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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논술도 마찬가지
학생 스스로 채점하면서 실력 크게 늘어

등록 2012-04-30 16:53

일산 정발고 학생들이 대입논술특강에 참여하고 있다.
일산 정발고 학생들이 대입논술특강에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일산 정발고 대입논술특강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정발고 3학년 대입논술특강의 본격적인 첫 수업은 ‘요약하기 및 요지 서술하기’였다. 논술진단고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기본적인 표현력은 상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 즉 분석력은 아직 미흡한 학생들이 많았다. 표현력이 양호하더라도 분석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좋은 논술문이 나오기 어렵다. 최근의 대학입시 논술고사의 경향이 제시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논술고사의 제시문은 수능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보다 어렵다. 따라서 언어영역이 취약한 학생들은 논술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글을 읽어도 어떤 게 핵심이고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내용에 밑줄 치다 보면 다 중요한 것 같아요.”

첨삭을 할 때 많은 학생들이 했던 질문이다. 교사의 시각에서는 쉬운 글도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어렵기 마련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제시문을 분석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내서 제시해 주어야 한다.

표현력 뛰어나지만 분석 능력 아쉬워

지금까지의 언어영역 지문 분석처럼 교사가 읽어 나가며 중심 내용에 밑줄을 치는 방식의 교사 중심 수업은 분석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찾아야 한다. 그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문단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논술고사의 제시문은 어렵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더 빨리 가는 길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그리고 한 문장씩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제시문 분석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가 시행된 지도 10년이 넘었으며, 그동안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다.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맞추다 보니 정통 논술과는 다른 유형들이 생겨났다.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려다 보니 제시문에 대한 의존도나 활용도가 높아졌으며, 정답이 있는 논술로 변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들은 여전히 이러한 출제 경향과는 동떨어진 게 대부분이다. 학원 수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힘이 드는 교재 개발보다는 출판 교재를 수업에서 사용한다. 이게 편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니 학생들 스스로 논술 공부를 하려고 해도 최근 출제 경향에 맞는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

유형별 논술 해법과 주제 특강을 동시에

“서점에는 옛날 책이나 기출문제집밖에 없어요.”

“3학년은 주제별 논술은 공부 안 해도 되나요?”

논술에 관심이 있어서 스스로 더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즉 공부하기에 적당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한겨레 통합논술 고3 실전반에서 수업 교재로 사용하는 ‘수시 유형별 논술’은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준다. 최근 3년간 32개 대학 718개 문제를 분석하여 유형별로 정리해서 교재를 출간했다. 또한 유형 해결 방법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빈출 주제 및 최근 주요 주제를 선별해 연습문제를 만들었다. 주제 및 배경지식 학습도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는 ‘독해와 언어력 향상을 위한 용어 정리’와 ‘통합 사고를 위한 발표 과제’를 별도로 제시해 수업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기본적 어휘력 향상 및 통합 사고와 발표력 신장을 돕는다.

“기존의 책들과는 많이 달라서 좋았어요.”

“입시 경향이 잘 반영된 것 같고, 주제 공부도 함께 해서 더욱 좋았어요.”

실제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교재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평가표’가 주어졌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평가표 자체도 낯설었지만 스스로 채점을 하라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과거에 들었던 논술 수업은 글을 작성하면 교사가 채점을 해주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수업은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글을 채점해 봄으로써 얻는 것이 많다.

첨삭의 색다른 경험 ‘평가표’

장로원 한겨레통합교육원 강사팀장
장로원 한겨레통합교육원 강사팀장
우선 ‘채점 기준’을 알 수 있다. 출제자의 출제 의도는 무엇이며, 문제를 통해서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은 무엇이며, 채점자가 요구하는 답은 무엇인지 등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좁은 시각으로 문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체를 조망했을 때 논술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지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평가표를 이용해 자신의 글을 스스로 채점해 봄으로써 자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친구들의 논술문도 평가해 봄으로써 좋은 논술문과 그렇지 못한 논술문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논술은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해야 하는 학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항상 자신의 글에만 집착하다 보면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자기 평가 및 상호 평가’를 통해서 학생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깨닫고, 좀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한다. 자신을 알아가는 지기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교사와 일대일 대면 첨삭을 한다. 자기 평가에서 놓쳤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첨삭을 하고 나야 비로소 한 편의 논술문이 완성된다. 모든 학습 활동이 끝났을 때 학생들은 조금 지쳐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시간이라는 주어진 수업 시간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인 피로와는 달리 학생들의 얼굴에는 그동안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다거나 무언가 다른 경험을 했다는 기쁨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어요.”(김나경 학생)

“재미도 있고 다른 친구들 글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문혜영 학생)

“그동안은 채점이 어떻게 되는지 몰랐는데 이번에 궁금증이 풀렸어요.”(이상영 학생)

평가표를 이용한 자기 평가 및 상호 평가 역시 고3 실전반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장로원 한겨레통합교육원 강사팀장


논술은 교양인의 글쓰기

논술을 지도하다 보면 논술이 아닌 글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쓴 이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여 답안을 작성하였겠지만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논술문을 쓰지 않고 수필이나 설명문, 또는 칼럼을 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논술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글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손쉽게 쓸 수 있는 종류에는 메모나 문자메시지, 일기, 편지 등이 있다. 그리고 시나 소설, 수필, 시나리오 등의 문학적 글쓰기를 들 수 있다. 비문학적인 글에는 보고문이나 설명문, 칼럼과 논문, 그리고 논술문이 있다.

이러한 글의 유형은 격(格)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격이 낮은 글로부터 격이 높은 글까지 일정한 위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일기나 편지는 격이 낮은 글의 유형이다. 이에 비해 논문이나 칼럼은 격이 높은 글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논술의 격은 칼럼이나 논문보다 낮다. 칼럼과 논문은 전문가라는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만 쓸 수 있는 특수한 종류이다. 그러나 논술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글이다.

격이란 ‘인간이나 사물의 가치나 위엄’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인격과 품격이 있다. 일정한 행사에도 격식이 있다. 오랜 친구 간의 만남에는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결국 격이란 일정한 교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논술문 쓰기는 교양 있는 글쓰기가 된다.

논술이 교양 있게 쓰는 글이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직장에서 고급 인재를 선발하는 공통 기준은 교양이다. 교양 있는 사람은 전문 지식을 갖추고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이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양인은 조직이나 집단, 나아가 사회나 국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로스쿨 입시나 교사 임용시험, 언론사, 공기업 등의 사원 채용 때 논술시험을 치르는 목적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설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특정한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은 형식으로 정착되어 있다. 학교의 공식 행사는 식순이라는 형식에 따라 진행한다. 국민의례가 있고, 애국가도 제창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논술문도 서론-본론-결론이라는 형식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렇게 하면 가장 바람직하다’는 다수의 동의로 굳어진 결과물이다.

논술이 형식을 갖추는 이유는 조리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조리가 있다는 말은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를 가리킨다. 즉, 앞의 주장과 뒤의 근거가 적절하게 배열된 경우이다. 이러한 단락의 구성은 논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논술에 담긴 격은 논리적인 서술을 의미하는 셈이다.

논리를 갖춘 교양인은 감성을 절제할 줄 안다. 즉, ‘이성’이라는 합리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려 한다. 철저한 문제 분석을 통하여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조차도 기분 상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신념이 확고해지면 주저 없이 실천에 임한다. 이와 같이 논술적 사고방식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강화된다면 개인이나 집단 간의 ‘감정의 골’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전홍식/한겨레통합교육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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