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아, 난 글쓰기에 재주가 없어.” 많은 이들이 푸념하듯 하는 말이다. 그래서 글을 안 쓴다고 한다. 그건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를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첫째로, 글쓰기는 용의 눈에 점을 찍듯이 공부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문제를 해결했으면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반론도 받고, 더 정교하게 수정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도 줄 수 있게 된다. 둘째로, 글쓰기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이 공부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을 주는 활동이다. 떠오른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면 추가적인 공부의 든든한 발판이 된다. 창조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더 쉽다. 큰 문제를 풀기 위해 전제가 되는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풀었다는 걸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주위의 공부하는 사람들로부터 논평을 얻기 위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생각을 포장해야 한다. (글 이외의 방식-예를 들어 동영상 촬영-으로 문제해결의 답을 남기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글쓰기의 응용과 같다고 보면 되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하지만 재주가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공부를 위한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서사를 쓰는 것과 다르다. 즉, 글은 꼭 멋지고 유려하게 쓸 필요는 없다. 재주가 없어도 된다. 요령을 통해 최소한의 기본만 갖추면 된다.
이 요령과 반대되는 것이 바로 ‘일필휘지’의 판타지다. 글을 쓰려고 하면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도는데 말로는 잘 나오지 않고 글로는 더 써지질 않는다. ‘한 번에 슥슥 써야 하는데…’라는 조바심에 한글 창을 띄워 놓고 깜박깜박하는 커서만 한참 보다가, 첫 문장을 썼다가 지웠다가, 한 문단을 썼다가 ‘이게 아닌데’ 하면서 전체를 지웠다가, ‘아! 그것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까?’ 하고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결국 웹 서핑 삼매경에 빠진다.
일필휘지의 판타지는 글쓰기가 책상 앞에 앉아서 시작해서 그곳에서 끝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오해다. 공부에 필요한 글을 쓰지 못한다면, 그건 두 가지 중 하나다.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했거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하고 해답을 궁리해보지 않았다는 것. 한마디로 글 쓸 내용에 대해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상태에서 펜을 잡으면 당연히 써지질 않는다. 자유연상 기법에 의해 몇 자 적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소재나 주제를 던져주고 ‘글짓기’하라고 시키는 대회는 모두 이런 자유연상 기법에 의해 내용 없는 글을 생산할 것을 강요하는 짓이다. 말 그대로 글을 허공에서 지어내라는 소리다. 글을 쓰기 위해서 써서는 안 된다. 그 시간에 차라리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글 쓰는 최소한의 기본 요령은 매우 간단하다. 서두에 풀려고 하는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쓴다! 그리고 본문에서 근거를 들고 추론을 해서 문제를 푼다. 결론에서 해결과정과 해답을 요약한다. 이것뿐이다. 글의 품격은 이 기본을 한 후에 따지면 된다. 읽는 이를 배려하며 좀 더 재미있게, 흥미를 끌도록, 이해가 가도록 고치면 된다. 그러니 구체적인 표현을 떠올려 화면이나 원고지를 채우기 전에 생각이 충분히 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관건이다. 결국 글을 쓰는 방법은 생각하는 방법과 연결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무정형의 자유연상’이 아니라 ‘모델’을 기초로 한 체계적 사고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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