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은 디베이트에서 가장 역동적인 과정으로 지혜가 총동원되고, 그동안 숨겨졌던 학생들의 개성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단계다. 사진은 한겨레교육이 주최한 디베이트 캠프에서 두 학생이 반론을 하는 모습. 한겨레교육 제공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논리적으로 약한 고리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입론을 잘 들어야 반론 질문 뽑아내기 쉬워
논리적으로 약한 고리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입론을 잘 들어야 반론 질문 뽑아내기 쉬워
반론은 디베이트 수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단계다. 학년마다 수준이 다르겠지만 각각의 수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공격을 방어하며 지혜가 총동원되고, 그동안 숨겨졌던 학생들의 개성들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론은 질문 없이 상대의 오류를 지적하는 반론펴기와 질문하고 답하면서 상대편을 설득하는 반론꺾기로 구성돼 있다. 이 과정을 교차질의 또는 교차조사라고도 한다. 수업에서는 2차 반론인 반론꺾기를 중심으로 1차 반론까지 한꺼번에 전개하면 흥미롭고 유익하다. 반론 단계에서는 상대편의 주장을 경청한 뒤, 신뢰도와 타당도 면에서 충실한지, 논리적 오류는 없는지 가늠해 본다. 그리고 상대편이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새롭게 제시한다.
반론은 입론에서 나온 내용을 기초로 한다. 반론은 질문을 하면서 상대편 주장의 부당함을 밝혀 꺾는 사고 과정으로 입론에서 발견한 모순과 불명확한 점을 심문한다. 입론은 찬·반측이 준비하고 발표한 주장의 근거, 연결 고리, 사례가 처음으로 만나 연결되는 단계다. 다르게 표현하면 상대편과 역동적으로 충돌하는 첫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찬·반측은 반론준비표를 만들어 같은 팀끼리 예비토의를 함으로써 실제 의견이 부딪혔을 때 당황하지 않고 디베이트를 할 수 있다.
반론 단계에선 찬·반측 사이에 상호작용이 긴밀하게 일어난다. 질문을 하며 상대측 허점을 찾아 다음 질문을 구상하고, 상대편 답변에 따라 대응방법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 수업에서 가장 긴박하고 속도감이 높은 단계이기 때문에 순발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순발력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 상대편이 주장한 내용을 메모하며 문제점을 짧은 시간에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불충분한 근거자료, 신뢰성 떨어지는 자료, 용어 정의와 관련된 질문은 자주 나오므로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논제를 입증했던 찬성편의 학생들도 반대편의 반론을 듣고 재반론할 기회가 있으므로 토론의 중심은 반론에 있다.
반론 단계에선 자기편이 주장한 내용 가운데 장점과 우위에 있는 내용을 더욱 강하게 하고, 상대편의 약점과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논쟁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리고 상대편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제시하는 이론과 통계, 사실, 사례 등이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해 거짓됨을 지적해야 한다. 상대편이 주장한 논증이 타당성이 없거나 충분한 뒷받침이 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서 비판해야 하고 상대편의 의견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상대편과 다른 해결 방안이나 방향이 담긴 주장을 제시하며 이것이 더욱 타당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으며 문제점이 적고 새로운 해결방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에게 장신구 착용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찬성 측은 “반대 측 친구들도 경주나 공주에 있는 왕릉에 가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곳에는 왕과 왕비들의 목걸이와 귀걸이, 벨트 등과 같은 장신구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옛날의 우리 조상들도 장신구 착용을 했는데 이렇게 현대화된 시대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귀걸이나 목걸이 착용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우리 초등학생들이 장신구 착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입론을 했다. “지금 찬성 측에서는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논제에서 장신구 착용의 주체는 일반 어른들이 아니라 ‘초등학생’입니다. 옛날의 왕족들이 초등학생들입니까?” 반대편에서는 찬성편에서 놓친 타당도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또 ‘만화는 우리 사회에 매우 유익하다’라는 논제에 대해 찬성편에서 “만화는 글보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상대편은 강력하게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만화는 글을 읽을 때 읽는 사람 나름대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하게 되는 상상을 오히려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찬성편 조장과 팀원들은 반박할 의견과 근거를 모색하는 데 전전긍긍했다. 이때 찬성 측을 구원할 ‘구세주(?)’ 학생이 등장했다. “여러분, 우리들이 즐겨 보고 있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들은 단순히 그림만을 잘 그리는 사람들일까요?
<타짜>, <꼴>, <식객> 등의 만화작품을 그린 허영만 작가같이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입니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과 비교해 볼 때 앞에서 예로 들었던 만화가들이 그려내는 장면들은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뜨거운 공방을 계속해 결국에는 ‘상상력을 키워준다’라는 논점에서는 찬성편이 승리를 했다.
상대편의 주장, 근거, 연결 고리, 사례 등의 모든 요소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할 필요는 없다. 네 가지 구성요소가 모두 잘못된 경우는 흔하지 않고 또 있다 해도 반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장 공격하기 쉽고, 논리적으로 약한 주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된다.
황연성 서울 예일초 교사·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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