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사립초 1학년부터 영어 수백시간…공립은 ‘0’시간

등록 2012-06-08 08:26수정 2012-06-08 16:15

교육운동 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7일 낮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광장에서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을 위한 길거리 서명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교육운동 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7일 낮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광장에서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을 위한 길거리 서명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사립초 40곳 조사
‘3학년부터 편성’ 규정 어긴채
모두 체험활동시간 등 전용
모든 교과목 영어몰입교육도
중·고교생 수준 단어시험에
인증평가시험까지 치르게 해
교육청은 “제재 어렵다” 말뿐

7일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실과 교육운동 단체인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의 분석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40개 사립초등학교가 모두 1~2학년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립초 가운데 28곳은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을 영어와 국어로 동시에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었다. 서울지역 사립초 1·2학년 학생들의 연평균 영어수업 시간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용한 영어수업과 몰입교육 시간을 합쳐 총 245시간(주당 7.2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2학년 때 영어수업을 전혀 하지 않는 공립초 학생들과의 영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사립초 영어 선행학습 실태 서울 매원초의 교육계획서를 보면, 이 학교의 1학년 학생들은 1년에 480시간의 영어몰입교육을 한다. 1주일에 평균 14시간꼴이다. 2학년은 1년에 518시간으로 영어몰입교육 시간이 더 많다. 수학(Math), 과학(Science), 사회(Social Study), 사고력(Thinking skills) 수업 등을 영어와 한국어 2개 언어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학교는 “미국 교과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교과과정을 설명했다.

영훈초 역시 학교 교육계획서에서, 1주일에 15시간을 원어민 교사가 몰입교육 방식으로 수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몰입교육을 하는 학교들은 교과서도 <저니>(Journey), <코너스톤>(Corner Stone) 등 미국에서 쓰는 것들을 활용한다.

사립초들이 이렇게 1·2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영어수업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 이외의 활동으로 창의성과 인성을 배양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해서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창의적 체험활동을 교과수업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립초들은 대부분 학부모의 요구 등을 이유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영어수업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구채경 서울 매원초 교감은 “우리 학교는 영어 특성화 학교이며, 학부모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영어교육으로 쓰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초등학교 6학년이 고3 수준 영어 시험 이들 사립초는 단어 외우기 등 각종 시험으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측정하고 있다. 충암초의 경우 1학년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단어를 배운 뒤 단어 평가 시험을 치른다. 2학년은 중학교 2학년 수준, 3학년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단어를 배우는 방식으로, 점점 수준이 높아져 6학년은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치른다.

상명대부속초는 2학년부터 실용영어인증평가시험인 펠트(PELT)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른다. 금성초는 1학기에는 회화형 문장 500개, 2학기에는 영어 이야기 6편을 외우게 하는 영어 인증제를 실시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 은석초도 학년별로 1년에 100문장을 외우게 하고 한 달에 4권은 영어책을 읽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촌초는 1학년 때부터 외국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을 읽힌 뒤 매달 1차례 이상 독서능력 평가를 한다.

이현용 충암초 교감은 “공립초보다는 영어수업이 특화돼 있고, 일반적인 교육만 해서는 학부모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어 전 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하고, 높은 난도의 영어 단어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육청도 속수무책 이처럼 사립초들이 편법으로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속수무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2학년은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 교과를 편성할 수 없으니 창의적 체험활동 과정에 영어를 넣어서 연간 400시간 넘게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경우를 확인했으나, 창의적 체험활동 자체가 학교에 자율성을 주는 교육과정이어서 제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교과 수업으로 운영하면서 선행학습에 이용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실태 조사를 통해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 정책실장은 “영어 공교육 강화와 학부모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교육 틀 안에 있는 학교에서 영어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교육 격차를 불러오고, 해당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사교육을, 공립초에 다니는 아이들은 사립초 학생을 따라잡기 위한 사교육을 하는 ‘영어 사교육 전쟁’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이재훈 기자 jin21@hani.co.kr


영어교육 출발선 ‘불평등’…공립초 학생들 사교육 내몰아
사립초 ‘영어몰입’ 왜 문제인가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의 파행적 영어몰입교육은 기초 의무교육단계인 초등학교에서마저 학교 유형에 따른 ‘영어 격차’를 심화시키고, 공립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영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사립초 영어수업 실태 분석에 참여한 서울의 한 공립초 영어교사는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 남다른 상황에서 어린 시절 영어에 자신감을 키우는 몰입교육이 사립과 공립에서 차별적으로 이뤄지면, 그 격차가 중·고교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 수강 등을 통해 사립초 출신과 공립초 출신의 영어 실력 차이가 드러나게 되면, 결국 공립초 학부모들은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영어 사교육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학)도 “국가가 설계한 초등 영어교육과정이 있음에도 사립초 아이들만 별개의 교육을 받으면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공교육을 충실히 따른 학생들이 상급 학교 진학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학부모들이 국가의 공교육을 믿고 따라갈 수 없게 되고, 결국 사교육이 늘어나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평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교육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기에 영어몰입교육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가치관과 학습태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미령 아이미소유아교육연구소 소장은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조어 능력이 생기는 때로 우리말을 배우면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인데, 정체성을 갖기 전에 영어몰입교육을 하게 되면 문화적 사대주의에 노출된다”며 “게다가 아이의 흥미나 요구가 아니라, 부모의 욕심에 따라 교육을 시키면서 학습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굳어지게 되는 것도 부정적인 효과”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박수진 기자 nang@hani.co.kr

[화보] 함께 숨쉬는 모든 동물과 가까이

<한겨레 인기기사>

“진경락, 청와대 사찰 함구 대가로 19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요구”
MBC 노조 5명 구속영장 재청구 또 기각됐다
경제 위기 그리스 정치인들 생방송 도중 ‘따귀’ 3단 콤보
“천주교도 십자가 밟게하듯 종북 검증해야”
금성 일식 궤적 사진, 조선-중앙 누가 맞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