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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와 수학의 첫 만남은 재미있어야

등록 2012-03-12 12:09

꼴찌 아들 우등생으로 만든 엄마표 공부법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실생활에서 수학개념 찾아야
지인의 아들이 명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지인은 아들이 그 복잡하기만 한 수학을 전공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예전에 아들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야 전공으로 배운 수학이지만 사회에 나가 대체 어디에서 써먹을 수 있겠니?”

아들은 그 물음에 아버지의 평소 수학에 대한 생각을 알고 있었기에 “별로 써 먹지 않아요”라고만 대답하였다고 한다. 지인은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서 끙끙거리며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아들이 대답한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줬다. 수학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나의 반응은 어떠하였을까? 나 또한 당연히 지당하신 말씀이라 생각했다.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대체 왜 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는 그렇다고 쳐도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는 또 얼마나 갈수록 수학이 복잡해지는가? 기호며 공식이며 생활하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어려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나? 학교에 다니며 수학 때문에 골머리를 썩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그렇듯이 생각은 생각일 뿐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할 수도 없다.

이유를 몰라도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학교과서를 펴놓고 열심히 수학공부를 했다. 아마 예전에 이렇게 공부했으면 필경 수재 소리를 들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할수록 수학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수학이 정말 재미있어졌다. 가장 큰 재미는 답이 딱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숨은그림찾기에서 무엇인가 알아냈다는 자아도취의 기분도 느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래서 수학을 좋아하고 전공하는 것이구나! 수학은 사고력이고 수학을 배워야 개념이 생긴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저 배워야 하기에 외우고 가르치려던 나의 공부법이 달라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학습에서 수학이 가장 중요한 학습으로 올라섰다. 아들과 수학의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구구단을 못하니 집에서 반드시 지도를 부탁드린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 이후로도 가정형편상 아이는 4학년 때까지 숫자랑은 놀아본 적도 없이 수학과는 아주 멀어져버렸다. 이렇게 방치되었던 아들을 붙들고 수학을 가르쳤다. 내가 깨달은 바가 있으니 수학을 단지 시험 성적을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 때문에 배워보자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수학 개념은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문구점에서 필기도구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것이 수학이다. 버스를 타고 차비를 내는 것도, 원을 그리며 노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모두 수학의 기초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우유를 먹고 나면 그 우유갑을 모으거나 혹은 선물 상자를 모아뒀다가 정육면체, 직육면체, 원기둥 등을 자연스레 가르쳤다. 글자와 숫자로만 접하는 수학은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실생활의 수학은 아이에게 쉽게 다가왔다. 재미있게 배운 결과였는지 도형을 가장 잘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같은 계산식 문제에서도 기본적인 규칙과 공식을 재미있게 익히게 하고 반복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소수점, 분수까지 같은 맥락이어서 아이는 거부감 없이 문제에 다가가며 쉽게 풀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흥미있어하는 놀이를 엄마가 함께 하면서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심어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복잡한 계산, 수학이라 하여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며 지레 포기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수학시간이 되면 들을 생각도 없이 엎드려서 잠을 잔다는 이야기를 엄마들이 많이 한다. 수학은 머리 아프다는 생각이 이미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과 아이의 첫 만남이 재미있어진다면 아이의 생각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김민숙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공부하기> 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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