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는 모습. 쉬는 시간을 활용해 학습을 잘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종식 기자
이지은의 통통! 학습법
쉬는 시간 10분, 1년 모으면 141시간…절반만 활용해도 70시간
잠자기·수다로 때우지 말고 복습이나 영어 단어 외우면 효과 커
쉬는 시간 10분, 1년 모으면 141시간…절반만 활용해도 70시간
잠자기·수다로 때우지 말고 복습이나 영어 단어 외우면 효과 커
사례 1 성빈이는 쉬는 시간에 영어단어를 외운다. 방학 동안에는 매일 단어 외우기를 했는데 개학 후에는 좀처럼 틈이 나지 않자 쉬는 시간을 택한 것이다. ‘10분 동안 하나는 외우겠지’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요즘은 방학 동안 외웠던 분량을 매일 그대로 채우고 있다. 2주 정도 실천하면서 요령도 생겼는데, 등교 후 비는 시간을 포함해 오전 중 쉬는 시간에 외운 단어들은 점심시간에 다시 한 번 복습을 한다. 집에 돌아가서는 오후에 외운 단어들을 복습하고 잠들기 전에 그날 외운 단어를 다시 한 번 본다. 무엇보다 단어 외울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어 대만족이다.
사례 2 주연이의 쉬는 시간 활용은 많은 잠 때문에 시작됐다. 학교 다녀오면 쉬고 싶은 마음에 잠시 낮잠을 자는데 매일 두 시간이 넘는 낮잠 시간이 아까웠던 것이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고 한 시간으로 줄였더니 졸음이 멈추지 않았다. 주연이는 낮잠을 줄이기보다는 쉬어도 되는 시간에 공부를 하기로 했다. 매일 6~7교시 수업이 있으니 10분씩 쉬는 시간만 해도 한 시간이 넘는다. 모든 쉬는 시간에 공부를 하면 낮잠을 한 시간 제하는 셈 치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학교에서 쉴 틈 없이 공부를 했으니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잘 때도 부담이 없다. 매 시간 복습은 물론 숙제와 문제풀이까지 모두 쉬는 시간을 활용한다. 쉬는 시간 공부를 하면서 수업 집중도도 높아졌다.
쉬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에 무얼 하며 보내는지 써 보라고 하면 재미있다. 반 이상은 쓰는 걸 까먹어 빈칸이 그대로이고, 적은 것들도 화장실 가기, 교실 이동, 체육복 갈아입기, 교과서 빌려오기 등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는 쉬는 시간 10분 중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은 잠이나 수다, 게임, 매점 등 시간 때우기로 지나가는 것이다.
1년 동안 방학을 제외하면 약 8.5개월 동안 학교를 다니게 된다. 하루에 쉬는 시간이 적어도 다섯 번, 한 달에 20일만 등교를 한다고 계산해 보면 10(분)×5(회)×20(일)×8.5(개월) 총 8500분이다.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141시간이 넘는다! 그중에 반을 다음시간 준비로 쓴다고 해도 70시간이 남는다. 원래 쉬라고 주어진 시간이기는 하지만 야무지게 활용한다면 모든 휴식을 대신할 만큼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공부 소재를 정한다
쉬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 토막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오랜 시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언제라도 덮었다가 펼치면 바로 집중할 수 있는 공부가 좋은데, 문제풀이나 영어단어 외우기, 직전 수업의 복습, 독서 등이 적당하다.
복습은 수업에 대한 망각이 진행되기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적극 권한다. 수업 시간에 집중했다면 1~2분 정도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하고, 남은 시간은 독서나 문제풀이 등 다른 공부를 하면 된다. 문제풀이는 복습한 과목의 문제집을 골라도 좋고, 쉬는 시간에만 푸는 문제집을 정해두어도 좋다.
‘쉬는 시간 전용 공부’를 정할 때에는 수학 서술형이나 영문법 등 평소 공부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시간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정해보자. ‘해야 되는데’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고 공부하는 시간이 짧으니 지루할 틈도 없다.
