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통계청 김광섭 조사관리국장과 을릉읍 직원이 ‘2010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조사를 앞두고 김성도 독도 이장에게 조사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통합논술 논리와 실제
■ 통합논술의 원리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하자
논술에서 논리적 오류와 비약의 문제는 독해의 측면과 표현의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할 수 있다. 먼저 독해 영역에서는 제시문에 드러난 오류나 비약을 찾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심층적 독해능력을 평가하는 데도 해당되지만 논리적 분석력과 창의력 평가에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논술에서 기대하는 창의력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가 아니라 문제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자세와 깊이 있게 분석하는 고도의 사고력에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제시문의 오류나 비약을 발견하여 지적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논증함으로써 득점을 높일 수 있다.
표현 영역에는 응시자가 서술 과정에서 저지르는 오류나 비약이 해당된다. 논제의 요구에 따라 다르지만 논증을 요구하는 문제의 답안에서 오류나 비약이 발견되면 크게 실점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제시문에 숨겨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가산점을 획득하지 못한 데 그칠 수 있으나, 응시자의 표현에 드러난 오류는 획득할 점수를 잃게 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손실이 크다. 그러나 대입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논리력은 심오한 수준은 아니므로, 개요 작성 과정에서 서두르지 말고 문장과 단락의 구성 및 연결을 차분히 따져가면서 논리를 전개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속에 나타난 오류를 파악하거나 응시자가 서술 과정에서 저지르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 또는 판단과 근거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초적인 오류의 유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일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논리적 오류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부분적 결과나 우연한 사례를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
⊙ 부당 유추의 오류 - 부분적 공통점을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오류
⊙ 증명 부재를 근거로 삼는 오류 - 증명된 일이 없거나 반대 논증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이 참이라고 주장하는 오류
⊙ 순환논증의 오류 - 증명해야 할 결론을 전제나 근거로 삼아 논증하는 오류
⊙ 흑백논리 - 모든 대상을 양 극단의 상대적 의미로만 해석하거나 사용하여 중립을 허용하지 않는 오류
⊙ 논점 일탈 - 논점에서 벗어나 논의를 전개하거나 새로운 논점을 제기하여 엉뚱한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
⊙ 역공격(피장파장)의 오류 - 특정 관점의 비판에 대해 상대방의 비슷한 약점을 근거로 역공격하는 오류
⊙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 - 논점과 무관한(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여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오류
⊙ 부분 강조의 오류 - 문장이나 내용의 특정 부분만을 강조하여 의미를 왜곡하거나 오용하는 오류
⊙ 중의적 어휘의 오류 - 둘 이상의 의미를 지닌 단어를 사용하거나, 두 가지 의미를 혼용하는 오류
2. 논리적 비약
논리적 비약은 논증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인과관계나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전제나 근거가 결론을 필연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경우다. 즉 계단을 건너뛰어 오르는 식의 논증으로 학생들의 글에서 매우 많이 발견된다. 이는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까닭이 크겠지만 주어진 분량 안에서 무리하게 논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요를 충실하게 작성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개요 작성 과정에서 논리적 오류나 비약의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문장의 개수를 헤아려가며 분량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통합논술의 실제 권리와 의무는 일대일 대응 관계인가?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제시문 1) 의무와 권리는 사회 질서의 양면을 이루고 있습니다. 의무는 그것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의 권리를 전제합니다. 권리는 그것을 준수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의무를 수반합니다. 의무를 보유한 사람과 권리를 보유한 사람이 일대일 대응 관계를 이루지 않을 때에도 의무가 있는 곳에는 권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의무인가’를 깊이 파고드는 건 결국 ‘무엇이 권리이고, 왜 그것은 권리로서 정당화되는가?’를 헤아리는 일과 동일시됩니다. 예를 들어, “정치가를 객관적인 어조로 비판할 수는 있지만 패러디 같은 정치 풍자물로 조롱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왜 그게 국민의 의무가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겠지요. 이때 “누구나 조롱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이 되돌아옵니다. 여기에 “아니다. 형식과 내용을 자유롭게 취해서 정치가를 비판할 권리는 표현의 자유이다”는 식으로 반론이 제기되며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 - [너의 의무를 묻는다] (제시문 2) 고등학교 1학년 때 형의 주벽으로 가계가 파산을 겪은 뒤부터, 그리고 마침내 그 형이 세 조카아이와 그 아이들의 홀어머니까지를 포함한 모든 장남의 책임을 내게 떠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부터 일은 줄곧 그렇게만 되어 온 셈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군영 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 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다.