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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원인·결과를 추측하는 과정에서 문제 이해하고 해결해

등록 2012-03-19 12:08

토론을 할 땐 주장을 한 뒤, 논리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야 설득력이 높다. 사진은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토론을 할 땐 주장을 한 뒤, 논리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야 설득력이 높다. 사진은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8. 디베이트의 초석-추리, 논리, 오류
틀린 논리 지적·해명하며 논리적 사고력 키워
오류 챙기면 지적 활동에서 오는 기쁨 맛봐

하늘에 두터운 검은색 구름이 있으면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무엇인가를 근거로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추리’라 한다. 디베이트 학습에서는 추리가 매우 중요하다. 추리는 크게 귀납추리와 연역추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귀납추리는 비슷한 사례들을 묶어 하나의 판단으로 일반화하는 방식으로 유비추리와 인과추리가 있다. 유비추리는 비슷한 상황에 빗대어 판단하는 것으로 “엄마, 잔다르크가 누구야?” “응, 프랑스의 유관순이야”와 같은 일상 대화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유비추리를 통해 아이들은 궁금했던 내용을 긴 설명 없이 알아듣는다. 인과추리는 정보의 원인을 알아보거나 그 결과를 예측해 보는 추리이다. 가능성에 불과하더라도 원인 혹은 결과를 추측하는 과정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역추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신념만을 엮어서 새로운 판단을 만들어 내는 추리 방법이다. 귀납추리는 개연적인(그럴 수도 있는) ‘참’을 주는 데 반해 연역추리는 절대적인 ‘참’을 준다. 수학의 정답처럼 100%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도 죽는다’와 같은 방식이다. 여기에서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대전제, ‘나는 사람이다’는 ‘소전제’라 한다. 그리고 ‘그러므로(따라서) 나도 죽는다’는 결론이다. 연역추리는 반드시 대전제와 소전제의 믿을 만한 전제들을 근거로 해야 한다. 그런 믿을 만한 전제들이 일정한 포함관계에 따라 하나의 판단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추리로 만들어지는 결론이 항상 옳지는 않다. 논리를 어겼을 때나 전제들의 포함관계가 어울리지 않았을 때 ‘오류’라 한다. 오류는 대개 연역논리를 어긴 형식적 오류와 귀납논리를 비롯한 상식적 논리를 어긴 비형식적 오류로 나눈다.

디베이트 학습에서 학생들은 오류를 자주 범한다. ‘인신공격의 오류’는 의견 자체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서 “여자가 뭘 안다고 그래?”와 같은 예로 설명이 가능하다.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내세워 주장하거나 대중을 선동하여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식인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 그래요”와 같은 예가 있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어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선생님도 못하면서 우리보고 잘하라고 그러세요?”와 같은 예가 해당한다. “신을 믿지 않는다니 무신론자군요”와 같이 흑 아니면 백이라고 주장하는 ‘흑백사고의 오류’도 자주 범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 중에 “너 자꾸 그러면 맞는다”와 같이 동의를 얻기 위해 논쟁하기보다는 위협을 사용해 ‘공포에 호소하는 오류’가 있다.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인과의 오류’도 많이 저지르는데, 특히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났다고 해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성적이 안 좋은 것은 분명히 오락을 너무 많이 해서야”와 같은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오류다. “그 사람이랑 하루 같이 지내봤는데 믿을 만한 사람이에요”와 같이 적절한 근거가 부족한데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경우다. 별로 비슷하지도 않은 두 관계를 비유해서 추리하는 “엄마는 티브이 보는데 왜 난 안 돼요?”와 같은 주장은 유비추리의 오류에 해당한다.

디베이트 학습을 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주장하는 의견들을 경청하다 보면 이런 오류들을 자주 보게 된다. 논제에 적합한 주장을 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장신구 착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제로 디베이트를 할 때 찬성쪽에서 “경주의 천마총이나 공주의 무령왕릉을 가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장신구 착용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대쪽에서는 찬성쪽의 논리적인 오류를 지적했다. 즉 “논제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장신구 착용을 하는 행위의 장단점을 알아보는 것인데, 우리 조상들의 장신구 착용을 말함으로써 주제에서 벗어났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찬성쪽의 주장은 논제를 벗어난 ‘타당성의 오류’로서 비논리적인 주장이었던 것이다.

서로 오류를 찾아내어 지적하고 해명하는 가운데 논리적 사고력이 한층 더 커진다.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중 저질렀던 오류를 정리해주면 학생들은 매우 흥미로워한다. 학생들에게 지적 활동이 주는 깊은 기쁨을 맛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추리와 논리, 오류를 정확하게 알고 실행하는 것은 디베이트의 초석인 동시에 성공의 지름길이다.

황연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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