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3일 발표한 ‘2012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사립고와 국·공립고의 평균 표준점수 격차가 예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평가원, 2012학년도 성적 분석
지난해 치른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립고와 국·공립고의 평균 표준점수 격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30여개 시·군·구 가운데 모든 영역에서 수능 성적이 상위권인 지역은 대부분 부유층이 몰려 있는 ‘사교육 특구’이거나,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숙형 자율고가 있는 곳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2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전국 일반계고(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포함) 재학생 44만3308명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성적을 분석한 것이다.
강남·서초·해운대·수성구 등
대표적 사교육 밀집지역 강세
우수학생 뽑는 기숙형 자율고
장성·거창군 등 점수 끌어올려 사립고, 국공립과 격차 더 벌려
전문가들 “불균형 해소 힘써야” ■ 사립 대 국·공립 격차 더 커져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사립고가 국·공립고와 견줘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3.1점, 수리 ‘가’형 2.9점, 수리 ‘나’형 4.2점, 외국어는 4.2점 높았다. 2009년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에서의 영역별 격차가 2.3점, 1.8점, 3.6점, 3.4점이었고, 2010년 치러진 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2.9점, 2.2점, 4점, 3.9점이었던 것과 견주면 국·공립고와 사립고의 성적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능 1~2등급 비율에서도 사립고와 국·공립고는 영역별로 최소 1.5%포인트에서 최대 3.2%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지만, 하위권인 8~9등급 비율은 0.6%~1.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는 사립고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적 올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사립고는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 학력을 강조하면서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등의 입시위주 교육을 하고 있고, 상위권 학생들만 집중 지원하면서 학교 안에서의 학생 간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며 “학생 간의 학력 격차를 줄여야 하는 학교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숙형 고교 1~2곳이 지역 평균 확 끌어올려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이 높은 시·군·구 30곳을 보면, 서울 강남·서초구, 부산 연제·해운대·남구, 대구 수성구, 광주 북구, 경기 과천·의왕시, 충남 공주시, 전남 장성군, 경남 거창군 등 12곳이 모든 영역에서 상위 30위 안에 포함됐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광주 북구 등은 대표적인 사교육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충남 공주시와 전남 장성군, 경남 거창군 등은 한일고와 장성고, 거창고 등 전국 또는 시·도 단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한 뒤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자율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 학교들이 평균 점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장성군에는 일반계고가 장성고 외엔 2개밖에 없고, 2개 고교의 전체 학생수(올해 기준 508명)를 합쳐도 장성고(823명)의 62%에 불과하다. 언어 영역 1~2등급 비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경기 가평군 역시 전체 고교 5곳 가운데 하나가 특목고인 청심국제고다.
이 때문에 평가원이 학교 유형과 선발 방식, 지역별 학교수 등 모집단 분포, 지역별 특수성 등을 배제한 채 시·군·구 별로 분석한 통계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기숙사를 만들어놓고 일부 학교가 ‘성적 쥐어짜기’ 등으로 집중적인 공부를 시킨 결과를 확대 해석하게 만드는 통계자료”라고 말했다.
평가원이 해마다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지역 간, 학교 간, 학교 내 학생 간 성적 격차의 고착화를 매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격차를 줄일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성기선 교수는 “수능 성적 공개에 따라 기존의 사회적인 불평등이 더욱 굳어지고 공식화될 위험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결과가 공개되면서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력 경쟁을 부추겨 학생들의 삶이 왜곡되고, 나아가 집단 따돌림과 자살, 학교폭력 문제를 낳은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전종휘 기자 na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무한도전 폐지설 카드’ 만지작 MBC…김태호 “선지자여!”
■ 검, 윗선 밝히지 못하고 사찰수사 끝내
■ ‘세금 탈루’해 고소득…의사·변호사 ‘딱 걸렸어’
■ 프로야구 암표상의 고백 “한달1500만원 벌기도”
■ 압력밥솥 딸랑이와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와 닮은 점
대표적 사교육 밀집지역 강세
우수학생 뽑는 기숙형 자율고
장성·거창군 등 점수 끌어올려 사립고, 국공립과 격차 더 벌려
전문가들 “불균형 해소 힘써야” ■ 사립 대 국·공립 격차 더 커져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사립고가 국·공립고와 견줘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3.1점, 수리 ‘가’형 2.9점, 수리 ‘나’형 4.2점, 외국어는 4.2점 높았다. 2009년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에서의 영역별 격차가 2.3점, 1.8점, 3.6점, 3.4점이었고, 2010년 치러진 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2.9점, 2.2점, 4점, 3.9점이었던 것과 견주면 국·공립고와 사립고의 성적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능 1~2등급 비율에서도 사립고와 국·공립고는 영역별로 최소 1.5%포인트에서 최대 3.2%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지만, 하위권인 8~9등급 비율은 0.6%~1.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는 사립고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적 올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사립고는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 학력을 강조하면서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등의 입시위주 교육을 하고 있고, 상위권 학생들만 집중 지원하면서 학교 안에서의 학생 간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며 “학생 간의 학력 격차를 줄여야 하는 학교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무한도전 폐지설 카드’ 만지작 MBC…김태호 “선지자여!”
■ 검, 윗선 밝히지 못하고 사찰수사 끝내
■ ‘세금 탈루’해 고소득…의사·변호사 ‘딱 걸렸어’
■ 프로야구 암표상의 고백 “한달1500만원 벌기도”
■ 압력밥솥 딸랑이와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와 닮은 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