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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본 진로탐색의 교훈

등록 2012-08-13 10:20수정 2012-08-13 14:07

첫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건축을 매개로 아름답게 풀어가 흥행에 성공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첫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건축을 매개로 아름답게 풀어가 흥행에 성공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사랑에 대한 환상이 위험하듯 직업에 환상 품으면 진로 실패
불행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충분히 깨닫지 못한데서 비롯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직업에 대한 이해를 넓혀 줄 수 있다.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캐릭터 고민을 하면서 꼭 고려하는 게 직업이다. 이 캐릭터에는 어떤 직업을 부여할까? 그래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색 직업을 부여하거나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는 직업을 등장시키곤 한다. 무수히 많은 직업을 내가 직접 수행해보고 그 직업을 택할 수 없다. 그 직업을 가질 경우 수행하는 업무 특성 및 작업환경을 보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많은 청소년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접하는 진로 및 직업정보 가운데 잘못된 게 많다는 것이다.

직업과 관련한 정보잡음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텔레비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주된 업무는 대부분 연애다. 이는 현실과 매우 다르다. 현실에서 많은 시이오들은 연애할 시간조차 없다.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영화가 진로탐색의 참고자료로 더 좋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도 얻고, 진로탐색 정보도 얻는다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 아니겠는가?

410만 관객을 동원한 <건축학개론>은 건축에 대한 이해와 건축가(건축사가 아님)라는 직업을 비교적 잘 표현한 영화다. 청소년 진로탐색과 관련하여 시사점이 있기에 직업진로라는 관점에서 간략한 영화평을 하고자 한다.

■ 드라마 속 CEO는 왜 항상 연애만 할까?

첫사랑을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서른다섯, 건축가가 된 승인(엄태웅) 앞에 대학 1학년 풋풋한 신입생일 때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났던 서연(한가인)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서연은 자신의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하고, 승인은 자기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첫사랑 서연의 집을 짓게 된다. 함께 집을 완성해 나가는 두 달간, 두 사람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감정을 되새긴다.

흔히 어긋나기 쉬운 첫사랑이란 추억의 쌍곡선을 건축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전개한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거나, 겪게 될 첫사랑에 대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불행의 원인 중 가장 큰 건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모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말이다.

결국, 승인과 서연은 둘 다 미숙한 첫사랑이었기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서연은 이혼, 승인은 노총각이란 대가를 치른다. 서연은 짧고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거쳐 결국 이혼 뒤에야 첫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승인은 새로운 사랑을 만들고 있기에 이전의 사랑은 다시 이루어질 수 없다. 만약, 서연과 승인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헤어지기 전에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면, 아련한 첫사랑은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첫사랑은 서로가 미숙하기에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낸 비극일지도 모른다.

■ 첫 단추 잘못 끼우면…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필자는 직업진로 관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청소년들이 접하는 직업정보는 잘못된 게 많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언론들이 <건축학개론>과 관련하여 잘못된 직업정보를 생산했다. 영화 홍보물을 보면 분명 건축가라고 했는데도 언론 기사에는 건축가가 건축사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승인)의 직업을 건축가라고 하는 건 맞지만 건축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 보도가 승인을 건축사로 표현한다. 건축가의 업무영역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직종 명칭에 가깝다. 즉 작곡가, 연주가, 가수 등을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표현하면 음악가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작품 속 승인은 ‘건축사’라기보다는 ‘건축기사’의 업무에 가깝다.

건축가의 업무영역은 크게 건축설계, 건축시공, 건축구조물, 건축설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건축설계는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감리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건축기사는 설계된 대로 건축구조물을 짓는 일을 한다. 또 건축에서 가장 많은 종사자가 있는 곳은 시공 분야다. 반면, 건축구조물 분야에서는 건축물의 뼈대, 즉 골조와 관련된 각종 공학적 계산을 하고 프레임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건축물의 냉난방과 장치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건축설비 분야에 속한다. 흔히 대형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설계, 건축설비, 건축구조 분야 전문 인력이 모두 동원된다. 그러나 <건축학개론> 안에서처럼 단독주택과 같은 소형 건물은 건축기사 또는 실내건축기사가 시공한다. 따라서 <건축학개론>의 남자 주인공은 ‘건축기사’ 또는 ‘실내건축기사’의 직무를 수행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비해 건축사는 대형 건축물에 개입한다.

건축기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자격증을 주지만, 건축사는 국토해양부에서 시행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국토해양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둘째, 사랑에 대한 환상을 경계해야 하듯 직업에 대한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더욱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이 문제는 연애뿐 아니라 직업진로와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직업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듯, 선택한 직업진로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직업을 선택할 경우 실현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실망도 크다.

■ 적성검사가 곧 내 진로는 아니다

셋째, 사랑에서 자기 감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듯 진로탐색을 할 때도 자기 이해가 중요하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 승인과 서연은 연애할 때 이해 부족으로 첫사랑에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직업진로 실패도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다. 두 주인공이 더 적극적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첫사랑은 멋지게 성공했을 것이다. 직업진로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치열하게 찾고자 노력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듯,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직업진로라는 꿈은 어느 날 문득 다가오기도 하고 마음속에서 가꿔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적성검사의 결과를 나의 진로라고 믿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의 직업진로를 끝없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자신의 진로탐색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영화의 첫 장면에 잘 드러났듯 건축가는 야근이 많고 힘든 직업이다. 달콤한 직업 환상을 심어주는 스크린 속의 장면은 현실에서 매우 짧게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직업적 비애는 일상에서 길게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마치 사랑이란 달콤한 감정의 유효기간은 1년을 넘기지 못하지만, 결혼이란 일상의 유효기간은 반평생에 걸쳐 있는 것과 같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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