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형이 내게 떠맡기고 간 장남의 책임을 감당하기를 사양치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인과 나는 결국 그런 식으로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는 처지였다. 노인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대해선 소망도 원망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노인이었다. …(중략)… 나는 처음 그런 노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턱대고 가슴부터 덜렁 내려앉고 있었다. 노인에 대한 빚 생각이 처음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 노인이 쓸데없는 소망을 지니면 어쩌나?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무엇보다도 나는 노인에 대해서 빚이란 게 없었다. 노인이 그걸 잊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섣부른 주문을 내색할 리 없었다. 전부터도 그 점만은 안심을 할 만한 노인의 성깔이었다. …(중략)… 아닌 게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 노인들은 모두 어린애가 되어 가는 것일까? 노인은 정말로 내게 빚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 것일까? 노인의 말처럼 그건 일테면 노망기가 분명했다. 그런 염치도 못 가릴 정도로 노인은 그렇게 늙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노인의 그런 노망기를 원망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서로 간의 빚의 문제였다. 노인에 대해 빚이 없다는 사실만이 내게는 중요했다. 염치가 없어져서건 노망을 해서건 노인에 대해 내가 갚아야 할 빚만 없으면 그만인 것이다. ‘빚이 있을 리 없지. 절대로! 글쎄 노인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정면으로는 말을 꺼내지 못하질 않던가 말이다.’ - [눈길] [문제 1] (제시문 1)에 나타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시문 2)의 화자의 관점을 지지하거나 비판하시오.(800자 내외, 60점) - 2011 연세대 원주 [풀이] 논리적 오류나 비약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요를 충실히 작성한 후 논술문을 작성해 보자. 1. (제시문 1)에 나타난 문제의식 논제는 권리와 의무는 ‘권리에는 의무가, 또는 의무에는 권리가 반드시 뒤따르는’ 일대일 대응의 관계인가, 그렇지 않은 관계도 성립하는가의 문제이다. - 논지는 후자의 입장임 2. (제시문 2)의 화자의 관점 화자의 관점은, 가족 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도 권리와 의무가 일대일 대응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관점, 즉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어머니에게는 자식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권리(소망)가 없으며, 자식으로서의 권리를 충족하지 못한 화자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어떤 의무(빚)도 없다는 입장임. ※ 순환논증의 오류 주의 → 부모는 자식을 낳으면 자식을 잘되게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부모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또는 자식은 부모에게 무조건 효도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효도는 자식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 생각해 볼 문제 - 감정, 도덕, 사랑, 거래, 법, 관습 등 ※ 간접논증 방식(배리법)을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논리적 오류 예) 부모가 자식에게 의무를 다했으면 모든 자식도 의무를 다할 것인가? / 자식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충족하면 반드시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가? / 화자가 의무를 다하면 어머니는 권리를 받아들일까(누릴까)? 등
■ 통합논술의 예제 숫자가 항상 객관적인 건 아니다 ※ 다음 문제를 풀이 과정에 따라 풀어 보세요. (가) 길가에서 택시 운전수들이 다투고 있다. 차가 서로 스쳐 차체가 우그러졌는데 누구에게 잘못이 있느냐로 시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말이 서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어느 쪽 말이 옳은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조그만 광경이다. 신문에는 거의 날마다 몇 건의 교통사고가 보도되고 우리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기사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지금 예에서 본 바와 같이 하찮게 보이는 교통사고 보도에서조차 엄격히 따질 때 진실 보도가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무엇이 진실이냐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단순한 교통사고조차 진실 보도가 이처럼 어렵다면 진실 보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사건이나 큰 문제일수록 진실 보도가 더욱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또 신문 기자 자신들조차 진실 보도를 자명한 것처럼 생각하고 또 말하고 있으나 문제를 좀 더 파고들어가 생각해 보면 생각할수록 독자들에게 진실 보도를 하기가 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 고등학교 독서
(나) 만들어진 1등은 스포츠에서 절정을 이룬다. 기준이나 비교 기반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같은 결과를 두고도 최상의 최상급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최악의 최하급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가령 테니스 선수 B가 시즌 전반 10회의 경기에서 다음과 같은 성적을 올렸다고 하자. 이 결과를 두고 쓴 신문의 헤드라인들이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논란의 여지없이 ‘참’이다. “B의 상승세. 최근 8경기에서 75퍼센트 이상의 승률.” “B의 하락세. 지금까지 치른 대회 중 절반 이상은 첫 라운드에서 탈락.” “놀라운 기록. 유럽 잔디코트에서 B의 무패 행진.” “B의 참담한 성적. 하드코트에서 백전백패.” 이와 똑같은 식의 기사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든, 우리는 또한 그것에 걸맞은 최상급 표현도 찾아낼 수 있다.
