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두고 디베이트를 벌일 수 있다. 이때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에 맞는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면 효과적이다. 사진은 어린이들이 서점에서 만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18. 디베이트의 첫 단계 입론 ∥
핵심어 담아 짧고 명쾌하게 주장 제시해야
적절하고 중요한 근거 대야 상대가 반론 못해
18. 디베이트의 첫 단계 입론 ∥
핵심어 담아 짧고 명쾌하게 주장 제시해야
적절하고 중요한 근거 대야 상대가 반론 못해
입론을 시작할 때 논제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용어 개념, 의미를 말해야 한다. 그 뒤 본격적으로 핵심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을 펼쳐야 한다. 주장과 근거의 개수, 시간 조절, 공격과 방어 방법 등을 염두에 두고 입론을 해야 한다.
근거는 어떻게 제시할까? 주장에 대한 근거를 하나 선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세부 근거 및 사례를 들어 다음과 같이 주장을 펼쳐야 한다. “~과 같은 논제에서 우리는 ~을(를) 지지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근거 1이기 때문입니다. 이 근거 1은 세부 근거 1, 2, 3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뒷받침하는 사례 1, 2, 3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상대측은 저희 측의 근거 1(또는 주장, 세부 근거 1, 2, 3, 사례 1, 2, 3)에 대해 ~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의 근거 1은 ~의 측면에서 더욱 참뜻이 있습니다. 또다른 이유로 둘째, 근거 2가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근거 3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만화는 우리 사회에 유익하다’라는 논제에 대해 찬성측의 입론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면 좋다. ①저희 찬성측은 만화는 우리 사회에 유익하다고 주장합니다. ②그 이유는 첫째,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량을 늘려주는 구실을 합니다(근거 1). ③책을 읽기 싫어하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만화책을 읽는 학생들은 자리에 오래 앉아 독서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기릅니다(사례). ④따라서 만화책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독서하는 습관이 늘어나게 돼 만화는 우리 사회에 유익합니다(근거 1의 연결고리).
이 예는 주장-근거 1-사례-연결고리의 틀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③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는 ②가 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④는 ①과 ②가 논리적으로 관련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주장하는 틀은 달라질 수 있지만, 구조가 어떻든지 간에 주장과 근거가 서로 관련이 있음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디베이트에서 매우 중요하다.
근거는 가짓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시간이 제한돼 있기도 하지만, 쟁점을 만들지 못하는 근거는 토론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근거가 여러 개인 경우엔 상위 개념으로 추상화해 근거를 제시하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서 반려동물의 사육을 허용해야 한다”란 논제에 대한 반대 근거로 “첫째, 소음공해에 시달린다. 둘째, 나쁜 냄새에 시달린다. 셋째, 오물로 지저분해진다. 넷째, 알레르기가 생긴다”라고 해보자. 모두 네 가지나 되는 근거를 제시했지만, 결국 오염과 공해라는 근거로 압축된다. 정보의 양과 질이라는 판정기준에 따라 감점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주장은 핵심 단어를 포함한 두괄식의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 앞부분에 제시한다. 그렇게 해야 상대측이나 판정인, 청중에게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근거와 사례가 여러 개라면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근거를 골라야 한다. 중요하고 적절한 근거란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면서도 상대측이 교차질의하거나 반론하기 어려운 근거를 말한다.
근거의 사실성과 타당성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검증된 통계나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하면 좋다. 검증되지 않은 통계나 견해는 상대측에 의해 거짓이라는 공격을 받아 근거의 신뢰도나 타당도를 떨어뜨려 판정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증된 통계나 사례를 제시하면서 자기 측의 주장을 정당화해야 한다.
심사를 하다 보면 노련하게 입론을 펼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첫번째 입론의 마지막에 반대측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으로 ‘반증 자료’를 제시한 경우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와 같은 형태로 유인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럴 때 제시하는 반증 자료는 반대측이 공격하더라도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입증 자료를 확보하고 있거나 반대측 논거의 취약점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입론은 대개 5분이 주어진다. 처음 1분은 논제의 배경을 설명하고, 개념을 정의한다. 그다음에는 주장에 따른 구체적 사례, 예상되는 반론 등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2~3개 근거를 제시하면 약 3분 정도 소요된다. 학급에서 전체 학생들이 디베이트 수업을 할 땐 12명이 각각 25초 안팎으로 시간을 나눠 세부 근거를 대며 참여하면 전체가 참여하는 훨씬 알찬 수업이 될 수 있다.
판정이 내려진 뒤 지도교사나 학부모는 학생의 주장에 따른 근거와 사례가 적절했는지, 쟁점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 시간을 허비하였는지 등에 대해 평을 해 주면 디베이트를 할 때마다 아이들의 토론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몇 차례만 디베이트를 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깨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서로 보완해가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입론도 일정한 형식과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지도하면 더욱 효과적인 디베이트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황연성 서울 예일초등학교 교사, 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교육학박사, <신나는 디베이트>, <초등 6학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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