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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오지학생 원격수업 “교육 소외는 없다”

등록 2005-07-24 16:57수정 2005-07-24 21:26

이러닝 공부가 바뀐다-오스트레일리아 ‘오픈 액세스 칼리지’
이러닝 공부가 바뀐다-오스트레일리아 ‘오픈 액세스 칼리지’
<2부> 해외에서 배운다-③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액세스 칼리지’

 “안녕, 리치! 숙제는 다 했니?”

 “예. 그런데 화면이 자꾸 끊겨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글쎄. 선생님이 확인해 볼게. 자, 오늘은 역사 시간이다. 시작해 볼까?”

지난달 30일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시 ‘오픈 액세스 칼리지’의 한 교사실. 카렌 처치 교사는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7시간 떨어진 사막 지역의 오지 앨리스 스프링스에 사는 12살 리치와 화상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 방식은 컴퓨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일대일 사이버 강의. 처치 교사는 수업 자료를 전자우편을 통해 리치에게 미리 보내고, 약속된 시간이 되면 리치와 함께 각자의 컴퓨터를 켠 뒤 수업을 시작한다. 1시간 수업이 끝나면 다른 과목 담당 교사가 리치와 연결해 수업을 한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나고 자란 리치는 지금까지 학교를 가 본 적이 없이 원격 교육만으로 학교에 다닌다. 처음엔 전화로 교사들과 만났으나 3년 전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동영상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인구에 견줘 땅덩이가 매우 큰 오스트레일리아의 원격 교육은 30여년 전부터 시작될 만큼 역사가 깊다. 학교를 세울 수 없는 인구 희박 지역의 학생들에게 도시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할 필요에서였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교육부 로저 에드몬드 이스쿨링 서비스 매니저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이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게 나라 설립 초기 단계부터 일관되게 지켜 온 교육 기조”라고 설명했다.


집중도 높이려 6~8명 학생과 화상토론

오스트레일리아 8개 주정부는 멀리 동떨어져 살거나 오지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원격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학교를 운영한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오픈 액세스 칼리지처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닌다. 개설 과목 수는 30~35개 가량으로 정규 학교에 개설돼 있는 과목과 똑같다. 오픈 액세스 칼리지의 킴 벨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매니저는 “교사 수가 적어 모든 과목을 개설하기가 힘든 시골의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나 해외에 나가 있지만 온라인으로 원격 교육 받기를 희망하는 오스트레일리아 학생들을 위해 모든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 교육은 직접 만나 가르치고 배우는 면대면 교육에 비해 수업의 긴장감과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수업의 상당 부분을 6~8명의 학생이 얼굴을 보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센트라 심포지엄’이라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토론 수업이 진행되는데, 실제 교실 수업 못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센트라 심포지엄은 또 시골 지역 작은 학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 학습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원격 교육은 초기에는 전화만을 이용하다가 요즘은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원격교육은 24시간 교사와 학생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커뮤니티 형성이나 프로젝트 학습 등을 진행하는 데 아주 효율적이다. 오픈 액세스 칼리지도 인터넷(oac.janison.com/toolbox/desktop/default.asp)을 활용한 쌍방향 수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이 사이트를 통해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의 과제물이나 작품 등을 보며 자신과 비교해 볼 수 있고, 특정 주제를 내놓고 온라인 토론도 진행할 수 있다.

오픈 액세스 칼리지 프로젝트 매니저 샤론 모리슨은 “오스트레일리아 원격 교육의 인프라 수준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십 년 간 운영하면서 쌓아 온 노하우로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준다는 지향점만은 분명하게 지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집행력 약한 주에선 어려움도

물론 오스트레일리아의 원격 교육에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 연방국가이기는 하지만 주별 독립성이 상당히 강해서 원격 교육 프로그램 호환에 일부 지장을 받는 등 나라 전체에 통일성을 이루기가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재정이 취약하거나 교육부의 집행력이 약한 주에서는 원격 교육도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기도 한다. 연방정부 교육부 혁신연구팀 비비안 테오 박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모든 지역에서 적절한 교육이 진행되도록 하는 데 이러닝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캔버라·애들레이드/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루이스 웰스 오스트레일리아 교육부 이러인 담당관
루이스 웰스 오스트레일리아 교육부 이러인 담당관

“다양한 학습가능성 제공하는데 무게”

루이스 웰스 오스트레일리아 교육부 이러닝 담당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 교육부 루이스 웰스(사진) 이러닝 담당관은 “오스트레일리아 학교 이러닝 정책은 관련 기술 수준을 올리는 것보다는 이러닝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닝 인프라 상황을 얘기해 달라.

=컴퓨터 보급률은 70%에 이르고, 인터넷 이용률은 이보다 약간 낮다. 5~8살 어린이의 70%, 12~14살 학생의 94%가 집에서 인터넷으로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 5명당 1대 꼴로 컴퓨터를 보급하려고 힘쓰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이러닝의 목표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날 때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자신감 있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방정부가 이러닝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5개 실천 지침을 갖고 있다. 사람, 인프라, 콘텐츠, 정책 얼개 작성, 제도적 얼개 작성 등이다. 이에 따라 교사 연수나 학교-기관-대학 간 파트너십 형성, 초고속망 확대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를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8개 주정부 교육부와 뉴질랜드 교육부가 참여하는 ‘오스트레일리아 고용·교육·청소년 회의’(MCEETYA)에서 1년에 한 차례씩 전체 회의를 열어 이러닝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데, 나라 차원의 이러닝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캔버라/글·사진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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