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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유아 교육비·보육비 지원 확대정책에도
사립유치원 편법 인상에 학부모 부담 안준다

등록 2012-03-21 21:48수정 2012-03-21 23:27

부대비용은 ‘부르는게 값’
해 바뀌자 35.9% 인상도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
맞벌이를 하는 김아무개(45)씨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4) 앞으로 나온 3월 유치원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달에 39만5000원이었던 교육비 명세는 그대로였지만, ‘종일반비’ 명목으로 14만2000원이 추가돼 모두 53만7000원을 내라고 적혀 있었다. 유치원비가 35.9%나 뛴 셈이다. 지난해까지 모두 종일반으로만 운영하던 유치원은 안내서에서 올해부터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분반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김씨는 “다른 도시에 살 땐 운이 좋아 아들을 공립 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는데 고양으로 이사 온 뒤 살펴봤더니 인근에 공립이 한군데밖에 없었고, 이미 정원도 다 찬 상태였다”며 “그나마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해 평판이 좋은 사립을 골랐는데 이런 편법을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교육을 시장에 맡기면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은 공공재라기보다는 이윤을 남기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공립 유치원 등 유아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공립 유치원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부모들은 사립 유치원들이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고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전아무개(38)씨도 3살이 된 아들을 공립 유치원에 보내려 했지만, 이미 대기자가 꽉 차 있어 금세 포기했다. 공립 유치원에 보내려면 1년 전부터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들에게 형제가 있기 때문에 입학에 유리하다는 정보도 입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신 보낸 사립 유치원에서는 지난 2월 입학전형료 3만원과 입학비 17만원을 요구했다. 이어 한달 수업료 32만5000원, 급식비 5만원, 영어교육비 1만5000원을 줄줄이 청구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 1년 생활을 사진첩으로 만들어준다며 앨범 신청비 5만원도 요구했다. 결국 한달 사이 64만원이 지출됐다. 전씨는 “국공립은 사립보다 교사의 수준이 높고, 교육비도 한달에 7만원 정도면 족하다고 들었지만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사립 유치원은 회계가 너무 불투명해서, 내가 낸 교육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 3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의 교육비와 보육비를 지원하는 ‘만 5살 누리과정’을 시행한 데 이어 내년 3월부터는 ‘누리과정’ 대상 아동을 만 3~4살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사립 유치원들이 지금처럼 정규 교육비 외에 다른 비용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교육비를 편법 인상하면 학부모들의 실제 부담은 줄지 않게 된다. 누리과정이 시행되더라도 만 5살은 월 20만원, 만 3~4살은 22만원의 교육비만 지원된다.

공립 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져 4살짜리 딸을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조아무개(36)씨는 “유치원에서 명목을 만들면 힘이 없는 학부모는 그냥 낼 수밖에 없다”며 “누리과정 확대도 좋지만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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