한 문제, 단어 하나, 한 줄이라도 공부한다
쉬는 시간 활용에 실패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그 시간에 뭘 얼마나 하겠느냐’는 태도다. 하지만 시간은 돈과 같아서 쪼갤수록 늘어난다. 단 한 문제, 단어 하나라도 공부할 수 있다면 책을 펴야 한다.
수업이 끝나면 책을 덮지 말고 그대로 훑어보는 1분 복습을 하고, 이어서 쉬는 시간 공부를 하면 된다. 쉬는 시간에 볼 책은 항상 책상 밑에 넣어 두고, 보던 페이지에 펜을 끼워 두어서 지체 없이 바로 펼칠 수 있도록 하자.
남은 쉬는 시간이 1~2분밖에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잠깐이라도 집중하면 서너 문제는 풀 수 있고 집중의 효과는 다음 수업시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때라도 집중하도록 연습이 된 두뇌를 가진 학습자는 모든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60%만 실천해도 성공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 공부를 하고 싶어하면서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꺼린다. 친구들의 시선 때문이다. 특히 교실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1~2 학생들의 곤란함이 크다. 그 이상이 되면 비교적 실천이 수월해 지는데, 굳은 다짐으로 시작하더라도 현실에는 의지와 무관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우울한 날은 실천 확률이 떨어지기 마련. 체육이나 실험, 실습, 이동수업이 있을 때도 어렵다.
혹여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1분 복습과 책상정리, 화장실 다녀오기 등 필수적인 몇 가지의 행동을 하고 나면 10분의 쉬는 시간 중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5~7분 정도이다. 따라서 쉬는 시간의 100%를 모두 욕심내는 것은 무리다.
모든 쉬는 시간 중 60%를 실천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내가 쓸 수 있는 쉬는 시간을 계산해 보자. 5주 동안 공부하기로 해서 총 1250분이 예상되더라도 나의 실천 목표는 그것의 60%인 750분이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쉬는 시간을 활용한 결과를 예측해 본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나는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예측해 보자. 영어단어를 몇 개 외울 수 있는지, 독서를 몇 페이지 또는 몇 권 할 수 있는지, 수학 문제를 몇 문제나 풀 수 있는지 미리 적어 두자. 이 구체적인 예상치가 나의 실천 동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쉬는 시간은 매번 정확하게 돌아오는 자투리 시간이다. 한 달이면 얼마나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내가 갖고 있는 문제집이 조금 두꺼운가? 그렇다면 2~3개월을 단위로 계획을 세워보자. 오늘부터는 쉬는 시간도 나의 꿈에 가까이 가는 데에 동원된다.
아침자습시간, 점심시간을 함께 활용한다
학교생활 중에는 쉬는 시간 외에도 자투리 시간이 많다. 매일 규칙적인 시간만 해도 아침 등교 후 1교시 전의 시간과 점심시간이 상당하다. 그 시간들을 활용하면 쉬는 시간의 공부는 훨씬 탄력이 붙는다. 아침 자습시간과 1~3교시까지의 쉬는 시간을 묶고, 점심시간과 5~7교시까지의 쉬는 시간을 묶어 다른 공부를 하면 오전·오후의 기분도 달라지고 지루함도 덜하다. 사례의 성빈이처럼 점심시간을 오전 공부의 복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개학 후 한 달여, 새 학년 적응이 잘 되었다는 증거는 가장 먼저 쉬는 시간에 나타난다. 새 친구가 어색하던 학기 초에는 친구를 만나러 옆 반에 가거나 자리를 지키며 공부를 하는데, 3월 말쯤 되면 교실 안에서 제법 큰 소리로 웃고 떠들 만큼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날씨와 함께 학교생활의 긴장도 풀어지기 쉬운 요즘, 쉬는 시간 모으는 공부습관에 욕심을 내 보자.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 <공부를 통째로 꿰뚫는 통공부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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