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지만, 자신의 책 읽기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불만의 핵심은 무엇인가? 많이 읽은 책들이 문제 해결의 힘으로 뚜렷하게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도 느끼고, 감동도 받으며 읽었지만 읽은 내용의 상당 부분이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들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책은 본래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굳이 애써 무언가를 체계적으로 얻을 필요는 없다고 하며, 만족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무언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해 이 글에서 몇 가지 요령을 공유하겠다.
어떤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그 분야를 먼저 공부한 이에게 물어 어떤 순서로 책을 읽어나갈지를 보여주는 ‘책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은 대중교양서와 개론서와 원론서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충분히 반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중교양서들은 각각 특징과 강조점이 다르고, 통찰을 새롭게 주는 면이 있기 때문에 공부의 어느 단계든 계속 읽어도 좋다. 다음으로는 세부적인 주제에 관하여 교과서로 훈련을 하는 한편, 관심 가는 내용에 달린 주석이나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고구마 줄기 캐나가듯이 읽을거리들을 선정하면 된다.
기초를 쌓고 나서 읽는 책은, 그 내용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고 전부 읽을 필요도 없다. 관심 가는 부분부터 필요한 만큼까지만 읽으면 된다. 다만 한 장(章)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이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좋다.
한국 사람들은 술술 읽히지 않으면 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해다. 쉬운 책은 그렇게 읽으면 된다. 그러나 어려운 책은 짜임새 있게 표시해가며 읽어가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어려운 책은 사서 보고 쉬운 책은 빌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떻게 표시하나? 핵심 문장에 줄을 치거나 꺾쇠(「」)로 표시한다. 핵심 문장이란 ‘풀려고 하는 문제’, ‘푸는 방법, 즉 논증의 뼈대’,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멋있는 문장은 줄을 치기보다는 옆에 ‘멋져!’라고 써야 한다. 살에 해당하는 부분, 즉 중요한 예에는 ‘예를 들면’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ex) 등으로 표시한다. 첫째, 둘째 등 논거를 구분하는 서수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①, ②, ③의 숫자를 써넣는다. 대조나 비교가 되는 대상은 옆에 그 줄임말을 표시해서 눈에 띄게 만든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면 ‘A(약칭) vs B(약칭)’라고 쓰고, 두 개의 사례가 구조가 유사하다면 ‘A ≒ B’라고 표시하기도 한다. 논증이 복잡해지면 논증 구조도를 책 옆 여백에 그린다.
책을 사면 표지 바로 뒤에 색지나 백지가 두 장 정도 붙어 있다. 읽으면서 중요하거나 나중에 인용해야 할 부분의 내용을 그곳에 간략히 메모하고, 페이지 수를 함께 적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워드프로세서에 이것을 타이핑해 두면, 자신만의 좋은 색인 자료가 된다. 여러 권을 읽어도 모두 하나의 파일에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필요한 내용은 ‘찾기’ 기능을 사용해서 색인을 보고 책을 다시 찾아보면 매우 편리하다.
책을 읽고 나서는 독후감이 아니라 다음 중 하나 이상을 쓰면 좋다. 첫째, 자신에게 보물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요약. 둘째, 책에서 제시한 답이나 문제풀이 방식을 다른 사안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는 글. 셋째, 책의 논증을 보충하거나 개량하는 글. 넷째, 책의 내용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모델을 정교화하는 글.
이런 방식을 따르면 탐구 여정의 보물로 책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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