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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녀 물음엔 ‘의견’보다 ‘답’을 주세요

등록 2012-07-16 10:31

내 아이와 통하다
지레짐작으로 설득하려 들면
아이는 대화 필요성 못 느껴
15살 소연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비비(BB)크림으로 화장하면 여드름이 덜 나?” “뭐라구!?” “파운데이션 대신 비비를 쓰면 괜찮은 거냐구요?” “그걸 왜 물어봐? 너 화장하니?” “아이, 그냥!!”

이런 아이의 물음에 부모는 ‘우리 딸이 몰래 화장을 하고 다니나? 어디서 하지? 나쁜 친구들이랑 지하철 화장실에서 화장하고 어디 몰려다니나? 남자친구를 만나나? 화장품은 무슨 돈으로 사는 걸까?’와 같은 걱정과 근심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답을 말해주면 화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허락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십대 아이들은 부모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순진하게. 아마도 이 순간 아이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일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의견은 어떤 방식으로도 그 순간 아이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는 어떻게든 이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서 소극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비겁하게 아이를 공격하는 질문들을 늘어놓는다.

“소연아, 혹시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엄마 모르게 뭐 하는 일 있어?”

“아유…아니야, 나 화장 안 해.”(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아니…엄마가 뭐 알아야 될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새로운 친구가 생겼니?”

“됐어…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거 대답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아이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대화는 끝났고, 갈등의 시작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걱정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를 취조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거짓말을 하거나 대화를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또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 긴 설명을 늘어놓는 것이다.

“소연아, 너도 잘 알겠지만 너는 화장을 하기엔 아직은 너무 어려. 게다가 대부분의 화장품은 어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너같이 사춘기 소녀가 사용하면 피부에 안 좋아. 나중에 커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리고 어린애가 화장을 하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니? 가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화장하고 있는 중고생들을 보는데 너무 불량스러워 보이더라” 등등.

아이는 엄마에게서 답을 원했지 긴 강의를 원하지 않았다. 부모는 아이를 설득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는 부모의 바람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모의 반응은 지금의 대화를 망치고 이후에 아이가 대화가 필요해도 다시 다가올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담담하게 아이의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다.

“엄마, 비비크림으로 화장하면 여드름이 덜 나?”

“글쎄, 그건 지성 피부용은 아니라고 하던데. 그리고 그것도 제대로 쓰지 않으면 피부에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하더라. 엄마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인터넷에 전문가들은 뭐라고 했는지 같이 찾아볼까?”

“응, 고마워. 내가 한번 찾아볼게.”

이런 당신의 대답이 부모로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얼떨결에 화장을 허락한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런 부모의 대답은 분명하고 솔직하고 그리고 간결했다. 아이에게 없는 당신의 지혜와 지식의 조금이라도 전달했고 무엇보다 이후 아이가 궁금하거나 걱정스러운 문제들에 대해서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관계의 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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