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합격률보다 편중 심화
지방대를 나와 수도권 지역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은 전체 입학생 100명 중 2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의 경우 지난해에만 사법시험(사시) 합격자를 16명 배출했지만, 올해 수도권 로스쿨에 입학한 이 학교 출신자는 2명뿐에 불과했다.
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2년 수도권 15개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대학 현황’ 자료를 보면, 4년 동안 이들 로스쿨에 입학한 지방대 학생은 모두 109명으로 전체 입학생 4692명의 2.3%에 불과했다. 서강대는 4년 동안, 서울대도 2010년 이후로 두 해째 지방대 출신을 전혀 뽑지 않았다.
최근 4년간 지방대 출신 사시 합격자 비율 9.0%(3523명 가운데 318명)와 견줘보면 로스쿨 입학생 비율은 사시의 4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2009년 사시에서 부산대(28명), 전남대(26명), 경북대(22명)는 서울에 있는 경희대, 서강대 등을 제치고 합격자 배출 상위 10위에 들었다. 그러나 이들 3개 대학 출신으로 지난 4년간 수도권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은 각각 13명, 14명, 6명으로 2009년 한 해 사시 합격생 수에도 못 미쳤다. 수도권 로스쿨 졸업생이 좋은 일자리를 선점한다고 볼 때, 지방대 출신 학생에게는 로스쿨 체제가 사시보다 불리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의 상위권대는 로스쿨 체제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교과부 자료를 보면, 수도권 소재 15개 로스쿨은 4년 동안 전체 입학생의 64.3%(3019명)를 이들 3개 대학 출신자들로 채웠다. 이는 이들 3개 대학 출신자들의 최근 4년간 사시 합격자 비율(55.5%·1954명)을 웃도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87.9%)·고려대(87.6%)·연세대(82.4%) 로스쿨의 경우 이들 3개 대학 학부 출신자 비율이 10명 가운데 8~9명에 이르렀다.
서울대는 전체 입학생의 65.9%를 자대 출신으로 뽑아 그 비율이 수도권 15개 로스쿨 평균(32.6%)의 두 배나 됐다. 자대 출신자 비율이 3분의 2(66.6%)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아슬아슬하게 지킨 셈이다. 김인재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일부 대학이 독점해온 사시 체제가 겉으로는 25개 로스쿨로 분산된 것 같지만,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그때보다 독점이 더 심화됐다면 로스쿨은 실패작”이라며 “제도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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