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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철학은 인간에게 ‘새로운 눈’을 준다

등록 2012-03-26 16:49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2. 철학, 거의 모든 생각의 시작 - ④철학과 인접분야
<철학정원>
김용석, 한겨레출판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 효형출판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웅진지식하우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나타나 제발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그건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야”라고 답한다. 그리고 참을성 있게 풀밭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가 곁눈질을 하고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타인과의 관계와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으면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말없이 상대를 길들이는 방법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또 그만큼 기다릴 시간적 여유도 참을성도 잃어버린 지 너무 오래되었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말은 현대인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인지도 모른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로 확장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신뢰를 성찰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소통의 맥락과 커뮤니케이션의 철학을 읽어내기 위해서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우리들의 생각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시작된 삶에 대한 고민들이 점차 학문으로 세분화되었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더 많은 호기심으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 모든 생각의 바탕이 바로 철학이다. 그래서 특정 분야가 철학과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으며 또한 철학적 관점이 필요 없는 분야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이렇게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예술, 학문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생각의 틀을 제공하고 조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일깨워준다.

철학이라는 정원에서 꿈꾸는 철학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 정원에서 고전을 읽던 김용석은 <철학정원>이라는 책을 선보인다. 지금의 나는 누구일까, ‘합리적 비극’은 가능할까, 사랑은 계산을 초월하는가, 우정은 친구 사이의 문제일 뿐인가, 우리는 얼마나 놀 줄 아는가, 인간도 물질처럼 탐구할 수 있는가와 같은 수많은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화려한 철학의 정원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끊임없는 질문이 생길 때마다 고전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철학의 시작은 ‘질문’이고 우리는 삶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하기 때문이다.

마흔일곱 권의 책과 여덟 편의 영화로 꾸민 철학 정원에는 동화, 문학, 영화, 철학, 정치·사회·문화·사상, 과학으로 나누어 다양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편안하게 산책하며 다양한 분야에 질문을 던지고 철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전을 통해 철학을 한다는 말은 철학적 관점으로 고전을 다시 읽어본다는 의미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놓칠 위험도 안고 있지만 고전의 현재적 유용성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 필요한 생각의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며 걷다가 우물에 빠진 탈레스를 꺼내주면서 하인은 “제 발밑 일도 모르는 주제에 하늘의 일을 알려고 하십니까(407쪽, 플라톤 대화편 <테아이테토스>)”라고 핀잔을 주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효하다. 바로 내 주변의 사람들, 내 앞날도 가늠하기 어려운데 하늘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이 책은 바로 내 주변의 일과 나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예술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과 영화는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영화는 모든 갈래와 만날 수 있고 모든 학문과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주는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를 통해 철학의 외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철학을 해석한다. 아니 영화에 나타난 철학적 질문에 해석을 시도한다. 말하자면 철학이 영화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철학을 캐스팅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매체의 특성상 영화는 새로운 작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언제 봐도 가슴을 울리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트루먼 쇼>와 <굿 윌 헌팅>에서부터 <뷰티풀 마인드>, <메멘토>, <일 포스티노>에 이르기까지 8개의 주제로 29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영화와 철학자를 엮고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를 철학적 관점으로 적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좋은 영화에 대한 안내이면서 철학적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읽어내는 것은 영원한 사랑이나 삶의 비극성이 아니라 현재 나의 모습이 아닐까. 스크린에 투영되는 것은 멋진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어두운 극장에 외롭게 앉아 화면을 응시하는 우리들의 얼굴이 아닐까.

문학과 철학은 오래된 친구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 철학자와 시인을 짝 지워 시를 읽어주었고 김용규는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를 통해 시를 읽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과 세상의 진실에 대해 고민하고 철학은 그것을 해석하고 성찰하는 힘을 제공한다. 이 책은 철학자 김용규의 깔끔한 문장과 시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더욱 빛난다. 다양한 시인들에 대한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워주고 그 감수성을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준다. 철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시인들이 보여주려는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생각들이다. 또한 이 책은 몇 권의 철학 소설을 선보인 김용규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해석과 분석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한 편의 시에 깃든 시인의 사상과 정서를 파악하고 그것을 다시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철학은 세계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말고 변화시켜야 한다. 수많은 철학적 질문과 대답 속에는 삶에 대한 목적과 방법들이 녹아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는 바탕이 되어야 하며 즐겁고 행복한 놀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은 언제나 다양한 인접분야에 적용되어야 하고 살아 숨쉬는 생각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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