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성균관대 수시모집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유성룡의 입시전망대
매년 1월 대교협 대입 전형 계획 발표 뒤 교육부 새 방안 내놔
수험생 우왕좌왕, 사교육 조장…입시정책 1년전 예고제 시행해야
매년 1월 대교협 대입 전형 계획 발표 뒤 교육부 새 방안 내놔
수험생 우왕좌왕, 사교육 조장…입시정책 1년전 예고제 시행해야
한해 대학 입학전형과 관련해서 발표되는 주요 일정을 보면 7, 8월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다음 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이후 대학들은 기본계획에 맞추어 다음 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확정하여 대교협에 11월 초까지 제출한다. 대교협에서는 이렇게 제출받은 대학별 주요사항을 종합하여 다음 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12월 초에 언론에 발표하고, 그 이듬해 1월 중순에 1000쪽이 넘는 <대학입학 전형계획 주요사항>이라는 안내책자를 발행한다. 대교협이 이와 같이 발표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2조와 제33조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이다.
제32조(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② 학교협의체가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매 입학연도의 전(前)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공표하여야 한다.
제33조(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의 수립 등)
① 대학의 장은 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학생을 선발함에 있어 입학전형을 공정하게 시행하고 응시생에게 입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매 입학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3개월 전까지 공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대교협에서 확정 발표한 <대학입학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수정케 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해 왔다.
2008년 이후 항상 뒤늦게 새 정책 발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에는 ‘수능시험을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꿔 200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고 확정 발표했던 대학들이 대거 정시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변경했다. 2008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45개 대학에서 실시했던 논술고사가 13개 대학으로 줄어들면서 정시 모집에서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당시 수험생들은 수시와 정시 모집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 이와 더불어 대학들의 수시 모집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수시 모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009년 2월27일에는 대교협 - 한국교총 - 교과부 -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일곱 번째 항목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획일적인 시험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기초로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안착 등 선진형 대학입학 제도를 마련하여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이 경감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정부에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2008년 11월28일에 대교협에서 발표한 ‘2010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에서 입학사정관제를 49개 대학에서 4376명을 선발하겠다고 했던 것이 97개 대학 2만4622명으로 확대되었다. 입학사정관제가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된 만큼 대학별 전형 유형에는 확정된 대입전형에 변동 사항이 있었다.
대입전형 간소화하겠다고 했지만…
2010년 4월6일에는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동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토익·토플·텝스, JLPT, HSK 등 공인어학시험의 성적으로 지원 자격 제한 △특목고 졸업(예정)자 또는 해외 고교 졸업(예정)자로 지원 자격 제한 △수학·물리·과학 등 교과 관련 올림피아드 입상 성적으로 지원 자격 제한 △논술대회, 음악 콩쿠르, 미술대회 등 교외 입상 성적으로 지원 자격 제한 △일반 고교에 개설되기 어려운 전문교과 이수 또는 이수단위로 지원 자격 제한 △해당 대학이 개설한 교과 관련 특별 교육프로그램 이수로 지원 자격 제한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이러한 예시 제시로 이미 확정 발표된 2011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이 입학사정관제에서 제외되는 일련의 변화가 있었다. 즉,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던 특기자 전형들을 입학사정관제에서 제외하거나, 예시된 항목들을 지원 자격에서 제외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2011년 3월15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2학년도 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위한 주요 수정사항’을 발표하면서 2010년 12월에 확정 발표했던 2012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변경했다. 이미 확정 발표한 전형 유형을 트랙으로 해서 임의 통합함은 물론, 이미 확정 발표한 논술고사의 반영 비율과 선발 인원을 변경했다. 당시 발표 내용 중에는 ‘이번 대입전형 간소화 및 공교육 연계 등을 위한 수정 사항은 전형 유형이 복잡하다는 학부모·수험생의 의견을 반영하고 유사 전형들을 통합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논술고사 반영 비율을 낮추거나 모집 인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는데, 실제 2012학년도 수시 모집은 어떠했는가.
대학들은 전형의 가짓수를 줄인다면서 트랙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이름을 만들었고, 논술고사를 실시했던 전형들은 유례없는 높은 지원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수시 모집에서도 미등록 인원을 충원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논술 사교육을 다시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대교협은 ‘수도권 대학 중 전형 간소화가 많이 이루어진 12개 대학의 정원 내 전형의 경우만 보면 168개 전형에서 59개가 축소된 109개 전형으로 35% 정도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데 대학의 세부 전형 유형을 보면 전형 유형의 가짓수는 줄였지만, 트랙이나 유형으로 해서 여전히 각각의 전형으로 선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컨대 전형 유형을 15개에서 6개로 줄인 연세대의 경우 수시 모집에서 선발하는 글로벌리더, 과학인재, 언더우드국제대학, 예·체능인재 등 4개 전형을 특기자 전형 하나로 묶었으나 각각의 전형을 지원 트랙으로 구분해 선발했다. 진리·자유, 사회기여자, 창의인재, IT명품인재 전형 역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묶었으나 지원 트랙으로 구분해 선발했다.
수험생 사교육 입시 컨설팅 찾게 만들어
2011년 12월22일에는 2013학년도 수시 모집부터 지원 횟수를 6회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는 2013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이 발표(12월12일)된 지 열흘 뒤에 발표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염려스럽다. 아직 많은 대학들이 2013학년도 입학전형을 발표하지 않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고려대처럼 이미 발표한 2013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을 다시 변경하는 대학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매년 교육당국은 대교협에서 발표한 대입전형 주요사항(12월 초 발표)과 1000쪽이 넘는 안내책자(1월 중 발행)를 변경케 하는 입시정책을 발표한 셈이 된다. 이는 교육당국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어기며 당해연도 대학 입학전형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수험생들로 하여금 사교육에서 실시하는 입시 컨설팅을 찾게 하는 요인을 일부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혼란이 곧 사교육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는 대교협에서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안내책자를 발행한 다음에는 새로운 입시정책을 발표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그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스스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 새로운 입시정책을 발표하고자 한다면 최소 1년 전에 발표하는 ‘1년 사전 예고제’를 시행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전형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되면 입시 컨설팅을 찾는 일은 그만큼 반드시 줄어들 것이다.
입시분석가/한겨레교육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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