이 모든 통계들은 맞는 것이면서도 또한 잘못된 것이다. B가 최근 여덟 경기에서 75퍼센트 이상의 승률을 올렸으며, 유럽의 잔디코트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거나 하드코트에서 전혀 승리하지 못했으며, 다섯 대회 중 세 대회에서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는 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이다.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수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 벌거벗은 통계
(다) 어떤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통 경험적인 근거를 요구한다. 사회 조사 과정은 바로 믿을 수 있는 경험적인 근거를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사회 조사의 결과라고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사의 결과가 조사자의 의도나 잘못된 조사 절차 등으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과학적인 절차를 따라 이루어진 사회 조사의 결과이다. 신뢰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 우선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이나 조사자는 조사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 조사 기관이나 특정 집단의 가치관, 또는 편견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조사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대할 때도 우리는 조사 결과를 무작정 신뢰하기보다는 조사의 의도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가, 조사 대상자들은 어떻게 선정되었는가, 조사를 하기 위해 제시된 질문이 특정 답을 유도하고 있지는 않는가 등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질문해 보는 비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 고등학교 인간사회와 환경
(라) 2000년 4·3 총선 뒤 정치인·공무원·언론인·직장인 각 60명씩 모두 240명을 대상으로 한 ‘시민 단체의 영향력 조사’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9.3%가 시민 단체를 꼽았다. 언론, 행정부, 국회, 재계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총선 시민 연대의 낙선 운동이 큰 사회적 관심을 모은 뒤에 실시된 조사이기 때문에 다소 과대하게 평가된 측면이 있겠지만, 이러한 결과는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 고등학교 정치
[문제 2] 제시문 (가), (나), (다)를 근거로 삼아, (라)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시오.(750±50자) - 2010 경기대 모의
[풀이] 먼저 (가), (나), (다)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라)의 보도를 비판할 근거로 삼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서술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대상을 평가하는 글 속에 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면 완성된 한 편의 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 (라)의 보도에서 주장하는 바가 거짓이거나 주장에 왜곡된 부분이 있는지 탐색해 봐야 한다. 주장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근거가 객관적 사실인지, 근거의 해석에 오류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비판의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정적 평가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을 간략하게 제시함으로써 평가를 마무리한다.
1. (가)의 논지 진실 보도 및 보도에 대한 진실 파악이 매우 어렵다.
2. (나)의 논지 통계자료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므로 객관적 사실이라도 의도적 왜곡이나 오용이 가능하다.
3. (다)의 논지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 - 통계조사는 조사의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조사 대상 선정에서부터 조사 과정, 결과 해석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왜곡과 오해가 포함될 수 있다.
