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낡은 악기로 불법 레슨, 합격 뒤엔 거액 강매

등록 2012-04-22 14:37수정 2012-04-22 15:14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이 가르친 입시생을 부정입학시키고, 그 대가로 입시생의 부모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 이아무개(4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자녀의 입학 대가로 이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입학생 ㄱ(22)씨의 부모 2명과, 미신고 학원을 운영한 혐의(학원법의 미신고 교습소 운영)로 이 교수의 부인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3~10월 입시생 ㄱ씨에게 시간당 15만원씩 받고 40여차례에 걸쳐 불법 레슨을 한 뒤, 2011학년도 입시 과정에서 실기평가 교수로 참여해 ㄱ씨에게 최고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ㄱ씨를 부정입학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이씨는 레슨 기간 자신의 낡은 콘트라베이스를 강제로 빌려준 뒤, ㄱ씨가 합격하자 “악기 안 살 거냐”며 악기 구입을 강요했다. 이씨는 자신의 악기가 이탈리아 명장 ‘발단토니’가 1863년 생산한 제품으로, 시가 5억원에 이른다며 이를 1억8천만원에 사라고 요구했다. 또 ㄱ씨의 부모에게는 “ㄱ군 입학에 도움을 준 다른 교수에게도 사례를 해야 한다”며 1억원을 추가로 요구해, 결국 ㄱ씨의 부모가 악기 구입비 등 명목으로 이씨의 장모 계좌로 2억6천만원을 보냈다. 그러나 이씨가 강매한 악기는 시중에서 4천만~8천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한예종 교수로 임용된 2002년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 입시생 19명을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음악교습실에서 불법으로 가르쳤다. 19명 모두 입시 실기평가에서 이씨로부터 최고점을 받아 한예종 음악원에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11년간 콘트라베이스 전공 입학자들이 44명인 것을 감안하면,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모두 이씨의 제자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씨는 일부 제자들에게 자신이 지정한 특정 악기사에서 악기를 구입하라고 강요했고, 제자들이 악기를 구입하면 악기사 사장으로부터 악기 금액의 10%를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자들이 가진 비싼 악기를 강제로 자기 악기와 바꾸거나, 제자들에게 자신의 공연 디브이디(DVD)를 강매하고 최신기종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등 교수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2004년에도 입학생을 상대로 불법 강습을 한 사실이 밝혀져 학교로부터 정직 3개월 및 입시평가 교수 1년 제외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2007년 부인 이름으로 연습실을 만들어 불법 강습을 계속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경찰 내사가 진행되자, 학교는 이씨를 직위해제했다. 경찰은 이씨와 함께 부정입학에 공모한 다른 교수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논문 표절’ 문대성 탈당으로 새누리 과반 무너져
귀신처럼 사라진 ’한국계 귀신고래’
취재는 안하고 한우 파는 기자들…사연은?
선거 떨어지면 ‘백수’ 되나요? 뭘 먹고 사나요?
살아남은 실험견의 슬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