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통하다
얄밉겠지만 비난만 하지 말고 부모 처지 충분히 이해시켜야
얄밉겠지만 비난만 하지 말고 부모 처지 충분히 이해시켜야
“아빠, 지금 당장 마트 좀 데려다 주세요. 내일 과학 프로젝트 준비물 사러 가야 돼요.”
“동현아, 아빠도 지금 보고서 정리중이라 정신이 없어. 그런데 너 주말 내내 뭐 하고 이제 와서 그런 부탁을 하니? 네가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모든 걸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럼 어떻게 하라고? 아빠밖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요. 지금 당장 가야 돼요!”
다른 사람, 특히 부모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십대 자녀들이 갖는 얄미운 특징 중 하나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공부만 잘한다면 모든 것을 뒷바라지해주고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준비해 주겠다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모의 입장도 고려하는 마음을 심어 줄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도 마음이 있고 자신이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 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곤란을 겪는지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즉 공감을 키우기 위해서 우선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를 비난하는 것이다.
동현이 아빠가 만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니? 좀 생각을 해봐라, 네가 그렇게 무작정 부탁을 하면 아빠 입장은 어떨지!”
이런 아빠의 비난에 아이가 반성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노력할까? 그럴 리 없다. 오히려 아빠가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며 반박할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요. 친구들도 챙겨주고, 엄마 집안일도 도와주고 아빠한텐 용돈을 모아 생일 선물도 사 드렸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구요?” 아이는 부모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실망할 것이고, 부모는 내 아이가 구제불능이라며 낙담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부모 마음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부모는 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고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들어줄 수 없을 때, 아빠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동현아 안 돼. 지금 아빠는 너무 바빠. 이 일을 못하면 아빠가 내일 회사에서 아주 곤란하게 된단다.”
“그래도…. 그럼 난 어떻게 하라구.”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지금은 안 되겠구나. 다음엔 꼭 미리 얘기해라.”
조금 혹독하긴 하다. 아마도 내일 동현이는 준비물이 없어 친구 것을 빌려 쓰든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급한 것처럼 말하고 조른다고 자녀의 요구에 부모가 무엇이든 양보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부모의 입장도 있고 부모의 희생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때로는 자녀의 입장을 고려해 그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다.
“그래 동현아, 빨리 갔다 오자.”
“아빠, 그럼 아빠 회사일은 어떡해?”
“동현아, 잘 들어. 네가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하면 불안해서 잠도 못 잘 것 같고 내일 학교에서 곤란한 일들이 생길까봐 데려다 주려고 해. 지금 아빠도 너무 바쁘지만 네가 나보다 더 맘이 급한 것 같아 데려다 주는 거야. 아빠는 조금 늦게 자면 돼.”
“고마워, 담엔 미리미리 준비할게요.”
아이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빠의 배려를 느꼈을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알려줘 아이를 이해시키고 때로는 아이의 입장에 맞춰 희생해 주는 부모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에는 “공감”이라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 “홍명보호의 최대 적은 브라질이 아니라…”
■ 박근혜 “이걸 빌미로 공격하면 멘붕”
■ 진종오 최영래 결승표적지 비교해보니
■ 국제 아동포르노 유통망에 수갑채운 ‘미피’
■ [화보] 한국 축구, 영국을 울리다
■ “홍명보호의 최대 적은 브라질이 아니라…”
■ 박근혜 “이걸 빌미로 공격하면 멘붕”
■ 진종오 최영래 결승표적지 비교해보니
■ 국제 아동포르노 유통망에 수갑채운 ‘미피’
■ [화보] 한국 축구, 영국을 울리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