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여행 민담의 상상력
출판인이 뽑은 책
거미의 여행 민담의 상상력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신화와 민담, 전설은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세상의 내력과 만물의 이치를 설명해 주었고,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보물창고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이런 이야기들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고유한 빛깔과 목소리를 뽐내기도 하고, 시대와 문화를 넘어서는 사람살이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거미 아난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민담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아난시는 서아프리카 민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온갖 속임수로 남을 골려먹는 책략가이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말썽꾼이다. 아난시가 벌이는 엉뚱하고 익살스런 소동은 기존 질서를 혼란시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구실을 한다. 자신보다 힘센 적에 맞서면서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노회함과 능청스러움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 역경을 이기며 살아 온 아프리카 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거미 아난시의 모험과 하늘에서 달이 빛나게 된 내력을 이야기한다. 길을 나선 아난시가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혀 꼼짝없이 물고기 밥에 될 참에 천리안, 길 내기, 돌 던지기 등 남다른 재주를 지닌 아난시의 여섯 아들이 차례로 재주를 발휘해 곤경에서 벗어난다. 아난시가 숲 속에서 빛나는 구슬을 발견하고 누구에게 상으로 줄까 고민하다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늘에 두는 바람에 달이 생기게 됐다는 내용이다.
전형적인 민담의 특징을 고루 갖춘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매력적인 말썽꾼 아난시의 진면목과 특유의 발칙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보다는 대담하고 강렬한 색상과 아프리카 전통 무늬를 잘 활용한 상징적인 형태들이 역동적으로 짜인 독특한 그림을 읽는 즐거움이 더 크다. 군더더기 없는 기하학적 도형들이 빚어내는 세계가 매혹적이다. 단순하고 명쾌하면서 기발하다. 특히, 아난시와 여섯 아들의 캐릭터는 무엇 하나 뺄 것도 덧붙일 것도 없어 보인다. <거미 아난시>(정하섭/우리교육)와 <이야기 이야기>(게일 헤일리/보림) 등도 읽어 보면 좋겠다.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열린어린이/8800원. 최정선/보림 편집주간 ebony@borimplc.co.kr
한국사 ‘씨줄과 날줄’ 한눈에 요즘 청소년 역사책들은 연대기순으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통사식’ 접근 대신,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주제별’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한솔교육이 내놓은 ‘테마 한국사’ 전집도 마찬가지여서 각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사건, 인물, 제도, 생활, 문화 등을 중심 주제로 잡아 한국사를 풀어 나간다.
이러다보면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전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테마 한국사’에선 그 주제들이 각각 단절되기보다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큰 사건들을 40개의 주제로 나눈 뒤 다시 전체 역사의 큰 흐름 속으로 연결하고 있다. 즉 통사식 접근의 장점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40개의 주제를 다시 크게 묶으면 정치사, 생활사, 공간사 등 3개 영역으로 나뉜다. 정치사 영역에서는 <호족에서 귀족으로>, <한강을 둘러싼 삼국의 다툼> 등 사건, 인물, 제도, 전쟁과 외교를 중심으로 역사 흐름을 조망한다. 공간사로 접근한 책들은 그 시대 사람들이 살던 공간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꾸몄다. 8권 <천년 도읍 경주>를 보면 역사적 사료들을 최대한 동원해 경주를 당시 실제 모습과 가깝게 복원해 놓고 있다. 의식주와 교육, 놀이 등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전개한 생활사 책들은 옛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테마 한국사’는 서술방식에서도 남다른 시도를 많이 했다. ‘역사 속으로', ‘이러쿵저러쿵’, ‘역사 속 Q & A’ 같은 코너가 그렇다. 임시정부를 어디에 세울까라는 문제를 놓고 상하이 정부 대표와 대한민국 의회 대표가 토론하는 장면을 실제인 것처럼 현장 중계하거나, 임진왜란 때 피난 길에 오른 선조를 기자가 만나 가상 인터뷰를 시도한 장면 등은 역사를 현재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등 최현대사를 다룬 점도 눈에 띈다. 초등 전학년. 테마한국사 편찬위원회 지음. 전40권, 각권 9800원.
한국사 ‘씨줄과 날줄’ 한눈에 요즘 청소년 역사책들은 연대기순으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통사식’ 접근 대신,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주제별’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한솔교육이 내놓은 ‘테마 한국사’ 전집도 마찬가지여서 각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사건, 인물, 제도, 생활, 문화 등을 중심 주제로 잡아 한국사를 풀어 나간다.
한국사 씨줄과 날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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