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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조선 후기 양반가 모습 오롯이 보여줘

등록 2012-06-11 11:35

건재고택이 있는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전경.
건재고택이 있는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전경.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20. 아산 건재고택
싱그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귓불을 간질이는 날엔 초가지붕 옆 돌담을 끼고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자. 느티나무 아래에서 어르신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눠보자. 우리 아이들에게 문화와 전통과 삶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으니 딱딱한 박물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80여호가 옹기종기 살고 있는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www.oeammaul.co.kr)을 추천해본다.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등 대를 이어오는 가옥들과 물레방아, 마당의 꽃과 강아지가 어우러진다.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조심스레 둘러보자. 맘씨 좋은 주인장을 만나면 직접 설명을 듣는 행운도 기다린다.

이 중 건재고택(建齋古宅)은 조선 숙종 때 외암(巍巖) 이간(李柬)이 태어난 집을 1800년 대, 건재(建齋) 이상익(李相翼)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설화산에서 흐르는 명당수가 마당을 거쳐 연못으로 흐르는 독특한 조경과 건물의 배치·규모·기법이 조선 후기 사대부가의 전형이며 충청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보여 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유선시보(唯善是寶·착한 일을 베푸는 것이 보물), 무량수각(無量壽閣·만수무강의 뜻) 등 글씨 끝에 ‘완당(阮堂)’이 적힌 현판이다. 첫 부인과 사별한 추사 김정희는 건재고택의 주인이던 외암 이간의 후손과 재혼하였기에 추사는 처가 마을을 자주 찾았고 그때 남긴 현판으로 추정된다.

한데 이렇게 가치 있는 건재고택이 경매설에 시달리고 있다. 오백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잠정 목록에 등재된 민속마을의 대표가옥이 사유화되어 투기와 별장 등으로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문화유산 관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법률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그 어떤 것도 그저 그렇게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없다.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전할 미래의 주역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역사적 가치를 보여줌은 물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생각게 하는 건재고택은 문화유산 지킴에 교과서적 표본이 되는 곳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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