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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는 과학적 상상력

등록 2012-06-25 11:17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5. 자연과학의 필요성 - ②과학의 놀라움
[난이도 수준 고2~고3]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과학, 일시정지>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 지음, 양철북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
셰리 시세일러 지음, 이충호 옮김, 부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라는 시에서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들판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고 노래한다. 스티브 잡스에게 상상력과 영감을 준 것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 시에는 자연의 신비와 놀라움이 숨어 있다. 이렇게 한 알의 모래와 한 송이의 꽃을 관찰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과학은 시작되었고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과학자들은 자연과 우주의 신비에 감탄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질문과 상상력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과학은 그질문에 대한 대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지한 인간에게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차츰 그것은 극복해야 할 삶의 조건으로 바뀌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누구나 한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도대체 우주는 얼마나 큰 세계이며 그 끝은 어디인가.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 지구의 생명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렇게 근본적인 호기심에 답을 해주려는 시도가 바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스스로 과학에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저자 빌 브라이슨의 말은 믿기 어렵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은 과학자가 아니다. 과학이 해결하려고 했던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의문을 따라가는 여행자에 불과하다. 그 여행의 기록이 이렇게 멋진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이 책은 500페이지쯤 되는 두툼한 책이지만 어려운 과학 용어와 수식을 동원하지 않고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과학이 심오하고도 철학적인 대상도 아니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놀라움과 환희로 가득 차 있지도 않다고 말한다.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구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같은 아주 사소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다만 그 지식을 탐구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따라가는 데 이 책을 읽는 목적이 있다. 사물에 대한 관심과 세상에 대한 무수한 질문으로 가득한 사람에게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통해 우주의 시작, 지구와 생명 탄생의 과정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을 즐기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긴 여행을 마쳤다면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과학은 실험실 안에 갇힌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여기’ 현실의 문제를 가장 명확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구이다.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에서 펴낸 <과학, 일시정지>는 매우 현실적인 과학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세명의 과학 교사들은 기후 변화에서 동물실험, 연구 윤리와 원자력 에너지, 줄기세포, 나노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도입부분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는 데 좋은 책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가치가 개입되지 않은 과학적 판단이 가능할까.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 속도와 달리 이것을 활용하는 현실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며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을 모아서 판단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학이 밝은 미래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학은 단순히 호기심의 충족이나 현실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에만 1000억개가 넘는 별들이 빛난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 그런 은하가 1000억개 넘는다고 하니 밤하늘에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1000억×1000억개의 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구라는 조그마한 별에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는 것은 순전히 상상력의 힘이다. 그 상상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하지만 과학이 세상의 진실을 말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셰리 시세일러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을 통해 잘못된 과학 정보에 대해 이야기한다. 빌 브라이슨이나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연의 놀라움에 대해 밝히고 그것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셰리 시세일러는 과학적 지식의 위험성과 한계에 대해 경고한다.

빨간색 안경을 쓴 사람은 세상이 빨갛게 보인다. 그래서 토머스 울지는 “자신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한번 들어간 것은 다시 꺼낼 수 없을 테니까”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은 ‘과학 논문→보도 자료→신문 기사,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의 경로를 거친다. 원래 정보의 출처는 사라지고, 가공되거나 왜곡되거나 일부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한술 더 떠 우리는 들은 것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마음대로 추측하게 된다.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이론을 잘못 받아들이면 우리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위험과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다. 과학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는 못한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실천이다. 과학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자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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