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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백문백답으로 공부의 매듭을 짓자

등록 2012-08-13 10:19수정 2012-08-13 14:07

‘백문백답’이란 것이 한때 유행했다.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은?”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물어보는 100개의 질문에 답하고 나서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게시한다. 답안이 진지하지 못할 때조차도 백문백답은 작성자의 취향, 세계관에 대해 무언가를 드러내줬다. 작성자의 친구들은 그걸 보고 재밌어하고, 자기도 같은 질문에 답하고 나서 보여주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 백문백답을 응용하면 공부에 도움이 된다.

공부를 하다 보면, 궁금한 것도 생기고, 새로 알게 된 것도 있고, 무언가를 명확하게 깨닫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실마리도 떠오른다. 그런데 제대로 이 내용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책상에 쏟은 알코올처럼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이것들이 증발하지 않으려면, 또 배운 것을 문제 해결에 체계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도구로 배치하려면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래서 단단히 결심을 하고 정돈된 형태로 배운 것을 공책에 정리를 한다고 해보자. 어느 날 공부하려고 책가방을 꺼내보니, 아뿔싸, 공책을 안 가지고 왔다. 그날 공부는 끝난 셈이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 나중에 다시 보려고 하니 보기가 싫다. 보기 좋게 정리하려니 힘들어서 정리를 빼먹는다. 공부한 것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려니 여백이 없어 포기한다. 정리한 것을 찾아보려니 일일이 페이지 넘겨 찾는 것이 일이라 계속 미룬다. “수고를 많이 들이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부 방식이다.” 공부의 법칙 중 하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뭐든 생각나는 대로 가지고 있는 공책에 일단 다 적는다. 떠오른 의문이나 아이디어의 주제가 다르다면 줄을 가로로 지익 그어서 구분한다. 그러고 나서 매일 자신이 공책에 적은 것을 백문백답 파일에 타이핑한다. 당연히 공책은 아무것이나 써도 된다. 먼저 번호를 붙이고 질문을 적는다. 답 부분에는 떠오른 아이디어, 더 탐구해야 할 과제, 도움이 되는 자료, 참고문헌, 핵심 논리 등을 적는다. ‘백’이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질문 번호는 100개가 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관련된 질문과 답은 가지 번호, 예를 들어 1-1, 1-2와 같은 것을 사용해서 한데 모은다. 이러면 따로 공들여 공책을 만들지 않아도 훌륭한 생각의 도구를 갖추게 된다. 검색은 워드프로세서의 ‘찾기’ 기능을 사용하면 간단하다. 언제든지 검색해서 자기가 정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롭게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도 있다. 핵심 뼈대보다 더 세부적인 사항은 백문백답에서 적어놓은 ‘참고 자료’를 다시 참조하면 된다.

이렇게 파일에 정리한 것은 때때로 출력해서 틈날 때마다 읽어본다. 들고 다니면서 읽다 보면 또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그러면 바로 그 백문백답 종이에 적고 또 입력해 넣는다. 단순한 정보 단위가 아니라 복합적인 도구를 함께 작업 기억에 올려놓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에 훨씬 적합한 스케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매듭을 지으면 공부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늘 자각하게 된다. 박식하게 세세한 정보를 머리에 넣어두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런 건 백문백답을 보면 얼마든지 돌아가 빠르게 다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이제, 질문은 정교하게 분해되고 예리한 단면으로 잘린다. 그 결과 집중력은 오로지 한 곳, 문제의 단면 중 하나를 잡아 깊이 있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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