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3.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역사 - ① 세계사
3.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역사 - ① 세계사
<곰브리치 세계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박민수 옮김, 비룡소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임지현 지음, 휴머니스트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에반은 어린 시절 수시로 의식을 잃었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기억의 정전 상태인 블랙아웃을 경험한 에반은 현재의 삶이 혼란스럽다. 영화를 되감듯 현재의 불행을 막기 위해 수없이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선택을 하지만 그 결과 현재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과거를 조작할 수 있는 에반도 완벽하게 만족스런 현실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나비효과>는 애슈턴 커처의 인상적인 연기와 함께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현재의 삶은 지난 시간의 결과이며 연속적인 인과관계의 순환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아주 작은 차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하물며 인류의 역사는 어떨지 생각해 보자. 영화처럼 가정법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역사는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준다. 마치 도미노를 구경하듯 원인과 결과의 연속적인 과정을 살피는 것은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역사’(history)는 인간(he)이 겪은 모든 이야기에 대한 기록(story)을 의미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지금-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을 살펴보는 일이다. 또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주며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하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문자의 발명은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축적된 지식을 영원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고 기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역사를 바라볼 때는 기록된 사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필요하다. 기록 자체에 대한 객관성을 의심할 수도 있어야 하며 그 뒤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들에게는 식민지의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서로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 역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사람은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곰브리치 세계사>는 역사를 설명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탁월한 방법을 활용한다. 역사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나 연대를 외우는 것이 역사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곰브리치는 청소년들을 위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세계사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1936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여전히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객관적인 사실과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기 위해 부담 없이 집어 들기 좋은 책이다.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계사 전체를 두루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시작하는 데 적합하다.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이 아니라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듯 서술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다만 저자 곰브리치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등의 역사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유럽 중심의 세계사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계사를 끝내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를 보면 역사가 조금 현실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 책은 ‘만들어진 역사, 국사와 세계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라고 말하는 임지현이 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역사 속 인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적인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더욱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 사이드부터 김일성, 박정희를 거쳐 체 게바라와 마르코스를 만나고 니시카와 나가오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세계사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공식적 역사를 부정하고 밑으로부터 살아 있는 역사를 갈구했던 스웨덴 역사가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네가 서 있는 곳을 파헤쳐라’는 말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삶과 직접 관련된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의미이다.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 한국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의미 있는 책이다.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색다른 관점으로 세계사를 바라본다. 사이토 다카시는 “세계사는 암기과목이 아닙니다. 세계사는 수학이나 물리학 이상으로 그 근원적인 이치와 작동 원리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중요한 분야입니다”라고 말하며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세계사의 흐름과 작동원리를 풀어내고 있다. 세부적인 사건이 아니라 핵심 코드(관점)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갖는다면 진짜 역사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된다. 이 책은 세계사도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역사에 대한 관심 또한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인류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주장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 막 역사에 입문하는 청소년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많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나 연대기적 서술에 의존하는 역사는 신문기사와 다름없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뒤적여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역사를 이해하고 스스로 비판적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 어떤 사실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역사는 더 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한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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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박민수 옮김, 비룡소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임지현 지음, 휴머니스트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에반은 어린 시절 수시로 의식을 잃었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기억의 정전 상태인 블랙아웃을 경험한 에반은 현재의 삶이 혼란스럽다. 영화를 되감듯 현재의 불행을 막기 위해 수없이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선택을 하지만 그 결과 현재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과거를 조작할 수 있는 에반도 완벽하게 만족스런 현실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나비효과>는 애슈턴 커처의 인상적인 연기와 함께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현재의 삶은 지난 시간의 결과이며 연속적인 인과관계의 순환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처럼 아주 작은 차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하물며 인류의 역사는 어떨지 생각해 보자. 영화처럼 가정법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역사는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준다. 마치 도미노를 구경하듯 원인과 결과의 연속적인 과정을 살피는 것은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역사’(history)는 인간(he)이 겪은 모든 이야기에 대한 기록(story)을 의미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지금-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을 살펴보는 일이다. 또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주며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하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문자의 발명은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축적된 지식을 영원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고 기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역사를 바라볼 때는 기록된 사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필요하다. 기록 자체에 대한 객관성을 의심할 수도 있어야 하며 그 뒤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들에게는 식민지의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서로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 역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사람은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곰브리치 세계사>는 역사를 설명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탁월한 방법을 활용한다. 역사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나 연대를 외우는 것이 역사 공부의 전부는 아니다. 곰브리치는 청소년들을 위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세계사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1936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여전히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객관적인 사실과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기 위해 부담 없이 집어 들기 좋은 책이다.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계사 전체를 두루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시작하는 데 적합하다.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이 아니라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듯 서술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다만 저자 곰브리치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등의 역사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유럽 중심의 세계사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계사를 끝내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를 보면 역사가 조금 현실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 책은 ‘만들어진 역사, 국사와 세계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라고 말하는 임지현이 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역사 속 인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적인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더욱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 사이드부터 김일성, 박정희를 거쳐 체 게바라와 마르코스를 만나고 니시카와 나가오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세계사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공식적 역사를 부정하고 밑으로부터 살아 있는 역사를 갈구했던 스웨덴 역사가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네가 서 있는 곳을 파헤쳐라’는 말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삶과 직접 관련된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의미이다.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 한국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의미 있는 책이다.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색다른 관점으로 세계사를 바라본다. 사이토 다카시는 “세계사는 암기과목이 아닙니다. 세계사는 수학이나 물리학 이상으로 그 근원적인 이치와 작동 원리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중요한 분야입니다”라고 말하며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세계사의 흐름과 작동원리를 풀어내고 있다. 세부적인 사건이 아니라 핵심 코드(관점)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갖는다면 진짜 역사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된다. 이 책은 세계사도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역사에 대한 관심 또한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인류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주장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 막 역사에 입문하는 청소년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많이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이나 연대기적 서술에 의존하는 역사는 신문기사와 다름없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뒤적여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역사를 이해하고 스스로 비판적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 어떤 사실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역사는 더 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한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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