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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폭력 피해·가해자 동시 입학 대안학교?

등록 2012-04-25 08:54

경북교육감 대책발표에 “현장 너무 몰라” 지적 일어
실태 재조사도 효과 미지수…“일선 의견 반영해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주 중학생 사건 발생 8일 만에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으나 알맹이가 없는 재탕이며, 실현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교육감이 24일 대책으로 학교폭력 실태 재조사와 ‘경북 위스쿨’ 설립안을 내놨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실태조사는 설문지 회수율이 11.2%에 머물러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도교육청 차원에서 1학기 중으로 초·중·고교생 40만여명을 대상으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의 신뢰도를 높일 뾰족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일제조사는 안 된다”며 “인터넷설문이나 우편설문 등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이와 함께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등이 들어갈 8학급 120여명 규모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경북 위스쿨을 설립해 6개월~1년 동안 음악·미술·체육·현장체험 등을 바탕으로 정서 순화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학교 안에 실내골프장까지 만드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1만3천여㎡ 규모의 터를 찾고 있으며, 사업비 150억원을 들여 내년 하반기면 설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를 받아 학생을 입학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자칫하면 ‘문제학생’으로 찍힐 수 있어 자발적으로 입학할 학생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선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문제학생으로 낙인찍히고 신분이 알려져 친구들한테 왕따가 되지 않겠느냐”고 염려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시에 입학시켜 정서교육을 시키면 더 친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학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이런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라며 “학교폭력 예방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담임교사가 일대일로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해 상담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가정방문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영주 중학생 이아무개(13)군의 담임교사는 새 학기가 시작 40여일이 지나도록 이군이 심리검사에서 자살위험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 왔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도교육청 안팎에서는 “교육당국이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도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거리가 먼 그림의 떡”이라며 “이 교육감이 알맹이 없는 학교폭력 대책을 급조해 발표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현장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효과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에서는 지난 16일 영주에서 중학생 이 군이 숨진 다음날 인근 안동에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공부하기가 어렵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23일에도 상주에서 고교 2학년 학생이 또 숨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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