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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입논술 논란, 바칼로레아 방식으로 해결 안돼”

등록 2012-08-13 10:25수정 2012-08-13 17:14

인터뷰 l ㈔한국교육연구소 김정빈 부소장
논술형태, 프랑스는 단순 자격고사 우리는 대학별 선발고사
교육은 정치적 측면보다 교육적 측면에서 다루고 평가해야
“대입논술시험의 핵심 문제는 출제방식이나 난이도가 아니다.” ㈔한국교육연구소 김정빈 부소장(사진)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월 한국과 프랑스의 대입논술시험 제도를 비교연구한 박사학위 논문(동국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을 발표했다. 문제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 사교육을 유발시킨다, 교육과정 연계성이 떨어진다 등등. 현재 우리나라 대입논술시험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평소 교육정책과 비교교육학에 관심이 많은 그가 우리의 대입논술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의 분석을 바탕으로 대입논술시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 논문을 쓰게 된 계기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대입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첫번째고, 논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두번째다. 1994학년 수능과 함께 논술시험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이제 거의 20년이 돼간다. 특히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이 시행되면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졌고, 수능, 내신과 함께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실증적인 평가는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논술시험에 대한 비판만 계속되는 걸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전면적으로 검토해보고 싶었다.”

-우리나라 대입논술시험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논술시험과 비교연구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교육정책과 함께 비교교육학을 공부하며 비교의 목적은 소위 교육 선진국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내적발전 과정에 필요한 시사점을 얻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보통 ‘논술’ 하면 프랑스 바칼로레아를 주요한 대안모델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논술시험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바칼로레아 철학논술시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것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비교분석해야 우리 논술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 논술과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우리의 경우 여러 제시문의 독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반면, 프랑스는 단문의 논증형 문제 두 개와 텍스트 논평형 문제 하나, 이렇게 세 문제를 제시해 이 중 하나만 택해서 쓰게 돼 있다. 이는 우리의 경우엔 대학별 선발고사로서 객관적인 변별력이 중요하지만, 프랑스는 자격고사로서 합격 여부만 가리면 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 대입논술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이것이 논술과 관련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단 논술문제를 어렵게 내는 이유는, 고등사고력을 평가하려면 뻔히 아는 문제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순 이해력 평가가 돼버린다. 보통 사고력 평가를 할 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출제하면서도, 제시문은 생소한 글을 써서 학생들이 높은 단계에서 새롭게 사고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독서교육을 전제로 한 논술시험을 보고 있지만, 논술을 위해 독서교육을 하는 학교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현행과 같은 제시문을 바탕으로 한 논술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충은 이해한다고 해도 논술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서는 안 된다. 제시된 지문이 지나치게 어렵게 되면 지문 이해에 급급해 고등사고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출제과정에 고등학교 교사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문제의 완성도와 난이도, 그리고 교육과정 연계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논문을 보니, 수도권 소재 대학의 논술 출제자를 인터뷰했던데 그들이 말하는 어려움은 뭔가?

“통합교과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제시해서 학생들의 생각을 펼치게 하려다 보니 마땅한 지문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찾기도 힘들고, 고전 지문 역시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그나마 이전에 냈던 문제와 다른 대학의 기출문제, 시중에 나온 모의문제와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지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비판할 점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선거공약과 시민단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인기영합적인 선거공약은 기존 교육제도와 방향이 어긋나 또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기존 제도의 성과보다는 문제만을 너무 확대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교육문제는 정치적 측면보다 교육적 측면에서 다루고 평가해야 한다.”

-대입논술시험 자체를 없애기보다 개선하자는 식으로 말했는데?

“내신, 수능, 논술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비판도 받고 있지만, 이 세가지 제도는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나름 변화 발전되어온 제도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수능이나 논술 모두 완전히 폐지하기보다는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교육과정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튜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논술시험의 문제 해결은 시험 자체를 폐지하거나 바칼로레아 방식으로 하는 것에 있지 않다.”
㈔한국교육연구소 김정빈 부소장
㈔한국교육연구소 김정빈 부소장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해달라.

“가르치지 않고 시험을 보게 하니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출제문제의 난이도 문제는 조율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핵심적인 점은, 논술을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과후 학교나 사교육에서도 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수업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논술수업을 정규 교과에 편성해서 직접적으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논술시험이 고등사고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교육과정과 연계되고 있는지를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교육과정 연계성을 높이고 사고력 중심의 교육을 한다면 현행 대입논술시험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앞으로 ‘특성화’를 키워드로 해서 연구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진정한 고교평준화는 각 학교가 특성화되는 ‘고교특성화’로 가능할 것이다. 또 대학도 평준화보다는 ‘특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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