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설명회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수시 모집에서 우선 선발은 수능시험 조건을 충족하며 논술고사를 잘 본 순서로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능시험 점수순으로 줄을 세운 다음 논술고사로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수능시험 성적이 논술고사보다 우선이라고 하면서요. 맞는 말인지요? 사실이라면 수능시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을 모두 1등급이 되게 하는 데 목표를 둘 게 아니라 무조건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요? 수시 모집 우선 선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문과생으로 연·고대 경영대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먼저 수시 모집에서 수능시험 성적은 절대 점수로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수시 모집에서 수능시험 성적은 최저 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학이 수시 모집에서 수능시험 성적을 점수화하여 논술고사와 함께 학생 선발 전형 요소로 반영한다면 이는 법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학원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학원이 잘 모르고 한 것이거나, 수능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시 모집에서 우선 선발은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일반 선발보다 높게 정하고 그 기준에 해당하는 지원자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해당 모집 인원을 선발하는 제도로, 대학이 제시한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해야만 선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때 수능시험 성적은 단 1%라도 학생 선발 전형 요소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수능시험을 제외한 학생부와 논술고사 등에 의해서 전형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다만, 수시 모집 우선 선발 기준을 충족하는 지원자가 모집 인원과 같거나 이보다 적다면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합격을 보장받을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수시 우선 선발 인원이 50명인데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한 지원자가 50명이라면 모두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선 선발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불합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선발에서 떨어진 지원자와 일반 선발의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들을 동등한 자격으로 보고, 다시 학생부와 논술고사 등의 성적으로 해당 모집 인원을 선발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발은 수험생이 ‘난 우선 선발에 지원한다, 난 일반 선발에 지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이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우선 선발 합격자를 먼저 선발하고, 그다음에 일반 선발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즉, 두 번의 합격자 선발을 대학이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실시합니다.
고려대·연세대 경영대학은 수시 모집 일반 전형에서 우선 선발과 일반 선발을 실시합니다. 이들 대학의 수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은 우선 선발이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모두 1등급, 일반 선발이 2개 영역 2등급 이내로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 선발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고려대의 경우 우선 선발(모집 인원의 60%)은 논술고사 80% + 학생부 20%로 뽑고, 일반 선발은 단계별 전형으로 뽑습니다. 1단계에서 논술고사 50% + 학생부 50%로 모집 인원의 3~5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논술고사 40% + 학생부 40% + 면접 20%로 선발합니다. 연세대 경우는 단계별 전형 없이 우선 선발(모집 인원의 70%)은 논술고사 70% + 학생부 30%로, 일반 선발은 논술고사 50% + 학생부 50%로 선발합니다.
이와 같은 연·고대의 수시 모집 학생 선발 방법으로 볼 때 수능시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도록 노력하면서 논술고사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능시험은 1등급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을 넘어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수시 모집에서 불합격하게 되면 정시 모집에 지원해야 하는데, 정시 모집은 수능시험 1, 2점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수능시험이 논술고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1월8일 수능시험에서 최고의 점수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길 거듭 당부합니다.
입시분석가/한겨레교육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