4. (라)에 대한 비평 비판 대상 - 조사자, 표본 선정 및 대상 인원 비율, 조사 시기 및 질문 내용,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 등 평가 - 잘못된 설문조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문제 제기
5. 보완점 시민(독자)의 현명한 판단과 끊임없는 감시 및 비판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 필요
■ 통합논술의 실제 권리와 의무는 일대일 대응 관계인가?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제시문 1) 의무와 권리는 사회 질서의 양면을 이루고 있습니다. 의무는 그것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의 권리를 전제합니다. 권리는 그것을 준수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의무를 수반합니다. 의무를 보유한 사람과 권리를 보유한 사람이 일대일 대응 관계를 이루지 않을 때에도 의무가 있는 곳에는 권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무엇이 의무인가’를 깊이 파고드는 건 결국 ‘무엇이 권리이고, 왜 그것은 권리로서 정당화되는가?’를 헤아리는 일과 동일시됩니다. 예를 들어, “정치가를 객관적인 어조로 비판할 수는 있지만 패러디 같은 정치 풍자물로 조롱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왜 그게 국민의 의무가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겠지요. 이때 “누구나 조롱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이 되돌아옵니다. 여기에 “아니다. 형식과 내용을 자유롭게 취해서 정치가를 비판할 권리는 표현의 자유이다”는 식으로 반론이 제기되며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 - [너의 의무를 묻는다] (제시문 2) 고등학교 1학년 때 형의 주벽으로 가계가 파산을 겪은 뒤부터, 그리고 마침내 그 형이 세 조카아이와 그 아이들의 홀어머니까지를 포함한 모든 장남의 책임을 내게 떠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부터 일은 줄곧 그렇게만 되어 온 셈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군영 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 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다.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형이 내게 떠맡기고 간 장남의 책임을 감당하기를 사양치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인과 나는 결국 그런 식으로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는 처지였다. 노인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대해선 소망도 원망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노인이었다. …(중략)… 나는 처음 그런 노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턱대고 가슴부터 덜렁 내려앉고 있었다. 노인에 대한 빚 생각이 처음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 노인이 쓸데없는 소망을 지니면 어쩌나?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무엇보다도 나는 노인에 대해서 빚이란 게 없었다. 노인이 그걸 잊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섣부른 주문을 내색할 리 없었다. 전부터도 그 점만은 안심을 할 만한 노인의 성깔이었다. …(중략)… 아닌 게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 노인들은 모두 어린애가 되어 가는 것일까? 노인은 정말로 내게 빚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 것일까? 노인의 말처럼 그건 일테면 노망기가 분명했다. 그런 염치도 못 가릴 정도로 노인은 그렇게 늙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노인의 그런 노망기를 원망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서로 간의 빚의 문제였다. 노인에 대해 빚이 없다는 사실만이 내게는 중요했다. 염치가 없어져서건 노망을 해서건 노인에 대해 내가 갚아야 할 빚만 없으면 그만인 것이다. ‘빚이 있을 리 없지. 절대로! 글쎄 노인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정면으로는 말을 꺼내지 못하질 않던가 말이다.’ - [눈길] [문제 1] (제시문 1)에 나타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시문 2)의 화자의 관점을 지지하거나 비판하시오.(800자 내외, 60점) - 2011 연세대 원주 [풀이] 논리적 오류나 비약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요를 충실히 작성한 후 논술문을 작성해 보자. 1. (제시문 1)에 나타난 문제의식 논제는 권리와 의무는 ‘권리에는 의무가, 또는 의무에는 권리가 반드시 뒤따르는’ 일대일 대응의 관계인가, 그렇지 않은 관계도 성립하는가의 문제이다. - 논지는 후자의 입장임 2. (제시문 2)의 화자의 관점 화자의 관점은, 가족 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도 권리와 의무가 일대일 대응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관점, 즉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어머니에게는 자식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권리(소망)가 없으며, 자식으로서의 권리를 충족하지 못한 화자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어떤 의무(빚)도 없다는 입장임. ※ 순환논증의 오류 주의 → 부모는 자식을 낳으면 자식을 잘되게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부모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또는 자식은 부모에게 무조건 효도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효도는 자식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 생각해 볼 문제 - 감정, 도덕, 사랑, 거래, 법, 관습 등 ※ 간접논증 방식(배리법)을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논리적 오류 예) 부모가 자식에게 의무를 다했으면 모든 자식도 의무를 다할 것인가? / 자식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충족하면 반드시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가? / 화자가 의무를 다하면 어머니는 권리를 받아들일까(누릴까)? 등
■ 통합논술의 예제 숫자가 항상 객관적인 건 아니다 ※ 다음 문제를 풀이 과정에 따라 풀어 보세요. (가) 길가에서 택시 운전수들이 다투고 있다. 차가 서로 스쳐 차체가 우그러졌는데 누구에게 잘못이 있느냐로 시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말이 서로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어느 쪽 말이 옳은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조그만 광경이다. 신문에는 거의 날마다 몇 건의 교통사고가 보도되고 우리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기사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지금 예에서 본 바와 같이 하찮게 보이는 교통사고 보도에서조차 엄격히 따질 때 진실 보도가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무엇이 진실이냐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단순한 교통사고조차 진실 보도가 이처럼 어렵다면 진실 보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큰 사건이나 큰 문제일수록 진실 보도가 더욱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또 신문 기자 자신들조차 진실 보도를 자명한 것처럼 생각하고 또 말하고 있으나 문제를 좀 더 파고들어가 생각해 보면 생각할수록 독자들에게 진실 보도를 하기가 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 고등학교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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