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내용 먼저 말한 뒤 자세한 설명 곁들여야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은 쉽게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은 쉽게
대화와 소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바로 메라비언 법칙입니다. 이것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가 자신의 저서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평가할 때 시각적인 요소가 55%, 청각적인 요소 38%, 언어적 요소가 7%를 차지한다는 이론인데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데에는 눈에 보이는 표정과 태도, 귀로 들리는 목소리나 톤 등이 93%를 차지하고 어떤 내용의 말을 하는지는 단지 7%에 불과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말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상대방과의 첫인상에서는 시각과 청각의 비중이 높지만 상대방과의 대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말하는 내용의 비중이 높아지고 시청각적인 비중이 줄어들게 됩니다. “처음에는 별로인 줄 알았는데 대화 나눠보니 속 깊은 사람이더라.” “첫인상은 좋았는데 말을 너무 함부로 하더라.” 일상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첫인상에서의 느낌도 계속 지내다 보면 말의 내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말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요. 무대 위에서 최대한 청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신문기사는 큰 글씨의 헤드라인과 작은 글씨의 본론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헤드라인에는 앞으로 읽을 본론 내용에 대한 핵심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그래서 헤드라인을 읽고 나서 자세한 본론 내용을 읽으면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세밀한 내용을 접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편합니다.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자신이 주장할 핵심내용을 말하고 나서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야 청자는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은 글과는 달리 지면에 기록으로 남지 않고 말하는 순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청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의 두괄식 문장을 보면서 여러분의 상황을 접목해 훈련하시기 바랍니다.(~하겠습니다, ~때문입니다. 화법을 기억하세요.)
핵심주장: 저는 청소년 교육에서 말하기 훈련을 강화하겠습니다.
근거: 왜냐하면 말하기 실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기 때문입니다.
청중에게 나의 핵심공약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가정할 때, 근거 12가지를 말하면 청중은 집에 돌아가서 과연 몇 개나 기억을 할 수 있을까요.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의 인지심리학자 아트 마크먼은 그의 저서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에서 인간은 많은 사안 중에서 한 번에 세 가지 정도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한계치를 잘 고려해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3이라는 숫자는 복잡함의 시작이자 단순함의 마지막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주장이나 근거를 제시할 때는 ‘첫째, 둘째, 셋째’라는 말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핵심을 제시할 때, ‘첫째, 둘째, 셋째’로 시작하면 일목요연하게 여러분의 주장이 정리되며 청자에게도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될 겁니다.
전문 지식인들이 일반 청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신의 입장에서 표현을 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나 변호사, 법조인, 애널리스트 등의 전문가는 자신의 업계에서는 가장 쉽고 익숙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공약이나 주장을 할 때는 보통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 비유법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비유법은 전문지식으로 표현된 내용을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유사한 상황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문을 보시죠. “고지혈증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성분 물질이 혈액 내에 존재하면서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그 결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하수구에 찌꺼기가 계속 쌓이면 막혀버리잖아요. 그러면 물이 넘치고 나중엔 큰일 나겠죠. 이런 상태를 말합니다.”
청중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면 청중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겁니다. 다음의 두 문장을 보시죠.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13살 고아소녀 쏘냐는 삼 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어떤 문장이 더 마음에 와 닿나요. 청중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명사로 제시되는 적절한 예시가 중요합니다. 큰 그림에서 핵심 주장이나 공약을 제시했다면 꼭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례를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한 번에 세 가지 정도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로 주장하거나 근거를 제시할 때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말하면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사진은 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청중의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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