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3일 경기도 남양주 와부고 2학년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최선하 교사 제공
최선하 경기도 남양주 와부고등학교 영어 교사 인터뷰
제도·교재 바뀌어도 자신만의 학습법 체화해야
모든 영역은 한 몸, 영역별 초점 맞추지 말아야
제도·교재 바뀌어도 자신만의 학습법 체화해야
모든 영역은 한 몸, 영역별 초점 맞추지 말아야
“사교육이 불안감을 조성한다. 사교육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들은 빨리 더 많이 요구하지만 작더라도 자신만의 학습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9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난 최선하(41·사진) 와부고 영어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지만 그는 시험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지 자신만의 학습 방법이 확실하다면 사교육을 굳이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 교사는 지난 2월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연 ‘제13회 교실수업개선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에서 ‘교과서 소재 활용 주제중심 수업 모형을 통한 학생들의 4C 향상’이란 주제로 중등부 1등급을 받았다. 4C(Communication, Content, Creativity, Character) 가운데는 의사소통능력이 포함되는데, 이 능력은 앞으로 시행될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National English Ability Test, 이하 국영시)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이다. 국영시 도입이 발표됨에 따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거라는 학부모들의 고민이 많다. 19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한 최 교사의 생각을 <함께하는 교육>이 들어봤다.
국가영어능력시험을 올해 시행할 예정이다. 아직 결정은 안 났지만 수능 외국어 영역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국영시에 관심이 쏠린다.
“국영시란 국가에서 아이들에게 영어 학력 기준을 정해주기 위해 만든 시험이다. 수능 외국어 영역이 너무 어렵고 문제 풀이 위주로 돼 있어 도입했다.”
학부모들은 국영시가 도입되면 어릴 때부터 말하기·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생각을 딱딱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영어는 영역별로 초점을 맞춰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다. 말하기·듣기·읽기·쓰기 영어교육의 본질은 같다. 앞·뒤·옆모습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하기·읽기·듣기·쓰기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들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건 당연히 읽을 수 있다. 영어 공부는 기본적으로 어휘를 익히고, 계속 써 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기술만 학습해서 특혜를 본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국영시 대비해서 학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영시 대비 전문 학원들이 많은데, 사실 학교 교사가 연수를 받았지 사교육 업체에 국영시가 공개된 건 아니다. 나도 지난해 여름방학 교육방송(EBS)에서 교사 대상으로 진행한 국영시 관련 연수를 40시간 받았다. 연수를 받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란 의문이 있었으나, 문항개발 연수를 받은 뒤엔 관련 수업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많은 현직 교사들이 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사교육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사교육이 불안감을 조성한다.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어떤 교재가 나오고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학생이 주어진 기간 동안 자신한테 맞는 학습 방법을 만들어 공부한다면 어차피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빨리 더 많이 요구하지만 작더라도 자신만의 학습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영시 도입이 필요한가?
“읽기와 듣기 시험 위주로 공부하면 영어로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을 신장하자는 교육 목표에 역행한다. 현재 아이들은 받아들이는 방법인 읽고 듣는 능력은 수준이 높지만 말하고 쓰는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4개 영역의 균형을 맞추자는 국영시 도입 취지는 바람직하다.”
국영시가 수능보다 발전한 평가 방법인가?
“국영시에선 읽기와 듣기 비중이 떨어지고 난이도가 낮아졌다. 평가 방법이 달라지면 교육 내용과 목표가 달라진다. 국영시는 평가 방법이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 개선되리라 전망한다. 영어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영시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말하기와 쓰기 시험이 추가됐다.
“말하기와 쓰기가 새로운 교육과정은 아니다. 이미 기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교사들이 잘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이들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읽기·듣기 위주의 문제풀이가 영어학습의 중심이었고, ‘많이 들으면 저절로 말할 수 있다’가 예전 교육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영어로 자기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평소에 영어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쓰지 못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언어력이고 창의성이다. 국영시는 수능 외국어 영역보다 수준은 조금 낮아질 수 있지만 더 실용적이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말하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나?
“아이들은 수준 높은 글을 읽어도 질문엔 한 단어 수준으로 답한다. 예를 들어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가?’라고 영어로 물으면 ‘하마’(hippo), ‘거리’(street)라고 답한다. 질문을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완전한 문장으로 답하는 연습을 강화하면 공교육에서도 충분히 말하기 교육이 가능하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영역이 쓰기다. 특히 채점 과정이 공정한가에 관심이 많다.
“한 문단에 한 아이디어만 써야 한다.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질문에 나온 단어가 답안에 들어가 있느냐가 기준이다. 예전엔 채점 기준이 불분명한 면이 있었지만 영역별로 채점 연수가 이뤄진 뒤 기준이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채점 기준이 있고, 채점 기준에 맞춰 채점을 한 사람들이 뽑혔기 때문에 믿어도 될 것이다. 많은 분이 여러 번에 걸쳐서 채점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읽기·듣기 영역은 기존에도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별히 국영시에 대비할 방법이 있나?
“영어의 모든 영역은 한 몸이다. 읽기는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에 회화 영역과 접목하기 좋다. 교과서 주제에 맞춰서 퀴즈를 만든 뒤 교과 내용에 맞춰 혼자 생각하게 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 뒤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또다른 학생에게 질문하고, 학생도 교사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들을 땐 전체적인 핵심을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 우리말도 상대방이 빠르게 말하면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 어렵다. 영어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빠르게 말한다면 말을 천천히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질문하는 표현도 계속 발전한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 임태희, 사찰범들 입막음용으로 금일봉 건넸나
■ 정몽준, 박근혜에 ‘직격탄’
■ 큰누나 만난 이건희, 소송전 ‘대열 정비’
■ ‘영업이익의 140배’ 안랩 주가, 어떻게 봐야 하나
■ [고종석 칼럼] 박노자 생각
최선하 교사
■ 임태희, 사찰범들 입막음용으로 금일봉 건넸나
■ 정몽준, 박근혜에 ‘직격탄’
■ 큰누나 만난 이건희, 소송전 ‘대열 정비’
■ ‘영업이익의 140배’ 안랩 주가, 어떻게 봐야 하나
■ [고종석 칼럼] 박노자 생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