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의 창포물 머리감기.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21. 남산골 한옥마을
21. 남산골 한옥마을
설과 한식 그리고 추석과 함께 단오(端午)는 우리의 4대 명절 중 하나다. 단옷날이 되면 한반도가 들썩이며 흥겨워지니 특히나 재미있는 풍습과 즐거운 ‘꺼리’들이 넘쳤다. 신윤복이 그린 <단오풍정>(端午風情)을 보면 그네를 타는 모습과 머리 감는 장면, 떡을 이고 가는 아낙이 보인다. 여인네들은 창포가 무성한 곳으로 몰려가 머리를 감았으니 윤이 나고 비듬이나 피부병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했다. 음식으로는 수리취떡과 증편, 준치만두, 앵두화채, 제호탕(醍
湯) 등을 나누면서 단옷날을 즐겼는데 단오의 다른 말 중 하나가 수릿날이다. 수리취라는 나물을 넣고 농사기구인 수레의 바퀴 문양을 찍어 떡을 해먹었으니 농사와 관련 깊은 명절이다. 또 제호탕은 단옷날 내의원에서 만들어 궁중에서 마시던 전통 청량음료이며 임금님은 붉은 주칠과 검은 흑칠을 한 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해 더운 여름을 잘 나라고 선물했으니 단오선(端午扇)이다. 5라는 홀수가 두 번 겹쳐 생기가 넘치는 날이며 모내기와 파종이 일단락되는 시기라 단오는 그간의 농사일을 위로하고 새로운 힘을 내기 위해 한바탕 놀던 우리 민족의 잔치였다.
오는 일요일이 단옷날이다. 서울시 중구 필동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hanokmaeul.seoul.go.kr)은 여름철 피서를 즐기던 계곡 놀이터로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름난 곳이다. 옛 정취를 되살려 정자와 계층별 한옥을 이전하고 전통정원을 복원해 놓았으니 이번 주말에는 이곳에서 왁자지껄 씨름판의 열기와 떡메치기의 흥겨움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선조들처럼 창포물에 머리감고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어보자. 임금님처럼 제호탕을 마시고 동네사람처럼 그네를 뛰고 줄타기와 농악놀이에 푹 빠져 조선시대 그대로의 단옷날을 즐겨보자. 조상들의 세시풍습과 문화를 되새겨 본다는 근사한 이유를 달지 않아도 그저 온가족이 즐겁게 하루 종일 놀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6월23일(토)~24일(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오행사가 진행되며 창포비누 만들기(2000원) 외에 모든 행사가 무료다.
글·사진 이동미/<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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