향해 재를 날리는 어머니의 모습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장면을 실감나게 잡는다.

⑤ 배경 음악 선정: 엄마의 처절한 심리에 맞게 애절하면서도 끈기 있게 이어지는 우리 전통 민요의 가락으로 준비한다.

[풀이] 정답: ②. 제시된 장면은 오빠의 유골을 고향이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에서 어머니가 날리는 장면이다. 영상으로 소설 문장에 감추어진 측면을 드러낼 수 있다면, 인물의 표정 연기를 통한 내면 심리 표출, 화면상의 공간적 배치에 따른 이미지의 정서화, 그리고 배경 음악을 통한 분위기의 형성과 같은 측면일 것이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운명을 거역하는 어머니의 비통한 절규와 의지가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유형노트]

다른 장르로의 적용(適用)과 변용(變容)

지식 정보 사회로 접어들면서 매체의 다양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문학도 그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7차 교육 과정에서는 중요한 문학 작품을 다른 장르 및 매체로 변환해 보는 활동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 문항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컴퓨터, 만화, 게임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출제된 것이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풀려면 소설의 갈래상 특성과 다른 장르의 갈래상 특성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 작품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사건 전개의 양상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 및 인물 간의 관계 등을 분석해 답지와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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