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메밀밭.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32. 이효석문학관
강원도 평창에는 가을에 눈이 내린다. 희디흰 눈송이가 한 송이씩 한 송이씩 살포시 내려앉았다. 붉고 가는 줄기 끝 흰 송이는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여리지만 끝 간 데 없이 넓은 그것의 가장자리에 서면 새하얀 메밀꽃 구름이 흐르고 메밀꽃 바람이 불며 달빛 아래 황홀경이 아찔하다. ‘눈꽃세상’이 아닌 ‘꽃눈세상’이다.
이곳 평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의 눈에도 그리 보였나 보다. 덩그렁덩그렁 방울소리를 울리는 당나귀를 앞세우고 사내 셋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설 <모밀꽃 필 무렵>(원제)이 그의 작품으로 1936년 <조광>(朝光)에 발표되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동리(1913~1995) 선생은 그를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 평했다. 정말로 그의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가까울 정도다.
그 전율을 간직한 이들이 매년 가을 평창의 메밀밭을 찾으니 올해는 오는 7일부터 열흘간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메밀꽃밭과 더불어 이효석문학관(www.hyoseok.org)을 찾아보자. 옛 봉평장터 모형과 어린이용 영상물, 초간본 책자, 육필원고, 유품 등 귀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가슴에 착착 감기는 우리말 어휘를 감칠맛 나게 다루던 이효석은 진한 모카커피와 쇼팽,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좋아했다 한다. 활발한 집필 활동과 여행을 즐기던 이효석은 결핵성 뇌막염으로 36세의 나이에 요절했고 이후 그의 작품들은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며 읽히고 또 암송되었다. 미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문학관을 찾아 단순히 작품을 읽는 것보다는 그의 삶을 이해하고 곁들이며 작품을 대하면 그 깊이와 떨림이 다름을 전해보자. 낭창낭창 가녀린 메밀꽃처럼 아련하고 꿈같은 그의 삶과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으니 작품과 더불어 이 가을의 깊이도 함께 느껴보자.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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