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2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맨 왼쪽)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맨 오른쪽)이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SBS) 사옥에서 ‘시사토론-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프로그램 녹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10. 디베이트 논제 유형I-정책논제
10. 디베이트 논제 유형I-정책논제
비용·규모·시간·실질적인 이익을 고려해 실현가능성을 설득하라
“학생들이 휴대폰을 교내에 가져와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 이들은 사실과 가치 판단에 기초하여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논제에 해당한다. 주로 새로운 정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을 할(하지 말) 것인가?’를 묻는 형태의 논제를 정책논제라 하며, 학급이나 학교, 나아가서 시민으로서 취해야 할 정책을 진술한다.
정책논제를 다룰 때는 제3자의 입장에서 토론하게 되므로 정체성과 인격을 보호받을 수 있다. 날카롭게 반박해도 상대 인격이나 감정을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고, 근거나 예 등의 자료를 찾기 쉬워 학교토론에서 많이 다루어진다.
정책논제를 다룰 땐 세 가지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먼저 정책 도입의 취지나 배경, 역사 등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정책논제에 등장하는 용어를 비롯해 주요 개념이나 의미를 정의하고, 적용 대상과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등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정책엔 필요성, 현실성, 이익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한다. 정책을 세울 때에는 그 정책이 ‘꼭 필요한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왜 이 주제가 나왔을까?’를 깊이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필요성을 알아낼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정책이 실행되지 않아서 해를 입고 있는 긴박한 경우를 생각하면 정책의 필요성을 논증하기 쉽다.
만일 찬성 측에서 정책의 필요성을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반대 측에서 “쓸데없는 일에 돈과 인력을 쏟아붓는다”고 공격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찬성 측이 “4대강 유역을 개발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주고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안겨준다”고 주장할 때, 반대 측에서는 “강 유역에 수천년 동안 형성된 생태계는 4대강 유역을 개발하는 과정이나 공사가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파괴된다”고 하면서 정책을 실행했을 때 나올 결과에 대해서 강한 회의와 비판을 하게 된다. 이때 찬성 측에서는 정책으로 얻는 이익뿐만 아니라 그 정책이 “그것은 무엇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익에다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정책의 이익과 더불어 그 이익 탓에 훼손될지도 모르는 가치의 진정성이나 절박함까지 진술하면 이익의 차원을 넘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정책을 찬성하는 쪽에게는 실현가능성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이다. 그런데 어떻게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먼저 정책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재정’이나 ‘예산’을 따져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좋지 않다.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용 다음으로 ‘정책 규모’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에 전기 공급을 해주기 위해서 부족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몇 개라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하기에 어렵고 설득하기는 더욱 난해하다. 그렇지만 정책 규모를 너무 작게 세워놓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 또한 좋지 않은 해결책이다.
정책의 현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비용, 규모에 이어서 ‘실질적인 이익’도 함께 따져야 한다. 정책에 관련된 개인이나 단체들의 이익과 맞아떨어져야 현실성이 있다. 현실성의 마지막 기준으로서 시간을 들 수 있다. 만약 정책이 너무 눈앞에 있는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한다든지, 또는 지나치게 거시적인 나머지 당장 눈앞에 펼쳐진 긴박한 일조차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빈곤을 구제하기 위해서 비료나 식량을 한 번에 많이 지원해준다고 하는 정책은 북한 가난의 근원인 기술 및 교육의 부족이나 체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어떤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팀은 위에서 언급한 정책의 필요성과 현실성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도 그 정책이 사회나 국가에 어떤 ‘이익’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도 반드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익도 가능하면 많은 분야에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정책에서 이익은 매우 넓은 개념이다. 이익이 있는 만큼 정책의 단점도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정책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정책의 장단점을 잘 비교해야 한다. 이것을 ‘비용-효과 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라고 한다.
다양한 정책논제를 가지고 디베이트 학습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의견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며, 의사결정 능력과 통찰력도 눈에 띄게 향상된다.
<한겨레 인기기사>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