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푸른숲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6. 꿈을 현실로 - ④노동과 미래사회
<4천원 인생> 안수찬 외, 한겨레출판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믿음사
6. 꿈을 현실로 - ④노동과 미래사회
<4천원 인생> 안수찬 외, 한겨레출판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믿음사
고3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정우(가명)는 아침부터 6교시까지 정신없이 잠만 잤다. 학기 초에 개인 상담을 하며 이제 정신 차리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정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복잡한 사정으로 24시간 편의점에서 새벽까지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었다. 혼자 살면서 생계를 꾸려가며 고등학교를 마쳐야 하는 정우에게 대학 진학은 사치였고 오늘 일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 굶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받을 시간도 없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할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는 정우에게 당장 해 줄 말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어느 쪽이든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대학에 가면 그때부터 전공과 취업 등 고민의 방향이 달라지고 사회에 진출할 경우에는 고졸이라는 학력의 벽에 부딪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노동자’라는 말을 꺼려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 현장에서 생계를 유지하거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살아간다. 따라서 우리에게 노동은 생활이며 가장 보편적인 현실이다.
우선 대학에 입학해서 푸른 꿈에 젖어 있을 것 같은 대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그들은 억압된 틀을 강요당하던 고등학생 신분을 벗어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대학생이 되어 행복한가. 엄기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한 줄 서기 경쟁 교육의 극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저자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고통을 더 아프게 전하며 학벌 중심의 대한민국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성인이 아니라 ‘잉여’가 되어 버린 대학생의 현실은 80% 넘는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정답만을 추구하는 공동체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낯선 것들에 대한 환대를 통해 교실이라는 공동체는 쇄신된다. 그리고 낯선 것을 환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낯선 것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각오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엄기호의 말은 교육·가족·사랑·소비·돈·열정이라는 키워드로 20대를 분석한 후에 내린 결론이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노력과 게으름 탓으로 환원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나 노력하면 잘살 수 있고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공정한 사회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실 밖을 벗어난 순간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십대에게 막연한 희망고문으로 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지금-여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이십대를 준비하는 십대가 읽어야 한다.
거시적인 안목을 기르기 위해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4천원 인생>을 통해 구체적인 삶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책이 나온 2010년 당시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급 4000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일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네 명의 기자가 나섰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 마트에서 고기 파는 아저씨,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인 가구공장 노동자, 중소기업 생산라인 조립공으로 취업해서 온몸으로 그들의 삶을 경험한 기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가장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그래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지독하게 단순한 삶의 원리만 배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다른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부모님 혹은 형제자매의 이야기이며 청소년들이 교문 밖에서 만나야 할 노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며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현실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현실은 이렇게 우울하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청소년에게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현실을 들여다보고 난 후에는 고개를 들고 조금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으로 인간의 미래 사회를 깊이 고민해 온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의 삶을 이야기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가 석유 시대와 그에 기반한 2차 산업혁명의 종반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 모델로 옮겨 가지 않으면 문명의 종말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욕구라든지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가정에 관하여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분산적이고 협업적인 특성은 시장의 사유재산 관계를 매우 중시했던 과거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화석 연료를 토대로 한 중앙집권적이고 계획적인 기계 산업은 환경을 고려한 재생 에너지 중심 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수평적으로 권력이 분산되고 협업을 통한 상생의 경제 모델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경제·정치 지도자들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도 다양한 측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21세기는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한다. 내가 일하고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고 미래 사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조금 더 다양하게 그리고 조금 깊이 있게 주위를 살펴보고 먼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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